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난히도 식품안전과 관련 사건들이 많아서 소비자들의 식품에 대한 불신을 야기한 해였다. 연초 쇠고기 파동을 비롯하여 최근의 멜라민 우유 사건까지, 생산물에서부터 가공품까지 다양한 형태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었다. 특히 멜라민과 같은 인위의 물질을 첨가하여 유아들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사건은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어느 날 필자는 네 살배기 여자아이가 “과자에 멜라민이 들어 있어서 먹으면 안돼요” 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씁쓸하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밥을 잘 먹지 않는 아이에게 과자를 적게 먹이려고 아이 엄마가 멜라민 사건을 적절히 설명해 준 덕분에 유치원에서 유아들끼리 이야기가 오고간 모양이다. 이처럼 멜라민이 무엇인지 모르는 유치원생에게까지 멜라민은 화제가 됐을 정도다.

멜라민은 유기화학물질로 열에 강한 플라스틱 원료의 생산에 사용되는데 바닥 타일, 주방기구 등 플라스틱제품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것이다. 멜라민은 1958년에 비단백질 질소원으로 소의 사료로 사용되었으나 1978년에 다른 비단백질 질소원, 예컨대 요소나 면실보다 분해 능력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사용금지 되었다.

중국에서 분유에 멜라민이 검출된 이유는 우유의 단백질 함량을 높이기 위한 편법을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우유는 단백질 함량이 품질을 나타내는 지표중 하나이며, 단백질 함량의 검사는 단백질 중의 질소(N)를 측정하는 방법이 이용된다.

따라서 질소가 많은 멜라민을 첨가할 경우 물을 타서 희석된 우유의 단백질 함량을 높게 보이도록 눈속임이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멜라민 첨가 우유나 분유는 여러 종류의 과자의 재료로 사용되어 국내에 유입되었다.

이즈음 필자는 우리 과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과자인 한과는 곡물, 꿀, 기름으로 만든 과자이며 그 역사 또한 삼국시대부터 만들어 진 것으로 유추되어 우리 민족의 다양한 문화와 관련되어 있다.

임금이 받는 어상(御床) 및 각종 궁중 잔칫상을 비롯하여 한 개인의 통과의례(평생의례) 및 의례상차림과 세찬(歲饌)에는 반드시 진설되어야 할 필수음식으로 자리를 잡았고 또 왕실을 중심으로 한 상류층의 평상 기호음식으로 매우 각광을 받으면서 발달하였다.

한편 한과 중 유과(강정)는 민간에서도 유행하여 주로 정월 초하룻날에 많이 해 먹었다. 한과는 일제강점시대 양과자의 도입으로 명맥유지가 어려웠으며 최근 들어 우리 것에 대한 인식 변화로 명절이나 행사 등에 일부 사용되고 있다.

일본의 미과(米菓)는 우리의 한과와 제조공정이 유사하나 열을 가하여 익히는 과정이나 조미과정에서 차이를 보인다. 한과는 반대기를 기름에 튀겨서 조청 등의 당액과 고명을 묻힌다면, 미과는 반대기를 불에 굽고 간장소스 등을 바른다.

전체의 공정에서 이 부분은 극히 미미한 공정이지만 상품화 현황에서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미과는 일본 전역에 어딜 가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고급상품에서 저렴한 가격의 상품까지 다양한 상품화가 이루어진 반면 우리 한과는 상품화 초기단계이다.

이처럼 상품화의 차이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국민들의 자기 것에 대한 자긍심과 관심도와 상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일본 사람들은 미과를 간식으로 매우 자주 이용하는 반면 우리는 한과를 명절에 몇 개 집어먹는 과자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우유, 밀가루, 버터 등으로 만든 서양의 과자를 우리 것 보다 가깝게 여기고 손쉽게 이용한다.

물론, 우리 과자를 이용하기에는 소비자들에게 여러 가지 제한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얘기한 유치원 아이에게 멜라민이 염려되는 과자를 먹지 말라고 하는 대신에 우리 과자인 한과, 약과, 다식 등을 간식으로 제공하는 우리 음식문화가 형성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해 본다.

김행란(국립농업과학원 전통한식과장)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