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낮아지고 날씨가 쌀쌀해지면 대부분의 가정에서 난방과 함께 준비하는 것이 김장이다. 요즘은 농업기술의 발달로 사시사철 채소가 공급되며 대부분의 가정에서 김치냉장고를 보유하고 있고 미리 만들어진 김치를 시장이나 마트에서 사먹는 가정이 늘고는 있으나 김장은 여전히 우리 문화의 고유한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또한 현대의 김장은 단순히 겨울을 나기 위한 먹을거리 준비를 넘어선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정을 나누고 이웃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김장김치를 담글 때 빼놓을 수 없는 재료가 젓갈이다. 젓갈을 넣지 않고 배추를 소금에 절여 숙성시키기만 해도 김치로 먹을 수는 있으나, 젓갈을 넣어 김치를 담그면 감칠맛을 더해주어 김치의 향미를 풍부하게 한다. 일반적으로 기온이 높은 남쪽지방이 추운 북쪽지방보다 젓갈을 사용하여 김치를 많이 담근다.

우리나라의 젓갈은 주로 어패류의 살, 내장, 알 등을 소금에 절여 자가소화하는 효소 및 미생물효소에 의해 분해 숙성시켜 만드는데, 채식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양질의 단백질과 칼슘, 지방질을 공급한 식품이었다.

젓갈의 숙성은 온도와 소금의 농도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데 소금의 농도가 낮고 온도가 높을수록 빨리 숙성된다. 그러나 고온숙성 보다는 저온숙성을 시키는 것이 더 좋은데 저온숙성의 경우는 미생물의 작용이 더 크고, 고온숙성의 경우는 자가효소의 작용이 더 크므로 저온숙성의 경우가 더 좋다.

우리나라의 젓갈의 역사를 살펴보면, 문헌상으로는 「삼국사기」에서 통일신라시대 신문왕의 결혼 폐백 중에 젓갈을 뜻하는 해가 포함되었다는 것이 최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선사시대부터 어패류가 주요 식량이었기 때문에 그 이전부터 젓갈이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김치의 기원을 삼국시대 이전으로 추정하는데 그 시대부터 젓갈이 사용되었을까?

조선시대 17세기 중엽 「규합총서」에서 젓국지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김치와 젓갈의 만남은 비교적 늦게 이루어진 것으로 유추되는데 조기젓, 준치젓, 소어젓, 생굴젓이 쓰였다고 한다.

현대에는 일반적으로 멸치젓, 새우젓, 황석어젓 등이 김치를 만들 때 많이 사용되나 지방마다 사용되는 젓갈이 달라 김치에 향토색을 더해준다. 서울, 경기지방의 경우 새우젓을, 황석어젓, 조기젓, 밴댕이젓을 많이 사용하고, 강원도는 명태의 주산지답게 명태아가미(서거래)를 사용한 김치가 유명하다.

충청도는 새우젓, 황석어젓, 조기젓, 멸치젓을, 전라도는 멸치젓, 잡젓, 새우젓을, 경상도는 멸치젓, 갈치젓, 전갱이새끼젓 등을 많이 사용한다.

제주도의 경우 온화한 기후로 인해 대체로 젓갈을 사용하지 않고 김치를 많이 담그나 멸치젓을 사용하기도 한다.
북한의 경우도 차가운 기후로 인해 젓갈을 남쪽만큼 많이 사용하지는 않으나, 함경도는 새우젓을, 평안도는 조기젓, 새우젓을, 황해도는 새우젓, 조기젓, 황석어젓을 사용하여 김치를 담가 먹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젓갈은 김치뿐만 아니라 다양한 용도로서 사용되어왔다. 어린 시절 젓갈 하나로 밥 한공기를 뚝딱해치운 경험들을 다들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렇게 그 자체로 밥반찬으로 이용되고, 호박이나 무채, 감자 등을 볶거나 조릴때 국의 양념, 쌈이나 삶은 돼지고기를 먹을 때의 양념으로도 많이 이용되어왔다.

또한 경상북도 일부 지역과 부산에서는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으로도 사용되었고, 전라남도 일부 지역에서는 제사상에 올리지는 않으나 음복할 때 젓갈을 함께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미국에서 발간되는 잡지 ‘헬스’에서 김치를 세계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하였는데 김치 향미의 중요한 성분인 젓갈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한 것 같아 안타깝다. 심지어 한편에서는 우리나라 국민의 높은 염분 섭취의 원인으로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하다.

물론 젓갈의 높은 염도는 섭취 시 고혈압 등의 건강상 위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현재의 김치에 대한 높은 관심과 더불어 젓갈 제조에 대한 과학화, 표준화 등에 대한 연구가 수반된다면 충분히 세계화할 수 있는 좋은 상품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상품화를 위해 각 지방의 젓갈에 대한 조사·발굴 작업과 젓갈에 대한 데이터베이스화와 젓갈에 대한 연구개발 활성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김양숙(농촌진흥청 한식세계화연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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