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농업인들이 값비싼 농기계를 구입할 필요없이 농협에서 싼 값에 임대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한 ‘농기계 은행사업’이 본격 시행된다.

또 전국의 농산물 직거래장터와 TV홈쇼핑의 직거래를 활성화해 농산물 유통단계별 유통비용의 거품을 빼내는 방안이 추진된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8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은 내용의 농업현안 대책방안을 발표했다. 장 장관은 이를 위해 농협으로하여금 1조원의 농기계은행사업기금을 조성하고, 약 6조원의 직판장 활성화자금을 투입토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농기계 은행사업은 = 농기계 은행사업은 농협이 농업인이 보유하고 있는 중고 농기계나 신규 농기계를 구입해 농업인들에게 싼 값에 빌려주거나 일정 수수료를 받고 농사를 대신 지어주는 사업이다.

지난 3월 이명박 대통령이 “농협이 농민들로부터 좋은 가격으로 농기계를 사서 관리하고, 싼 가격에 임대하면 농가부채 감소 등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 후 5개월만에 사업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농식품부는 9월부터 시작되는 벼 수확기에 일손이 부족한데다 농기계 구입이 부담되는 만큼 농가가 필요한 기간동안 싼 값에 농기계를 빌리고 작업대행도 할 수 있다면 영농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고 농기계 집중 매입 = 농협은 이번 사업의 조기 정착과 사업효과를 높이기 위해 5년간 투입할 1조원 가운데 우선 내년말까지 3천억원을 집중 투입해 중고 농기계 2만8천여대를 구입할 계획이다.

오는 10월부터 본격 매입이 시작되는데, 농협은 농기계 부채가 남아 있는 농가를 대상으로 내용연수가 2년 이상된 중고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 등 대형 농기계를 매입키로 했다. 특히 1.3ha미만의 영세 소농가나 65세 이상의 고령농업인의 농기계를 우선 매입된다.

중고 농기계 매입가격은 농가의 남아있는 농기계 부채와 중고시세를 감안해 가능한 높은 값을 쳐주기로 했다.
농협은 중고농기계 매입이 끝나면 중장기적으로 여유자금이 생기면 신규 농기계를 구입해 농기계은행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농기계 임대 또는 농작업 대행 = 농협은 구입한 농기계를 농가에 1년 단위로 임대해 주거나 영세농과 고령농을 대상으로 농작업 대행, 또는 임대와 농작업 대행을 병행한 방식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임대비용은 농기계 구입금액의 80% 수준에서 최대한 낮게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농작업 대행료도 지역실정을 감안해 신축적으로 정해질 예정이다.

◇영농비용 절감효과 2조원 = 농식품부는 5년간 1조원이 투자되지만 영농비용 절감 등 효과는 2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식품부 분석결과에 따르면 농가가 직접 농기계를 사서 농사를 지을 경우 1ha당 297만9천원이 들지만, 임대할 경우 71만7천원으로 24% 정도의 비용만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
현재 농기계 보유농가의 평균 농기계 관련 부채는 824만9천원 수준인데, 평균 농가부채 2,138만9천원의 40%가량 차지한다.

◇농가 호응 미지수 = 농식품부가 기대하는 사업효과에 반해 농가 참여도는 아직 미지수라는 반응이 나온다.
농기계 내용연수가 보통 5년인데, 농협은 내용연수 2년이상 남은 것을 구입할 계획으로 고작 3년 쓴 농기계를 팔아치우고 남의 것을 쓰려는 농가가 얼마나 될 것이냐는 문제제기다. “농기계를 팔아서 농협 빚을 갚고 나면 뭘로 농사를 지으라는 말이냐?” “농기계 보다 차라리 시설비나 높은 유류비를 지원하는게 낫다.” 등 농가 호응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일부 지방자치단체도 농기계 임대사업을 하는데 서로 업무가 중복되지 않도록 하고, 임대 후 관리 부실이 뒤따르지 않도록 책임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이번 사업에 고가의 축산 농기계도 포함하고 무인헬기를 이용한 농약방제 대행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유통비용 차이 천차만별 = 농식품부 장태평 장관은 “농식품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천차만별인데, 이 비용을 제거하려면 ‘직거래’가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장 장관은 직거래 확대 효과의 예로 횡성 쇠고기(1+등급, 650kg)의 유통 경로별 가격 차이를 들었다. 지난 8월 횡성 한우가 여러 단계를 거쳐 정육점에서 팔리는 경우와 생산자단체 직영판매장에서 판매되는 경우를 비교한 결과, 농가가 받는 값은 580만원으로 같았지만 소비자 구입가격은 각각 985만원과 922만원으로 직영판매 방식이 65만원 저렴했다고 설명했다. 또 영주 사과 역시 직거래로 농협 하나로마트에 공급할 경우 소비자 가격은 소매와 비슷하지만 농가는 kg당 2,160원을 받아 소매 보다 13.7% 많았다는 설명이다.

◇직판장 거래 활성화 =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행정안전부, 지자체 등과 협의해 도시 지역에 축산물 등을 직거래하는 상설 종합직판장을 정례화하고, 지역별로 생산자 단체가 운영하는 직판장 활성화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농협 역시 총 6조원을 투자, 도시 등에 중대형 판매장을 크게 늘려 현재 7% 수준인 소비지 유통점유율을 2015년까지 1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정부는 식품, 외식업체 등 대량 수요자와 판매자가 온라인에서 직접 거래하는 ‘농식품 B2B 사이버 거래소’를 내년 하반기부터 운영하고, TV 홈쇼핑과 인터넷TV(IPTV) 등 다양한 농식품 직거래 채널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장 장관은 “사과, 배추, 쇠고기, 고등어 등 20여개 주요 농식품에 대해 유통단계마다 발생하는 유통비용을 따져 이를 공개하고 절감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장 장관은 “유통비용을 공개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과도하게 많은 비용을 붙이는 것에 대해 대형 유통업체에게 압박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태평 농식품부장관은 지난 8일 과천 청사에서 농기계 은행사업과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등 현안에 대한 향후 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다음은 장 장관과의 문답 주요 내용.

당장 10월 초부터 농기계 매입한다는데 재원 마련돼 있나.
▲재원은 농협의 기금으로 조성돼 있어 자금 집행상의 어려움은 없다. 내년말까지 중고 농기계 매입에 3천억원이, 올해 매입에만 1천500억원이 배정돼있다.

농기계 은행사업을 농협이 처음에 상당히 반대했는데.
▲농협이 처음 반대했다는 얘기를 듣고 ‘왜 반대할까,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농협은 사실 따지고 보면 주주가 농업인이다.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를 위해 쓴다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다.

농산물 직거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나.
▲직거래로 농산물 거래의 100%를 커버하자는 것이 아니다. 시대적 유통구조 변화 흐름이 현재 5%인 직거래 비중이 5년, 10년 뒤에는 10%, 15% 등으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

농산물 유통비용을 각 업체별로 공개하는 것인가.
▲업체 가격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소값이 도매단계에서 얼마, 대형 할인매장에서는 얼마, 백화점에서는 얼마, 이런 식의 단계별 대표적인 평균값을 공개할 것이다.

직거래가 확대되면 도매시장의 중소 영세 상인들이 어려워지는데.
▲대형 할인매장이 등장해 소형 가게가 어려워진 것처럼 시대 흐름에 따른 유통구조 변화는 어찌할 수 없다. 하지만 재래시장, 영세상인들이 직접 피해를 받지 않도록 직판장을 설치할 때도 세심하게 신경을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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