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래 재배농가 사이엔 한때 ‘망다래’란 말이 돌았다. 참다래가 고소득 작물로 알려지긴 했으나 실상은 궤양병 때문에 농사를 망치기 일쑤이기에 ‘망다래’라 불렀던 것. 재해에도 취약해 태풍이 한번 휩쓸고 지나가면 이듬해까지 이태 연속 농사를 망치기도 한다.
이 ‘망다래’를 ‘금다래’로 바꾼 숨은 주역으로 전라남도 참다래 특화작목산학연협력단(단장 박용서 목포대 교수)이 꼽힌다. 전남 참다래 협력단은 농가와 영농조합에 대한 상시진단과 동정파악, 토양관주와 수세관리 지도로 궤양병을 예방하는 한편 방제제 개발에도 노력하고 있다.


◇ 3년 연속 우수 협력단에 선정돼

전남 참다래 산학연 협력단은 지난해 농촌진흥청(청장 이수화)이 주관하는 과수, 화훼, 특작, 축산분야 전체 45개 특화작목사업단 평가에서 전국 4위 협력단에 랭크되는 영광을 안았다. 활동성과, 현장농업인의 신뢰와 만족도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참다래 협력단은 농촌진흥청이 매년 실시하는 전체 특화작목사업단 평가에서 최근 3년 연속 상위 20%에 포함될 정도로 대내외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다른 지역 협력단이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전폭적인 예산지원을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참다래 협력단의 성과는 더 값지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대학교수, 농업기술원과 농업기술센터, 산업체, 농협과 영농조합법인 대표 등 전문가 19인으로 팀을 구성한 전남 참다래 협력단은 주말을 이용해 과수원, 영농조합, 가공업체 등을 찾아다니며 생산에서 가공까지 현장애로사항을 해결해왔다. 그 결과 10% 안팎의 생산성 증가, 상품성 증대 효과를 거뒀다.

참다래는 노지재배에서 비가림 시설재배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인공수분이 필수적인 작업이 됐다. 협력단은 2004년 첫해부터 매년 인공수분 생력화와 생산비 절감을 위해 화분 현탁액 1천 리터를 제조해 농가에 공급함으로써 신뢰를 쌓아왔다.

인공수분 표준기술 개발도 한몫을 했다. 화분불량, 증량제 과다사용, 수분요령 미숙으로 인공수분에 실패하는 농가가 적지 않았으나 협력단의 표준기술 보급 이후 실패농가는 한 곳도 나타나지 않았다. 농가들이 협력단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이유 중 하나다.

협력단은 이와 함께 궤양병, 역병, 부패병 종합방제기술 보급으로 결실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이다. 수시예찰과 동정파악으로 적기 방제체계를 구축하고 불량영양제와 불량 친환경자재 사용 근절, 사랑방 좌담회 등 현장밀착형 컨설팅으로 결실불량이 거의 사라졌다는 게 사업대상농가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박용서 참다래 협력단장은 “이렇게 현장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 해결 이외에 앞으로는 화분 채취에서 저장, 유통에 관련한 신기술 개발 등을 통해 ‘화분은행’을 개설하고 결실 안정화에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다래수액 상품화로 농가경쟁력 상승

참다래는 여러 과일 가운데서도 맛과 기능 면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먹기 전에 집에서 다시 익혀 먹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이 과정에서 건조와 부패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다.

협력단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틸렌 처리를 통한 연화기술’을 개발했다. 에틸렌을 처리할 경우 후숙기간이 3∼5일로 단축될 뿐 아니라 과실도 균일하게 익어 당과 페놀화합물이 각각 10% 늘어나고 항산화도 20∼30% 늘어 맛과 기능성이 향상한다는 게 협력단의 설명이다. 이 기술에 그치지 않고 비대제 살포 금지로 품질과 저장성을 높이고 비파괴선과를 이용한 품질균일화에도 성공했다는 평이다.

수입산 양다래(키위)와 재래종 다래를 교배해 만든 수액 채취용 다래도 주목받고 있다. 목포대 박용서 교수팀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5년, 상품화 5년 등 꼬박 10년의 노력이 빚어낸 기술이다.

참다래 협력단은 예로부터 조상들이 다래나무 수액을 음용했다는 고문헌의 기록에 주목, 다래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해 맛과 주요영양소, 무기물을 분석한 결과 시중에 유통중인 다른 수액보다 우수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협력단은 연구개발 직후 특허기술을 전남지역 참다래 영농조합에 이전하는 한편 신선수액과 함께 수액 파우치(주머니)를 개발하는 등 수액 상품화에 성공함으로써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했다.

실제로 2007년 보해식품, 2008년 동서제약 등에서 다래수액 파우치와 다래수액 액상차를 상품화하고 고흥농산물유통회사를 통한 안정적 판로 확보에 성공하면서 고흥 남부참다래 영농조합은 연간 2억원의 소득증대효과를 얻고 있다. 협력단이 개발한 수액 간장과 된장, 수액과 과실을 혼합한 기능성 음료 등도 향후 참다래의 부가가치를 한층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래수액은 현재 골프장, 호텔, 대학매점, 식품전문매장에서 꾸준히 소비되고 있어 앞으로도 안정적인 농가소득 창출에 기여하고 농가경쟁력 향상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협력단은 현재 필리핀,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참다래 협력단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간 1단계 사업에 이어 2007년부터 2단계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협력단은 이 기간에 국내산 참다래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생산비 절감과 품질향상에 주력할 방침이다. 현재 국내산 경쟁력은 뉴질랜드 키위의 80%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 이를 3년 안에 9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박용서 단장은 “전업농 양성, 강력한 영농조합 육성, 거점별 유통단일화, 가공품 개발과 상품화 등을 계획대로 추진하면 외국산 키위 수입을 줄이고 동남아지역을 중심으로 한 참다래 수출시장 개척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사령탑 인터뷰 - 박용서 목포대 교수


“뉴질랜드산 경쟁력 따라잡을 날 머잖아”


넓고 쾌적한 국립 목포대학교 무안캠퍼스는 가을학기 개강 덕인지 젊은이들의 활기가 넘쳐났다. 전남 참다래 산학연 협력단장인 박용서 교수를 만나기로 한 곳은 ‘지역특화작목산업화센터’ 건물. 다른 대학의 경우 산학협력단에서 공업부문을 포함한 전 분야 산학협력 사업을 다루는데 목포대에는 ‘지역특화작목산업화센터’가 따로 설립됐다. 박 교수를 비롯한 농업분야 교수들의 분투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 교수는 연신 “해피하다, 즐겁다”고 말했다. 대내외 여건변화로 우리 농업과 농촌이 어려움에 처한 현실을 생각하면 심각해질 수밖에 없으나, 그간 협력단 사업이 성과를 내면서 농가소득이 늘고 침체한 지역경제가 활성화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떠올리니 해피하다는 것. 과거사가 아니라 향후 활동에 자신감이 배어있는 듯했다.
참다래 농가들이 다래수액을 꽤 높이 평가한다.

= 다래수액에 관한 연구는 10년 전부터 시작했다. 본초강목 등 고문헌에도 조상들이 다래수액을 음용했다는 기록이 있어 여기에 착안했다. 목포대 참다래 사업단과 전남농업기술원 과수연구시험장이 함께 연구를 진행해 1998년에 수액 시제품을 내놨다. 재래종 다래와 양다래 나무를 교배해 수액채취용 다래나무를 개발하고 채취기술 등 특허를 내기까지 꼬박 5년이 걸렸다. 2002년 6월에 ‘다래수액 제조’ 특허를 취득한 이후 틈날 때마다 시음회와 홍보를 펼치고 별도로 상품화와 농가보급에 힘썼다.

농가에서 수액 채취를 꺼렸다는 얘기를 들었다.
= 농가들이 처음엔 다래 생육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수액채취를 꺼렸다. 다래수액이 돈이 될까하는 의심도 있었고 참다래 농사만이라도 잘 짓겠다는 의식도 작용했다.

참다래 협력단은 다래 열매뿐 아니라 그 부산물을 상품화하면 그만큼 부가가치가 커진다는 점을 현장농업인에게 강조했다. 다래 생육을 걱정하는 농업인들에겐 연구결과를 설명하며 ‘헌혈’에 비유하기도 했다. 사람도 피를 뽑으면 새로운 피가 생기고 오히려 건강에도 이로울 수 있다는 점을 얘기하니 수긍하는 사람도 늘고, 실증농가 사례를 확인하고 지금은 너나없이 제조기술을 요구하고 있다.

뉴질랜드산, 칠레산 키위 등과 경쟁해야 하는데.
= 우선 국내 재배품종이 대개 뉴질랜드 품종이다. 가격과 품질, 생산성 면에서 한참 뒤처진 것을 지금은 뉴질랜드의 80%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참다래 산학연 협력단이 2단계 사업을 마치는 2010년까지는 뉴질랜드의 90% 이상 수준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제주지역과 경남지역과도 국내 경쟁이 이뤄지겠지만 무엇보다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전남 참다래는 해남, 고흥, 보성 등지를 중심으로 안정적 생산기지를 형성하고 있다. 다래수액뿐 아니라 다래 된장, 간장 등 가공품에서도 한발 앞서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다.


현장탐방-신 강 식 고흥 남부참다래영농조합법인 대표

“억대소득에 젊은이들 귀향 보니 흐뭇해”

전남 고흥은 서울에서 남쪽으로 500킬로미터 가까이 되는 먼 거리에 있다. 신강식(72세) 남부참다래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고흥군에서도 남쪽, 소록도가 발치에 있는 도양읍(녹동)에서 4만 제곱미터(약1만2천500평) 면적의 참다래 농사를 짓고 있다.

신강식 대표는 고흥에서도 남쪽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참다래 재배적지임을 강조했다. 고흥군에는 참다래 영농조합이 5개 설립돼 있는데 4곳은 고흥 북부지역에 있고 남부 영농조합만 고흥 남쪽에 있다. 다래 품질과 생산성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단다.

신 대표에 따르면 시장에 유통하는 참다래의 당도가 대개 12∼14도 브릭스 정도인데 고흥 남쪽지역 치는 보통 15도 브릭스가 넘어 17, 18도 브릭스에 이른다. 당도가 좋으니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곳은 전남지역뿐 아니라 경남 해안지역, 제주지역을 다 견줘도 참다래 재배적지란다. 고흥군 북쪽지역보다 서리가 늦게 오기 때문에 12월 중순 이후에도 수확이 가능하니 당도가 높고 일교차와 일조량을 봐도 호조건을 갖추고 있다. 기후통계상으로 제주지역보다 일조량이 연간 700시간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여기에 ‘품질을 높여 가격을 더 받자’는 남부 영농조합의 전략이 고흥 참다래의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영농법인 설립초기 위기를 맞은 뒤 회생을 발판을 삼은 것도 ‘고품질 전략’이다.

1996년 녹동농협 참다래 작목반으로 시작해 150여 농가로 영농법인을 꾸린 직후 무리한 시설투자로 위기의식에 사로잡힌 회원농가들이 대거 탈퇴하는 아픔을 겪었다. 남은 농가는 22농가에 불과했다. 이때부터 신 대표는 고품질로 승부를 걸었다.

“당시 품질을 승부수로 보고 공동선별을 거친 것만 상자와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물량은 적어도 시장에서는 품질을 알아봤다.” 출하 수취가격이 높아지면서 탈퇴했던 농가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2005년부터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따른 피해산업 지원금이 영농조합에 할당되면서 초창기 규모를 회복했다. 현재는 127농가. 가입을 희망하는 농가들이 늘고 있지만 신 대표는 고품질, 친환경 전략을 고수하며 조합을 이끌고 있다.

고흥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참다래 농사를 시작했다는 신 대표. 계기가 궁금했다. 신 대표는 “농협 지도부장을 지내면서 참다래의 가능성을 알았다. 뉴질랜드와 우리나라 남해안 지역을 비교하면 기후도 비슷하고 농업인의 기술력과 열정이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농업인들에게 권장하고 다녔다.” 결국 신 대표는 농협을 그만두고 1980년부터 손수 참다래 농사를 시작했다.

“이제 대표 자리는 내놔야지. 젊은이들이 적극 활동할 토대는 됐으니까.” 신 대표는 젊은이들 자랑으로 말을 이었다. 최고령자이긴 하나 여전히 활력 넘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조합을 이끌었던 신 대표는 “45세 미만이 25농가나 돼고, 55세 이하는 절반이 훨씬 넘는다”며 흐뭇해했다.

아쉬운 점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고 젊은이들이 도전해볼만한 참다래 농사이지만 시작이 어렵다는 것. 최소 1헥타르 규모를 갖추려면 시설비가 만만찮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없을 경우 도전조차 어렵다는 얘기다.

신 대표는 꼭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며 참다래 산학연 협력단을 거론했다. 이 모든 성장과 발전이 농업인 스스로의 노력도 있었지만 목포대 박용서 교수를 비롯한 협력단의 아낌없는 지원과 지도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성과 & 과제

1. 기술이 경쟁력, 선진기술로 무장
전남 참다래 산학연 협력단은 기술이 경쟁력임을 확신하면서도 우리 참다래 기술수준과 생산성이 뉴질랜드에 뒤처진 사실을 인정하는 모습이다. 최근 몇 년간 기술격차를 줄이기는 했으나 아직도 80% 수준이라는 게 협력단의 평가.

협력단은 ‘망다래’로 부를 만큼 병충해와 자연재해에 취약한 참다래 농사에 기술력을 승부수로 봤다. 궤양병, 부패병 등 주요병해 예방기술을 개발해 보급하고 인공수분용 화분 현탁액을 공급하는 정성으로 농업인에 다가갔다.

길항미생물을 이용한 잿빛곰팡이병 방제용 생물제제 개발, 세균성 꽃 썩음병 생물방제를 위한 노동력 절감형 환상박피기 개발 등 협력단의 기술개발은 끝이 없다. 3년 내 뉴질랜드산 경쟁력의 90% 이상 달성은 허언이 아니다.

2. 부산물 활용해 부가가치 높이기
다래수액은 참다래 협력단의 역작이다. 5년여의 연구개발, 다시 5년여의 현장적응과 상품화 노력은 그 결실이 꽤 달다. ‘다래수액 제조’ 특허권을 가진 목포대와 고흥 남부참다래 영농조합간 협약으로 안정적인 제품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20밀리리터 짜리 45만 파우치(주머니)를 생산해 연간 농가소득 2억원 증대효과를 얻었다.

농가들에 따르면 10아르(약300평)에서 다래수액을 채취할 경우 100만원의 순수익이 생긴다고 한다. 이들은 다래수액 수익을 ‘불로소득’으로 볼 정도다.
게다가 다래수액 수익으로 전체 참다래 경쟁력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이제 다래 간장, 된장, 액상차도 빛을 보기 직전이다.

3. 지역을 먼저, 현장을 우선에 두기
박용서 참다래 협력단장은 참다래를 중점을 두고 있기는 하나 전남지역 전체의 특화작물을 염두에 두고 있다. 특화작물의 경우 중앙정부의 정책이나 지원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품목별 특화전략은 쉽지 않은 길이다.

결국 지역에서 ‘자력갱생’의 정신으로 임해야 한다. 이 같은 인식에서 참다래 협력단은 지역을 먼저, 현장농업인을 항상 우선에 두고 활동을 벌여왔다.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걸음을 멈추지 않는 협력단과 참다래 농가들의 분투를 지역에서 먼저 알아차려야 할 듯하다. 물론 협력단은 지자체를 비롯한 산학관연의 협력체계를 더 이끌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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