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직불금 부정 수령 사태와 관련해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들춰지고 있는 가운데 농민들은 비료값, 사료값, 기름값 등 생산비가 폭등해 어려운데다 피땀흘려 생산한 농축산물은 제값은 커녕 산지에서 폐기처분되고, 수확해봐야 손해만 볼 지경에 처해 있다고 연일 성토하고 있다. 수확해야 할 벼를 트랙터로 갈아엎는가 하면, 수확한 나락(벼)를 야적하고, 생산비는 커녕 손해만 본다며 벼수확도 포기하고 수매도 거부하는 실력행사도 불사하고 있다.

지난 6일 보건복지부 관련 국정감사 이후 드러나고 있는 쌀 직불금 사태의 원인과 부정수령 문제, 개선대책 등 제기되고 있는 내용을 알아봤다.



‘쌀소득보전직불금’은
쌀 직불금은 지난 2005년 7월 정부가 WTO 쌀 재협상에 따른 시장개방에 대비하기 위해 추곡수매제를 폐지하는 대신 쌀 공공비축제와 함께 도입했다. 쌀값이 떨어지면 정부가 ‘쌀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일정 금액을 보전해주겠다는 것이 이 제도의 주된 내용이다.

쌀 직불금은 고정직불금과 변동직불금으로 구분되는데, 고정직불금은 1ha 당 농업진흥지역의 경우 74만원, 비농업진흥지역의 경우 54만원을 책정해 매년 10월에 지급되고, 변동직불금은 그해 쌀값이 목표가격인 17만83원보다 떨어졌을 때 그 차액의 85%를 보존해주는 것으로, 1ha당 100만원 한도내에서 지급된다. 지난 2007년의 경우 30만원 정도가 지급됐다.

직불금 지급대상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논농업에 이용된 농지에 한해 대상농지에서 실제로 논농업에 종사하는 농업인이다. 쌀농업기반 조성과 유지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농지의 면적을 기준으로 그 농지의 주인에게 직불금을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농업인이 매년 2월말까지 직불금을 신청하면 3월~9월 중에 확인조사를 거쳐 지급하게 된다.

직불금 신청을 원하는 농가는 주소지 읍·면·동사무소를 찾아가 본인이 소유한 농지와 경작 등 증명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현장 공무원이 관련 서류와 현장 점검 등을 통해 신청자가 부정 수급자인지 여부를 확인한 뒤 최종적으로 시장·군수가 직불금 지급을 승인한다. 이렇게 취합된 직불금 규모는 행정안전부를 통해 농식품부에 보고되고 정부는 예산과 기금을 통해 해당 금액을 지방자치단체에 지급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쌀 고정 직불금은 2005년 6038억원(103만 3000명),2006년 7168억원(105만명), 지난해 7120억원(107만 7000명)이 지급됐다. 쌀 변동직불금은 2005년 9007억원(98만 4000명),2006년 4371억원(100만명), 지난해 2791억원(102만명)이 지출됐다.

직불금 부정수령 문제는
이번 쌀직불금 부정수령 문제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는 “직불금이 부당하게 집행되지 않도록 점검을 했지만 회사원, 공무원 등 타직업 보유자나 부재지주 등이 직불금을 수령하는 사례나 지급상한이 설정되지 않아 대규모 농가에게 직불금이 집중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며 현재 관련 제도 개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지자체 인력부족, 실경작자 확인시스템 미흡 등 관리상 문제도 큰 원인으로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도 동일한 문제를 지적당했다.

이와 함께 농식품부는 부정 수령과 관련 시스템을 가동해 부정사례를 적발해 직불금을 회수했고, 3년간 신청자격을 제한하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보건복지부 이봉화 차관의 경우처럼 농지 소유자가 각종 편법을 동원해 직불금을 신청하고 수령해가도 적발해내기 힘들게 제도가 마련돼 있어, 대부분 ‘땅투기’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제도 개선안 마련
지난 7일 농식품부는 국회에 ‘쌀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실경작 및 임대차 확인 강화 ▲일정액 이상 농업외소득자 지급 제한핵심 변경 ▲지급면적 상한 설정 ▲신규 진입자 지급 제한 ▲부당신청 제재 강화 등 5가지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쌀직불금 신청자가 주소지 읍·면·동에 신청하면 농지 소재 마을 이·통장이 조사하는 방식으로 실경작 여부 확인작업 이뤄졌으나, 앞으로는 직불금 신청은 농지 소재지 읍·면·동에서만 받고, 신청인이 농지 소재지와 다른 곳에 사는 ‘관외 경작자’일 경우 쌀 판매 및 비료 구매 실적이나 이웃 경작자의 증명 등을 통해 반드시 직접 농사를 짓는 사실을 입증하도록 했다.

또 농업을 제외한 업종에서 거두는 종합소득(부부 합산)이 3천500만원 이상인 사람은 쌀농사를 짓더라도 직불금이 지급되지 않고, 개인 10ha, 법인 50ha를 지급 상한면적으로 정해 대규모 기업농에게 직불금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로 했다.

쌀시장 개방 피해와 무관한 신규 진입자의 직불금 수령을 막기 위해 직불금 지급 대상도 2005~2008년에 적어도 한 번이상 직불금을 받은 농업인과 농지로 한정했다. 다만 후계농으로 선정됐거나 같은 세대원이 농사를 승계한 경우 등은 계속 대상으로 인정된다.

문제 해결될까 의문
그러나 여전히 부정수령 사례를 적발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부 정직한 부업농이나 공무원 등을 제외하고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부재지주, 즉 땅투기를 목적으로 취득하고 있는 땅주인들이 이같은-각종 제반서류만 충족시키면 되는-제한조건을 어떻게 해서든 해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부정 수령 근절을 위해서는 편법, 불법 부재지주 일제조사를 하고 불법이 밝혀지면 형사 처벌도 불사하는 엄격한 법 적용이 필요하고, 직불금을 농약이나 비료 등 농자재로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해볼만 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민단체들도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갖가지 묘안을 짜내고 있는데 이렇다 할 묘수는 없는 형편이다. 다만 비료값, 농약값 등 생산비 폭등을 감안해 직불금을 더 인상하고, 여기에 밭농업직불금을 시행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대도시 농업인구는 8만2천명
이런 가운데 쌀 개방에 따른 논면적 감소 등 직불금 혜택 농지면적은 매년 줄고 있지만 혜택 농업인구는 늘고 있다는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왔다. 쌀직불금 지급이 시작된 이후 서울과 6대 광역시의 농업 인구가 급증한 반면 이외의 지역에서는 줄었다는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 14일 한나라당 정해걸 의원에게 제출한 ‘지역별 직불금 지급 대상자 추이’에 따르면 서울과 6대 광역시에 거주하며 직불금을 받은 사람은 2005년 6만2000명에서 2007년 8만2000명으로 2만명이나 늘어났다. 서울과 6대 광역시 거주민이 직불금을 받은 농지 면적도 5만1000ha에서 5만3000ha로 2000ha나 증가했다.

반면 나머지 9개 도의 농업인이 직불금을 신청한 농지 면적은 97만3000ha(2006년)에서 96만5000ha(2007년)로 8000ha 감소했다. 특히 서울시 직불금 수령 대상자는 2005년 3225명에서 2007년 6099명까지 증가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2년 사이 서울에 거주하는 농업 인구가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직불금 신청 농지 면적도 2055ha에서 3347ha로 63% 늘었다.

농식품부는 올해에도 직불금을 신청한 100만여 건 가운데 부정 신청 의혹이 있는 건수만 22만건이 있다고 밝혔다.

‘진짜 농업인’ 찾기 힘들어
제도가 보완되긴 했지만 직불금 제도를 이용한 양도소득세 면제 혜택을 노린 도시의 비농업인이나 땅투기 문제는 쉬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불어 대부분의 임차인 신분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진짜 농업인’이 땅주인의 직불금 요구나 임대료 인상 요구, 또는 임대거부 압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여전한 실정이다.

현행 농지법에는 ‘자경’하는 농업인, 즉 자기 소유 농지에서 1/2이상을 자기 노동력으로 경작해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쌀직불금 제도상 ‘종사’, 즉 ‘실제 경작 또는 경영’하는 농업인으로 규정하고 있어 ‘진짜 수령 대상자’를 가리기 힘들다. 요즘은 모내기, 농약살포, 수확 등 작업을 위탁하는 것이 일반화 돼 있어 현행법상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농식품부의 지적대로 부정한 직불금 수령사례가 의심되지만 현재의 농업경영 형태가 과거와 달라서 제대로 추궁하거나 확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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