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그 다사다난함 가운데 광우병 쇠고기도 있다. 전국 곳곳에서 촛불시위를 부른 광우병! 그 실체는 소에서 발병하는 해면상뇌증으로 미친 소처럼 행동하다가 죽어가 광우병으로 불린다.

소의 해, 기축년 새해에는 소와 우리를 아프게 또는 분노케 하는 광우병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소는 농사짓는 민족에게 가장 소중한, 그래서 신에게 바치는 희생 음식이었다. 쇠고기가 우리 한국인에게 소중한 이유는 오랫동안의 쇠고기를 먹지 못하게 한 우금(牛禁) 이외에도 소에 대한 인간적 대우를 들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소에 대해 잡아먹는 짐승 이상의 높은 격을 인정한 것이다.

소중하고 격이 높으며 신에게 희생하는 짐승이었기 때문인지, 우리나라는 쇠고기를 부위별로 잘라 음식을 만들고 나눠먹는 문화가 발달하고 있다.
등심, 안심, 갈비, 사태, 차돌박이, 제비추리 같은 살코기에 양, 간, 곱창, 염통, 콩팥, 피 같은 내장, 우랑, 우신, 혀, 젖통살, 쇠머리, 쇠꼬리, 우족은 물론, 쇠다리의 관절인 도가니까지 발라내고 쇠가죽 겉에 붙은 수구레까지 긁어먹으며 척추뼈 속에 든 등골까지 빼먹는다.

등심과 안심, 채끝살은 근내지방이 많고 육질이 뛰어나 로스구이, 불고기, 주물럭, 스테이크, 너비아니 등 구이용에 최적이다.
목심은 맛을 내는 엑기스가 많아 천천히 삶아 멋을 내는 요리, 국거리에 적합하다.
앞다리는 운동량이 많은 부위로 육색이 짙고 질긴 반면에 단백질과 맛을 내는 성분이 많아 육회, 스튜, 탕, 장조림, 불고기 등에 이용한다.

갈비뼈 사이의 살코기에는 근내지방이 많고 육즙과 뼈에서 나오는 골즙이 어우러져 풍미도 좋아 갈비는 구이, 찜, 탕으로 이용하고 양지는 갈비 바깥쪽 살과 이어지는 배 쪽의 살로 지방이 많아 국거리, 구이, 육개장, 탕, 스튜, 찜 등 뭉근히 끓이는 요리에 적합하다.

사태는 다리오금에 붙은 고기로 질긴 편이나, 장시간 물에 넣어 끓이면 연해지며 담백하여 깊은 맛을 낸다. 육회와 장조림, 스튜, 찜, 탕, 육수 등 오랜 시간 고는 요리에 사용된다.

우둔은 설도와 함께 엉덩이를 형성하는 부위로 지방은 적고 살코기가 많아 산적, 장조림, 육포, 불고기 등 여러 요리에 쓰인다. 설도는 소 뒷다리 쪽에 있는 부위로 지방질이 적고 단백질이 많아 산적, 장조림, 육포 등에 이용한다.
쇠족과 쇠머리, 껍질을 오래도록 고아 족편을 만들고 꼬리로는 꼬리곰탕을 만든다. 소의 내장으로 갑회를 만들고, 양, 천엽, 간을 얇게 저며서 양념을 섞은 소금이나 참기름에 찍어 먹는다. 사골은 곰국, 도가니는 도가니탕을 끓인다. 곱창은 전골, 구이, 볶음으로 이용된다.

한 솥에 소고기국을 끓여 온 식구, 온 동네 사람이 나눠먹음으로써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민속 관행도 우리 한국인의 쇠고기에 대한 의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공동체의식은 선농제 설렁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농경사회요, 농본국이었기 때문인지, 국가 규모로 지내는 가장 큰 제사가 바로 선농제였다. 이 행사가 끝나면 소를 잡아 큰 가마솥에 넣고 국을 끓이고 쌀과 기장으로 밥을 지어서 농부들과 구경 나온 노인에게 대접하였다고 한다.

설렁탕은 그 이름이 선농단에서 끓인 국이라 하여 선농탕이 되었고 다시 설롱탕이 되었다가 또 다시 설렁탕이 되었다고 한다. 「성종실록」에 선농제에 즈음하여 임금님에게 바친 헌시 가운데 ‘살찐 희생의 소를 탕으로 하여 널리 펴시니 사물이 성하게 일고 만복이 고루 펼치니….’ 하는 대목이 있다.

기축년 새해에는 소처럼 묵묵히 일하면서 조금씩 양보하고 희생하면 분명 나라살림은 풍년이 들고 집집마다 만복이 가득할 것이다.

최정숙(농촌진흥청 전통한식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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