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먹은 빵의 원료는 어디서 왔을까? 점심식사로 먹은 참치의 수송거리는 얼마쯤 될까? 어제 마트에서 산 야채과일 음료의 원료를 보면 당근즙은 미국, 오렌지와 토마토 과즙은 이탈리아, 사과 과즙은 터키, 레몬 과즙은 이스라엘산이었다. 이 식품(food)들은 공간적으로 수만 마일(miles) 떨어진 이국에서 실려 온 것이다.

푸드 마일리지란…
‘푸드 마일리지’란 식품의 수송량에 수송거리를 곱한 수치로 예를 들어 5톤의 식품을 20km거리에서 수송했을 경우의 푸드 마일리지는 5t×20km=100t·km이다. 식품수송의 과정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 등의 온난화 가스가 지구환경에 미치는 부하의 크기를 계측하기 위한 지표이다.

한국의 수입 농식품 전체에 대한 푸드 마일리지는 약 3200억 톤·km로 일본과 비교하면 3분의 1정도이다. 인구 일인당으로 보면 한국인 일인당 푸드 마일리지는 약 6600톤·km로, 일본의 7100톤·km와 비슷하며 유럽이나 미국의 각국과 비교하여 매우 크다.

품목별로 보면 한국은 곡물(55%)과 유지종자가 전체의 7할 정도를 차지하고 일본은 이 두 품목이 전체의 8할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양국 모두 낮은 자급률의 영향으로 사료곡물을 수입하여 축산물을 생산한다든가, 유지종자를 수입, 착유하는 유사한 산업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식품의 공간적 거리가 너무 멀면 소비자와 생산자간 생산이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 음식을 섭취하게 되고 점차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신뢰도 멀어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토양 및 기후 등의 차이, 신선도 저하로 소비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푸드 마일리지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식품을 수송하는 이동거리가 짧을수록 건강한 식사가 가능하고 연료 사용도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환경론자들은 항공기와 배로 국제화물을 운송할 때 소비되는 연료에 세금을 매기거나 배출을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유럽연합(EU)은 2012년까지 유럽을 오가는 모든 화물운송 항공기에 대해 자기가 내뿜는 만큼의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도록 할 계획이다.

소비자들은 온실가스 발자국(food footprint), 즉 식품을 생산하고 수송하는 과정에서 배출한 온실가스의 양을 상품에 표시하자는 주장과 더불어 실제로 자기 지역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를 먹자는 ‘로컬 푸드’ 운동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에서는 ‘대지를 지키는 모임’의 주도로 ‘먹을거리 마일리지(food mileage)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대형 매장에서는 먹을거리의 무게(t)와 운송거리(㎞), 운송수단을 감안해 얻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소비자들에게 알려준다.

쌀 1t을 100㎞ 옮기면 100t·㎞가 된다. 여기에 비행기 등 수송 수단에 따라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2) 양을 곱해 100으로 나눠 환경 오염도를 나타내는 ‘포코’란 새로운 단위를 만들었다. 드라이아이스를 물에 넣었을 때 나는 소리(일본어로 ‘포코포코’)를 따서 만든 말인데, 특정 식품을 먹기까지 배출된 CO2 양을 의미한다. 1포코는 CO2 100g이다.

이 운동은 빠르게 확산돼 수도권 30여 대형 식품매장이 식품에 생산지와 CO2 발생량을 표시하고 있다. 또 8만여 회원을 대상으로 푸드 마일리지 식품 통신판매 사업도 하고 있다.
미국 뉴욕주에선 수확철인 9월 한 달만이라도 100마일(161㎞) 이내에서 생산된 것만 먹자는 ‘100마일 다이어트 운동’이 번지고 있다.

우리나라 ‘한살림’은 새해 지구 온난화를 열쇳말로 활동 계획을 짰고 일정한 거리 안의 농산물을 소비하는 푸드 마일리지 캠페인 등을 준비하고 있다. 전남 나주시와 순천시는 지역에서 생산한 친환경농산물을 학교급식에 활용하고 있으며 충남 아산시, 천안시, 서천시, 전북 완주군을 비롯해 전국 여러 곳에서 로컬 푸드를 선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로컬 푸드(local food)란…
지역에서 생산된 농식품을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의미다. 지역의 단위는 각 국가나 사회 실정에 따라 행정구역 또는 일정거리 이내로 제한하여 가능한 한 가까운 곳으로 정하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을 구매하는 것은 바로 운송에 쓰이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과 직결된다. 로컬 푸드는 지역사회, 환경, 지역민 모두에게 이롭다. 로컬 푸드를 통해 소비자와 인간적 접촉을 할 수 있으며 신선하고 영양적인 식품을 공급할 수 있다.

로컬 푸드 운동. 그러나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나친 로컬 푸드는 배타주의를 불러 소지역 블록 경제로 이어질 염려가 있다. 푸드 마일리지가 절약돼 가격경쟁력이 생겨 타 지역 산물을 배제해 식품의 다양성이 감소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수출지역 및 수출국의 농업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또 일정 지역에서 생산할 수 있는 종류에는 한도가 있으므로 풍성한 식생활 자체를 해칠 수 있는 점 등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산업이 발달하고 소득이 높아질수록 소비자들은 더 다양한 먹을거리를 요구하게 되고 지구촌의 먹을거리 수송은 더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에 로컬 푸드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생산되지 않는 열대과일이나 ‘글로벌 푸드’와 ‘로컬 푸드’를 적절히 조화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정숙(농촌진흥청 농촌자원개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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