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에 실린 장국밥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1. 더운 장국에 만 밥.’ ‘2. 장국을 붓고, 산적과 혹살을 넣은 다음 고명을 얹은 밥.’ 백과사전에는 쇠고기장국에 밥을 말아 만든 서울지방의 일품요리라고 풀이하고 있다.

장국밥은 좋은 양지머리 고기를 푹 끓여서 고기 국물은 탕국으로 쓰고 고기는 건져서 가늘게 찢어 넣고 그 위에 연한 고기를 길쭉하게 썰어서 갖은 양념에 재웠다가 꼬치에 꿰어 구운 산적을 얹거나, 소고기를 잘게 썬 것에 무·고사리·콩나물 등 나물을 얹어내는 국밥이다.

제사를 지낸 후 남은 음식을 쉽게 먹기 위해서 만들어진 음식이라는 유래가 있으며 탕, 나물, 적을 다 같이 고루 먹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장국밥은 온반(溫飯), 장탕반 또는 탕반(湯飯)이라고도 하는데, 장국의 간은 소금을 쓰지 않고 간장으로 맞추며 구수한 맛이 특징이다. 밥은 국에 말아 나오기도 하고 따로 나오기도 한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즐겨 먹던 음식이라서 조선 시대에는 이따금 임금님의 수라상에까지 올랐다고 한다. 1869년에 나온 《규곤요람》의 장국밥은 ‘밥 위에 기름진 고기를 장에 조려 얹고 그 국물을 붓는다’라고 하였다.

우리나라가 개화기에 접어들면서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지자 외식 손님들을 위해 손쉬운 일품 요리로 장국밥을 파는 집이 전국 도처에 많이 생겨났다. 특히 장날이면 시장 안 음식점에서는 큰 가마솥을 걸어 놓고 장작불을 지펴가며 장국밥을 끓였고, 장꾼들은 몇 십리 길을 걸어 왔어도 장국밥에 막걸리 몇 잔을 들이키면 다시 힘을 얻곤 하였다.

안성지역 장터에서 유래된 안성장국밥은 쇠고기 정육, 사골국물, 허파 등의 내장을 푹 삶은 후 쇠고기를 꺼내어 찢어서 고사리와 고추장으로 버무려 두었다가 국물을 붓고 먹을 때 다시마튀각을 뿌려 주어 담백하면서도 약간 매운맛이 도는 것이 특징이다.

공릉장국밥은 사골, 소 내장, 선지와 콩나물, 시금치, 숙주, 고사리 등 나물류를 주재료로 하며 두부 지짐과 북어찜을 고명으로 얹어 다채로운 색채와 균형 잡힌 영양가를 제공한다. 6·25사변 전부터 우시장의 중심지인 공릉 장터는 개성과 오산 등 전국각지로 흩어지는 시장터로 각지에서 모여든 상인들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공릉의 장국밥이 유명했다.

공주장국밥은 양지머리로 국물을 내고, 고사리·시금치·도라지 삼색나물 그리고 달걀지단을 밥 위에 얹는다.

서울 무교탕반은 양지머리로 국물을 내고 소의 젖퉁이 고기와 갖가지 양념으로 고명을 한 산적을 뜨끈뜨끈하게 구워서 넣는다. 서울사람들은 무교탕반집 특유의 장국물을 ‘맛나니국물’이라고 했는데, 이곳에서는 조상 대대로 끓여온 맛나니국물을 다 써버리지 않고 한 솥에서 계속 양지머리를 삶아 우려내기 때문에 여느 장국밥집의 국물맛과는 다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옛날 종가에서 대대로 내려오던 씨간장처럼 말이다.

온반은 평양에서 즐겨먹던 장국밥의 종류로 겨울철 별미 중 하나이다. 양지머리, 녹두가루, 느타리버섯 등을 재료로 하며 진하게 우린 육수에 고소한 녹두지짐 그리고 달걀지단, 잣을 얹은 이색적인 장국밥이다.

또 재료와 조리법에 있어서 장국밥과 유사한 국밥도 지역마다 특색이 있으며 따로국밥, 소머리국밥이 장국밥의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대구의 따로국밥의 역사는 1946년 중앙로 일대 나무시장을 중심으로 해서 시작되었다. 당시 나무꾼들을 겨냥한 음식점이 생겨났고 이 가운데 국밥집은 나무꾼들에게 단연 인기를 끌었다. 즉석에서 신속하게 먹을 수 있는 데다 가격도 쌌기 때문이다.

따로국밥은 60년대로 접어들면서 어른들에 대한 예의로 국과 밥을 따로 올리면서 따로국밥이라는 이름이 굳어졌다. 큰 가마솥에 소뼈(사골)를 24시간 푹 곤 다음 파, 무, 고추 등 양념을 넣어 끓이고 쇠고기, 선지 등을 넣어 다시 끓여낸다.

부산 구포 덕천동에는 덕천객주 장국비법을 이어받은 장국밥집이 있다. 이 집의 장국밥은 돼지 사골을 토막 내어 가마솥에 넣고 뼈가 물러질 정도로 하룻밤 하루 낮을 고아 뻑뻑하게 골수가 빠져나온 진국에 조선된장을 풀고 우거지, 부추, 고추, 마늘, 파 등을 넣어 끓인다. 장국의 된장은 김해 주동에서 생산되는 콩으로 만든 토장(간장을 빼지 않은 된장)만을 쓴다.

곤지암소머리국밥은 사골, 소머리고기, 인삼, 무 등을 넣어 푹 끓인 것이다. 곤지암(경기도 광주)은 예부터 경상도 지방에서 과거 보러 한양에 갈 때 지나던 길목으로서 이 지방에서 숙식할 때 소머리국밥을 주식으로 먹었다.

장국밥 하면 장날이 떠오른다. 그래서 醬국밥은 흔히 시장의 ‘場’을 따서 ‘場국밥’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물건을 사는 사람, 파는 사람들은 제각각 나름의 목적 달성에 흐뭇해하고 그래서 장날은 주머니 사정과 인심이 후한 편이다.

국밥은 국과 밥의 궁합이 아주 잘 맞아 별다른 밑반찬이 필요 없다. 깍두기와 배추김치면 그만이다. 뚝배기에 담긴 국은 소담스럽고 투박하지만 우리 고유의 멋을 풍겨 입맛을 당기게 한다. 가격이 저렴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또 주문 즉시 나오고 비교적 빨리 먹을 수 있어 식사시간도 줄일 수 있다. 환절기에 식욕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국밥은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게 한다. 초겨울, 국밥과 함께 우리 고유의 맛을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최정숙(농촌진흥청 전통한식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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