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 리그에서 메이저 리그로 올라섰다고 할까, 아니면 메이저 리그에서도 꼭지에 섰다고 할 수 있을까. 전라남도 국화산업의 성장은 그만큼 눈부시다.

게다가 후발주자로 나선 전남 국화가 최근 2, 3년 새에 국내시장을 선도하며 대한민국 국화산업의 경쟁력을 견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괄목상대’를 덧붙이기에 충분하다.

전남 국화의 괄목상대할 성장의 배경에는 산, 학, 관, 연 각각의 자구노력과 상호협력이 자리를 틀고 있다.

무안, 곡성, 해남, 담양, 고흥 등지 국화 재배농가들은 전국각지의 전문가들과 해외선진지를 찾아다니며 기술수준을 끌어올렸고 목포대, 전남대, 순천대, 호남대 등 지역학계는 재배관리기술 컨설팅은 물론 브랜드 개발과 수출시장 개척 등 ‘가려운 데’마다 시원하게 긁어줬다.

전남도와 농업기술원, 국화재배농가가 많은 무안, 화순 등지 시·군과 농업기술센터의 관심과 지원도 전남 국화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농가소득 향상을 일궈내는 데 기여했다.

전라남도 국화 특화작목산학연협력단(단장 유용권 목포대 교수)은 이러한 산, 학, 관, 연 협력체계의 단단한 고리가 됐다. 머리와 손발이 따로 놀면 각고의 노력도 허사가 되기 십상이다. 사단법인 전남국화유통사업단 결성과 ‘전남 국화’를 뜻하는 고품질 국화 공동브랜드 ‘J-MUM’(제이 멈) 개발과 성공적인 시장 진입도 산학연 협력단의 작품이다.

◇ 전남 국화의 추락…특화협력단 절감
전남 국화 산학연 협력단은 2004년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협력단 구성으로는 경남보다 앞섰지만 국내시장과 일본 등 수출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경남 국화산업에 견주면 한참 늦은 출발이다.
그렇잖아도 전남지역 국화 재배면적과 판매량은 2005년경부터 크게 줄었다.

전남은 2005년에 전국 국화재배면적 796헥타르 중 10% 비중인 80헥타를 재배했지만 2006년 78헥타르로 줄었다. 전국 면적이 805헥타르로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비중은 그만큼 더 줄었다.

전남지역 국화 판매량 감소폭은 더 크다. 같은 기간 전국 판매량은 5억6천만 본에서 4억만 본 수준으로 30% 정도 줄었는데 전남 국화 판매량은 6천400만 본에서 3천만 본으로 절반 이상이 줄었다.

이 같은 판매량의 대폭감소 현상은 시장형성 규모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국화의 생산성이나 상품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게 유용권 목포대 교수의 설명이다. 기후 영향이나 재배기술 수준에 따라 생산성과 상품성이 판이한 게 국화의 특성이라는 얘기다.

이는 전남 국화 협력단 활동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국화 연작재배에 따른 생산성과 품질의 저하, 육묘표준화 등 선진재배기술 보급이 미흡한 탓에 들쑥날쑥 상품성이 떨어지는 꽃 생산을 방관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전남 국화가 수출과 유통 시장에서 다른 지역에 밀리고 있다는 사실도 특화협력단 구성의 필요성을 절감한 이유다.

2005년 전체 국화수출액 850만 달러에 견줘 전남지역은 61만 달러로 전국대비 7%에 그쳤다. 수확, 선별, 포장 시설이 열악하고 재배농가 조직화가 미흡해 공급물량규모로 움직이는 양재동 화훼공판장 등 주요 화훼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처지로 전락했다.

◇ 국화 협력단 당찬 ‘고품질 출사표’
전남지역 국화가 최근 몇 년 새에 산업경쟁력을 잃고 아찔한 추락을 경험하긴 했지만 2007년 농촌진흥청의 특화작목 산학연 협력단 2단계 사업에 선정된 전남 국화 협력단은 자신감을 잃지 않고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국화 재배면적과 판매량이 크게 줄면서 시장주도권을 잃긴 했어도 재배기술수준을 향상해 고품질 국화로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울 심산이었다. 아울러 2004년부터 벌인 1단계 협력단 사업이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탄력이 붙는 양상을 보였다.

실제로 2006년 국화 판매량이 급격히 줄었지만 2007년 다시 2005년의 80% 수준까지 회복했다. 게다가 판매량이 들쭉날쭉한 것에 반해 전남지역 국화 판매액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전남지역 국화 판매액은 2005년 75억원 수준에서 2006년 87억원, 2007년에는 122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2007년 판매액은 2005년에 견주면 161% 수준이다. 전국 판매액은 같은 기간 1천30억원 규모에서 911억원으로 오히려 10% 이상 줄었으니 국화 협력단이 한껏 고무될 수밖에 없었다. 가구당 평균소득도 전남지역은 50% 이상 늘었다.

국화와 관련한 지역학계나 지방자치단체의 풍부한 인력풀도 전남 국화산업의 든든한 후원자임을 자임했다.

지역에 있는 대학의 경우 유용권 목포대 교수를 비롯해 전남대 교수 3인, 호남대 교수가 국화 협력단 기술전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전남농업기술원과 무안, 화순 농업기술센터 관계관들이 연구와 지도에 나섰다. 한국화훼생산자협의회, 국제화훼종묘, 부용꽃꽂이중앙회, 광주꽃예술작가협회, 농수산물유통공사 같은 유통이나 이용업체 관계자들도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수출이 살길…일본 넘어 시장다변화
전남 국화 협력단은 1단계 사업 3년간 집중적인 재배기술 컨설팅과 유통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2007년부터는 2단계 사업의 초점을 수출에 맞추고 있다. 꽃이 원체 경기를 타는 품목인 데다 최근 중저가의 중국산 국화가 밀려들어오기 때문이다.

국화 협력단 기술전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전남 무안의 박남기 무안승달영농법인 대표는 “대국 시세가 7월까지 나쁘지 않았는데 올해 중국산이 4천만 본 이상 수입되면서 꽃값이 급락했다”며 중국산을 이길 비책은 고품질과 수출확대에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최근 중국산 대국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양재동 화훼공판장 경매가격이 1송이에 260원 수준에 불과한데 일본시장에 수출할 경우 물류비나 제반 경비를 제외하고도 1송이 수취가격이 400원 가까이 된다”고 설명했다.

유용권 교수도 중국산 국화 유입이 2007년에 견줘 올해 3배 이상 늘어났고 앞으로도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국내 국화산업의 활로는 품질 차별화, 시장 다변화를 통한 수출 확대에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국화 협력단은 온도관리나 수경재배 컨설팅, 병충해 예찰과 방제 기술지도, 수출용 고품질 국화생산을 위한 정식밀도 개선 같은 선진재배기술 보급에 힘쓰는 한편 유통, 홍보 마케팅 활동과 수출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다.

◇ 수출첨병 자처한 전남국화유통사업단
고품질, 수출 전략에 있어 첫 번째 성과는 브랜드 개발을 꼽을 수 있다. 균일한 고품질의 국화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기반을 갖춘 데 이어 이를 제대로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바로 ‘J-MUM’이라는 공동브랜드. 협력단은 이 브랜드를 내세워 국내시장과 일본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는 평이다. 그만큼 철저한 품질관리가 선행됐음은 물론이다.

수출시장 개척 노력도 하나둘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일본 국화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백선’ 품종에 대해 일본 암전농원 측이 최근 3년간 반입을 금지했는데 협력단과 ‘국제화훼종묘’의 계속된 타진으로 올해부터 수출이 재개됐다. 여름철 ‘백선’ 수출로 재배농가 수익이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협력단의 선창과 각 지자체의 지원으로 설립된 전남국화유통사업단은 수출시장 다변화를 이끌고 있다. 해외수출 국화의 경우 유통사업단에서 공동으로 선별, 포장, 수출함으로써 고품질을 담보해내는 한편 해외바이어와의 수시접촉으로 시장개척을 꾀하고 있다.

실제로 유통사업단은 10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출하가 가능한 ‘신마’ 품종 수출을 위해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화훼수입업체 바이어를 초청해 상담회를 개최하고 러시아 시장도 두드리고 있다. 영암군 남산농원 국화 1억 송이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전남 국화 협력단의 마케팅 활동은 조금씩 더 적극성을 띠고 있다. ‘J-MUM’ 브랜드 홍보를 위해 전국 화원과 장례식업체를 대상으로 홍보사업을 펼치는가 하면 국화 인터넷 경매사이트 확대, 직판사이트 개발 등으로 한발 앞서간다는 전략이다. 메이저 리그의 ‘빅 스타’를 꿈꾸고 있다.


사령탑 인터뷰 - 유용권 목포대 교수

전남국화 고품질 선도…급속 확산할 것

전라남도 국화의 고품질 전략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중국산 중저가 국화 유입이 급증하면서 품질 차별화 여부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품질 고급화는 국내시장에서 중국산을 밀어내는 것뿐 아니라 수출시장 확대를 꾀할 수 있는 키워드로 통한다.

전남 국화 특화작목산학연협력단을 이끌고 있는 유용권 목포대 교수는 고품질 전략에 맞는 기반을 구축했다고 자평했다. 고품질 국화의 핵심기반을 다졌으니 이제 ‘퍼즐’을 완성하면 되는 시점이다. 재배기술 보급을 통한 생산기반 구축, 질량선별시설을 갖춘 철저한 상품관리, 국화 수면연장기술 개발에 따른 생장유통 연장, 고품질 공동브랜드 ‘J-MUM’ 인지도 향상 등의 ‘조각’을 끼워 맞추는 단계에 와 있다.

유 교수는 2009년에 주목하라고 주문했다. 고품질 ‘퍼즐’을 맞춘 전남 국화가 시장을 재편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출과 고품질에 사활을 건 듯하다.


국화 가격이 갑자기 하락한 것은 여러 요인이 있지만 중국산 유입을 먼저 꼽지 않을 수 없다. 9월까지 4천만 본 이상이 수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에 견주면 3배 늘어난 수준이다. 국내에 들어오는 중국 국화는 중저 품질이다. 고품질 국화는 그들도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 결국 국내시장에서는 품질로 승부해야 시장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시장의 수요도 고품질에 눈을 돌리고 있다.

국화도 고품질 시장은 한계가 있지 않나.


스무 송이 한 단을 풀어헤칠 경우 버리는 꽃이 적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수출국화와 같이 중량이나 꽃대 길이, 직선도 등 규격에 맞는 상품을 원하는 것이다. 그들로서는 당연한 요구다. 중국은 저가 국화로 시장을 공략하겠지만 이러한 수요기준에 맞게 수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고품질 전략이 국내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성공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전남은 내년부터 고품질 국화를 본격적으로 시장에 내놓을 것이다.

공동브랜드 ‘제이멈’ 홍보도 중요하지 않나.
= 제이멈은 고품질 전남 국화를 상징하는 브랜드가 될 것이다. 화훼경매시장이나 일본시장에서 제이멈의 인지도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브랜드 개발이후 생산부터 유통까지 철저한 품질관리에 주력하면서 기회가 되는 대로 시장상인들을 대상으로 홍보를 벌여왔다. 2009년부터는 한층 격상한 제이멈이 나온다.

수출국화 표준규격에 맞는 고품질 국화 생산과 선별, 수면연장제 처리기술 적용 등으로 시장수요에 맞는 균일한 제품만 내놓을 것이다. 무안에서 시도하면 아마도 전국에 급속도로 확산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내 국화시장은 균일한 품질의 상품만 유통하는 시장으로 재편되고 중간상인과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가격시장 안정과 농가소득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장탐방-박남기 무안 승달영농조합법인 대표

“제 기술 믿다가 낭패…‘교과서’ 대로 해야 성공”

양파와 마늘, 백련으로 세간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전남 무안군에 승달산이 있다. 예전에 인근에서 알아주던 산이었지만 이제 ‘아는 사람만 아는 산’이 됐다. 옛 명성을 잇는 것일까. 무안 승달영농조합이 국화로 화훼시장에서 이름을 떨칠 태세다.

박남기(54세) 승달영농조합 대표는 승달이란 지명보다는 ‘전남 국화’, ‘무안 국화’를 앞세웠다. 서울 삼성병원이나 현대아산병원 등에 조화를 공급하는 업자나 양재동 화훼공판장 상인, 국화수출업체 사람들에게는 박남기나 승달, 무안, 전남, 국화란 낱말이 한 이미지로 묶이는 듯하다.

“농사는, 모든 것이 그렇듯이 경륜이 중요하다. 그러나 경륜보다 더 중요한 게 ‘정석’이다. 제 경험과 기술을 믿고 교본을 따르지 않으면 낭패를 보는 게 농사고 국화다.”

박 대표는 성공담에 앞서 실패경험을 꺼냈다. 국제구제금융(IMF) 한파 직후인 1998년 작심하고 국화 재배를 시작했는데 첫해에 쓰라린 아픔을 겪었다. ‘왕창 실패했다’는 박 대표는 당시 2천500만원을 투자해 고작 120만원을 손에 쥐었다. 꽃을 수확하긴 했지만 팔 수 있는 꽃이 거의 없었던 탓이다.

그리고 2, 3년간 지지부진한 농사. 그간 박 대표는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나 전국 각지의 내로라하는 국화재배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전문기술습득에 주력했다. 한술 더 떠 20여 최고전문가들을 자신의 농장에 적어도 두세 차례 방문케 하는 극성을 보였다. 결국 농사경험이나 자신의 노하우보다는 ‘국화재배 교본’대로 하는 게 성공의 지름길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박 대표는 마침내 2001년에 6천600제곱미터(약2천평) 시설하우스에 국화를 재배해 8천만원의 조수익을 얻는 데 성공했다. 120만원에 견주면 장족의 발전이다. 당시 빚이 4억2천만원 정도였다니 8천만원 소득을 스스로 대견해했을 법도 하다. 그러나 박 대표의 변신은 그때가 시작이었다.

“교과서대로 하니 아무리 농사를 망쳐도 본전은 했다. 농사도 잘 되고 시세도 좋은 해면 그만큼 수익이 늘었다.” 이후 박 대표는 국화농사 재미에 푹 빠졌다고 한다. “현재 빚이 1억 4, 5천만원 정도니 나름대로 꽤 성공한 편”이라고 말하니 동문서답하듯 국화 산학연 협력단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박 대표는 “2001년 2천평에서 8천만원 소득, 2007년에 2억6천만원이니 3배로 늘었다는 게 의미가 크다. 그만큼 주변에서 도와줬고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며 자신의 노력보다는 주위 사람들에게 공을 돌렸다.

6년만에 빚 3억여원을 갚고 4남매 대학교육과 해외유학까지 뒷바라지한 박 대표는 한층 여유가 있어 보였다. 1975년 농사를 시작해 오이로 쏠쏠한 재미(?)를 보기도 하고 다른 작물로 몇 차례 실패한 경험도 있지만 박 대표의 여유는 국화재배에 대한 자신감이나 앞으로 펼칠 꿈에서 비롯한 듯했다.

무안 국화가 전국에서 으뜸이라고 자부하는 박 대표는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국화시세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연간소득 2억3천만원이 예상되는 박 대표는 질량선별기 도입이 이뤄지는 내년이면 고품질의 전남 국화가 시장을 바꿔놓을 것이라며 희망의 꽃이 만개하길 고대하고 있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