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8월 보름은 한가위, 추석 또는 가배일(嘉俳日)이라 하여 우리나라의 큰 명절 중 하나로 여겨진다. 올해는 추석이 빨라 양력 9월 초순에 이른 추석을 맞이하게 되었다.

추석에는 햅쌀과 햇과일이 나오기 시작하는 때이며 하늘은 푸르고 날씨도 맑아 일년 중 가장 마음이 풍성한 시기이다. 이날엔 햅쌀로 밥도 짓고 송편도 하고, 술도 빚어 신도주(新稻酒)라 하여 조상께 수확의 기쁨을 추석 차례를 통하여 알리게 된다.

추석의 차례음식으로는 설날 때의 떡국 대신 햅쌀밥을, 편 대신 송편을 놓고 토란탕, 닭찜, 버섯요리, 화양적, 배숙, 햇과일 등을 올린다. 특히 송편은 추석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쫄깃하면서 달콤하고 고소한 맛으로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는 우리의 전통음식이다.

전깃불도 환하지 않던 어린 시절에, 온가족이 마루에 둘러앉아 보름달을 바라보며 송편을 만들던 장면은 어느 추억의 영화 못지않게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송편을 예쁘게 빚어야 예쁜 딸을 낳는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였고 별, 달, 토끼 모양의 송편을 빚겠다고 하여 음식준비에 바쁜 어른들에게 잔소리를 듣기도 하였다.
이번 추석에는 텔레비전과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아이들을 마루로 불러 모아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주며 여러 가지 송편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송편은 달의 모습을 본 뜬 음식으로, 추석뿐만 아니라 중화절에서도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는데 혹자는 유두일을 함께 거론하기도 한다.

『동국세시기』에는 ‘노비송편’의 유래가 담겨있어 흥미롭다. ‘2월 초하루인 중화절(노비일)에 정월 보름날 세워 두었던 벼이삭을 내려다가 크게는 손바닥만하게, 작게는 계란만하게 만드는데 모두 반쪽의 둥근 옥 모양 같다. 이것을 노비들에게 나이수대로 주었는데, 농사일이 이때부터 시작되므로 사기를 돋우어 주기 위해 만들어 나누어 주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중화절을 ‘노비일’ 또는 ‘머슴 날’이라고 하였다. 아직도 전남 영광지역에서는 모시풀잎을 넣어 손바닥만한 ‘노비송편’을 만들어 먹고 있으며 상품화도 하고 있다.

송편의 모양은 지방에 따라 달라서 북쪽은 대체로 크게 만들며 서울, 경기지역은 작고 예쁜 모양으로 빚는다. 이북송편은 다른 음식과 마찬가지로 올망졸망하게 생긴 서울송편에 비하여 대체로 크기가 두 배 이상 된다.

강원도나 황해도 지역은 조개처럼 뒤를 꼭 눌러 빚거나 손자국을 내어 빚는다. 강원도와 충청도, 경상도 산간지방에서는 도토리의 떫은맛을 빼고 맷돌에 갈아서 얻은 녹말을 쌀가루와 섞어 도토리송편을 하기도 하였고, 칡가루를 섞어 ‘칡송편’을 만들기도 하였다. 전라도 지방에서는 화려한 송편으로 오미자, 치자, 송기, 쑥 등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맛과 자연스러운 색감을 즐기기도 하였다.

송편은 소도 다양하다. 안에 들어있는 소가 무엇인지 기대하며 송편을 골라 먹는 것도 송편을 먹는 즐거움 중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송편의 깨와 풋콩, 고구마, 밤 등을 이용하는데 우리나라 고서에 나타난 송편의 소는 ‘팥, 꿀, 계피, 후추, 콩, 검정콩, 대추, 미나리, 잣, 호도, 생강, 거피팥, 밤’ 등 매우 다양하다.

풋콩(청대콩)은 단단하지 않으므로 소금 간을 한 다음 그대로 떡에 넣어 익히지만, 밤콩은 한번 익힌 다음 소금 간을 하여 소로 이용한다. 붉은 팥은 일반적으로 제사상에 올리지 않아 자주 사용되는 재료는 아니지만 푹 삶아 대강 으깬 후 설탕과 소금으로 간을 하여 사용한다. 거피팥(흰 팥)도 같은 방법으로 이용하는데, 계피가루를 섞기도 한다.

녹두는 노란 색이 드러나도록 껍질을 제거하고 김이 오른 찜통에 올려서 찐 다음 뜨거울 때 방망이로 대강 으깨어 설탕으로 맛을 내며, 밤은 단맛이 적도록 생으로 넣거나 삶아서 속을 파내어 설탕, 계핏가루 등을 섞어 넣기도 한다.

올해 추석은 시기도 이르고 명절 휴가기간도 짧아서 추석 분위기가 조금은 덜 나지만, 추석의 대표음식인 송편을 빚으며 가족의 정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 땅에서 나는 곡물로 다양한 소를 장만하고 쑥이나 도토리 가루, 오미자 등 천연 색소를 이용하여 빛깔 고운 송편을 빚으면서 아이들에게 영원히 간직할 추억도 만들어 주고 어르신들의 덕담을 듣는 시간을 마련해 보면 좋을 것 같다.

김행란(농촌진흥청 농촌자원개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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