최근에 식품업계와 외식업계의 최대 화두는 ‘한식세계화’가 아닌가 싶다. 우리 국민은 과연 한식을 어떤 것이라 생각하고 한식세계화를 어떻게 머릿속에 그리고 있을까, 어떤 용어나 이미지로 한식을 표현하는 것이 세계화에 기여할 수 있을까 등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지난 2008년 농림수산식품부는 한식의 정의에 관하여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돼 온 식재료 및 그와 유사한 식재료를 사용해 한국 고유의 조리방법 또는 그와 유사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음식으로 한국 민족의 역사적·문화적 특성을 갖고 생활 여건에 알맞게 창안돼 발전·계승돼 온 음식’이라 발표하였다. 학술적인 정의로 적절한 수준이라 생각되며, 여기에 덧붙여서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정의가 있다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일본음식은 최소한의 조리방법으로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음식, 중국은 불의 마술을 이용하여 조리한 음식, 이탈리아 음식은 자연과 태양이 만나서 만든 음식, 프랑스의 예술 음식 등 이른바 이미지화에 성공하고 있다.

한국음식을 많은 전문가들이 ‘건강한 음식’ 정도의 이미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이러한 이미지를 어떻게 외국인들에게 알릴 것인가, 이것이 과연 외국인들에게 한식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까를 수없이 반문하면서 더 좋은 이미지를 찾기 위해 고민해 보곤 한다.

올해 들어 한 중앙일간지에서 한식세계화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들을 제공하여 한식세계화를 위한 연구를 하고 있는 연구자로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신문에서 제안한 한식세계화 방안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면, 첫째 한식의 조리법 계량화, 표준화이다. 한식의 표준화는 단순히 조리법만의 문제가 아니라 용어, 재료, 조리법, 계량단위, 조리온도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한식을 상품화하거나 외식업소 등과 연계하는 데는 반드시 조리법의 표준화가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표준화하면 우리나라의 모든 음식이 통일되므로 필요가 없다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으나, 여기에서 의미하는 표준화는 음식의 기본적인 조리방법을 표준화하자는 의미이다. 예로서 두부를 만들 때 콩 갈기, 두유 끓이기, 간수 넣기, 응어리 진 두부를 응고시키기 등의 과정과 여기에 필요한 시간, 온도, 양 등에 대한 기본을 정리하자는 의미이다. 여기에 재료를 변경하여 검은 콩, 검은 깨를 사용하거나 두부의 단단한 정도를 조절하는 등의 다양한 변형을 주는 것은 자율이지만 기본 조리법에 대한 정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표준화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재료의 종류에 따라 다른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간장, 된장 등 양념류의 경우 가공품은 어느 회사 제품을 쓰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며, 고춧가루 등의 농산물도 재배지역, 시기, 품종에 따라 다른 맛을 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필요한 것이다.

일본의 경우 간장을 사용하는 음식 조리법에 ‘기꼬망’ 간장 등으로 제조회사명을 표기하여 표준화 된 맛을 내도록 유도한다고 한다. 이러한 표기는 음식의 맛이나 품질을 일관되게 만들뿐 만아니라 제품을 홍보하는 효과까지 나타낸다고 하니 일석이조인 것이다. 즉, 외국인들이 일본음식을 조리할 때 ‘기꼬망’ 간장으로 만들라고 표기된 것을 보고 ‘기꼬망’이 회사명을 의미한 것이라 아니라 간장의 한 종류로 생각하고, 기꼬망’ 간장을 구입하여 사용하다보니 세계적인 상품이 되었다고도 한다.

둘째, 한식의 조리법 번역 및 국내외국인용 조리서 발간이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지난 2008년에 전국 9개도의 전통향토음식을 조사?발굴하여 『한국의 전통향토음식』을 발간하였다. 이는 전국 9개도의 전통향토음식을 처음으로 총망라했다는데 의의가 있으며 이와 같은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전국의 전통향토음식을 조사해 보니 약 3천여 종의 음식이 나열이 되었는데, 과연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고 있는 음식이 몇 종류나 되는지 생각해 보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세계화를 하려면 다양한 음식소재, 아이템 발굴이 필요한데 이와 같은 음식 데이터베이스(DB) 책자가 정리되어 있으므로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되리라 여겨진다.

이와 더불어 한글로 정리된 조리서를 번역하여 국내외에 알리는 일이 연계되어야 할 것이다. 오방색을 중심으로 한 아름다운 한국음식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우리의 이야기와 음식 만드는 법을 다양한 외국어로 번역하여 대사관, 각국의 홍보관, 관광지 등에 비치하여 우리 음식을 홍보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2편에 계속)

김행란(농촌진흥청 한식세계화연구단 전통한식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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