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이나 모임이 아닌 경우 집 밖에서 저녁식사를 하게 되는 경우 으레 순두부찌개를 선택하게 된다. 필자가 워낙 두부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된장찌개나 김치찌개와 달리 순두부찌개는 집에서 식당과 같은 맛을 내기가 어려운 음식 중의 하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씹지 않아도 잘 넘어갈 정도로 부드러운 순두부와 신 김치, 해물, 각종 채소와 매콤한 고추기름, 마지막으로 달걀 하나가 동동 띄워져 나오는 순두부찌개는 우리 국민들이 가장 즐겨먹는 대중음식 중의 하나일 것이다.
콩을 간 다음 간수를 넣어 응고시킨 것을 틀에 넣어 굳혀 만드는 것이 두부인데, 이 때 틀에 넣어 굳히기 전의 두부를 순두부라고 한다.

두부는 체내의 신진대사와 성장발육에 필요한 아미노산, 칼슘, 철분 등의 무기질이 다량 함유하고 있어 영양적으로 우수한 식품이며 콩의 소화율이 65%인데 비해 두부의 소화율은 95%로 예로부터 육식을 즐겨하지 않았던 우리 민족에게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이 두부는 약 2천 년 전 중국 한나라의 회남왕이 처음 만든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회남왕이 도가 수련을 할 때 그와 동반한 승려들이 식생활 개선을 위해 두부를 만들어 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두부가 들어온 시기는 확실치 않으나 고려말기 이색의 <목은집>에서 두부에 대한 언급을 발견할 수 있어 고려말 송나라나 원나라에서 전래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오히려 우리나라의 두부 만드는 솜씨가 더 뛰어나 중국과 일본에 기술을 전수해 주었다고 한다.

현재는 중국과 일본의 두부 제조기술과 두부로 만든 음식이 더 다양하다고 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그런데 우리 국민의 애용음식 순두부찌개를 해외에서도 좋아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2005년 1월 5일 미국의 뉴욕타임스에서 ‘순두부찌개’를 가장 이상적인 겨울음식(ideal winter meal)’으로 언급한 적이 있다. 이 때 뉴욕타임스는 외식면 기사로 우리나라 순두부찌개 사진을 게재하고 ‘북창동’, ‘초당골’, ‘이화’, ‘템플’, ‘서울가든’ 등 한국음식점과 두부음식들을 소개했다.

이 중 ‘북창동순두부’는 미국 한국 일본 등에 모두 13개 지점을 갖고 있으며 연매출이 1천900만 달러에 이르고 종업원을 300명 이상 거느리고 있다고 한다. 올해 초 엘에이타임스에서도 특집기사로 ‘북창동순두부’의 성공신화를 다룬 바 있다.

현재 해외에 진출해 있는 많은 한국음식점들의 주요 고객층이 교포이거나 해외여행을 나온 한국인들인 것과 다르게 북창동순두부의 고객의 40%는 미국인들이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즐겨먹는 것이 미국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1996년 미국 엘에이에서 처음으로 ‘북창동 순두부’를 시작한 이희숙 대표가 이야기하는 북창동 순두부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음식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을 꼽았다.

북창동순두부에서 제공하는 순두부찌개 역시 만두, 카레, 곱창 등 12가지 순두부찌개 메뉴가 있을 정도로 연구와 개발에 몰두했다고 한다.

또 하나 성공요인으로는 음식을 먹는 고객이 직접 자신의 입맛에 맞게 ‘맵게’, ‘짜게’, ‘싱겁게’ 등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였고, 최근에는 화학조미료 사용여부도 고객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소비자 맞춤형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북창동순두부의 성공사례를 보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또한 동시에 한국음식을 세계인들도 즐기는 음식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부단한 메뉴개발과 세계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연구개발이 필요함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된다.

김양숙(농촌진흥청 한식세계화연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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