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사과 특화작목산학연협력단(단장 강인규 경북대 교수)의 ‘철저한 현장중심 컨설팅’은 전국 53개 산학연 협력단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여타 작물의 협력단도 현장컨설팅 활동에 주력하며 기술 향상과 농업인신뢰 획득에 성공하고 있지만 경북 사과 협력단의 ‘발품’에는 이르지 못하는 양상이다. 컨설팅 횟수로 따지면 다른 협력단의 2배 이상이다. 어떻게 가능할까. 경북 사과 협력단에는 전문위원과 연구원을 포함해 40여 명이 포진해 있다. 경북지역의 내로라하는 사과관련 전문가들이 ‘경북사과산업 구하기’의 공동주연을 맡고 있다.


◇ ‘경북대표’에서 ‘한국대표’로 발돋움
‘경북 하면 사과, 사과 하면 경북’이라고 할 정도로, 전국으뜸으로 알려진 경북사과가 최근 시장개방 파고를 넘어 국제시장에서 ‘대한민국대표’ 과일로 발돋움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파고를 넘을 ‘장대’는 기술경쟁력, 품질경쟁력이다.

경북 사과 산학연 협력단이 준비하는 ‘장대높이뛰기’의 핵심은 기초체력. 사과산업의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한 선진기술 지원이 기초체력이라고 믿는 사과 협력단은 농가의 재배기술, 친환경생산기술, 저장·유통기술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현장컨설팅에 주력하고 있다.

현장을 일일이 찾아 사과재배농가에 필요한 농업기술을 지원하다보니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것도 눈에 뛴다.

협력단장을 맡은 강인규 경북대 교수를 비롯해 김규래 경북대 명예교수, 변재균 영남대 명예교수, 박윤문 안동대 교수 등 경북지역 3개 대학 8인의 교수가 전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농촌진흥청 사과시험장, 경북도와 도농업기술원, 대구경북능금조합, 한국과학재단, 사과주산지 농업기술센터 등 관련기관 전문위원과 24명의 연구원을 합쳐 모두 40명이 넘는다.

강인규 교수는 “사과는 경북의 대표 농산물이고 시장개방 확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과일로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 개선할 게 많다”며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해 품종부터 재배기술, 판매마케팅까지 경북사과가 전 단계 통합경쟁력을 갖추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탄탄한 협력단 구성과 위원들의 열의를 강조했다.

◇ 협력단의 ‘맞춤형 현장컨설팅’ 호응
경북 사과 협력단이 주목한 현장기술문제는 재배체계 전환에 따른 적용기술 부족, 고루한 병해충 방제기술이다. 이와 함께 저장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수확, 개별출하에 따른 등급표준화 실패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경북지역의 경우 사과재배방식이 엠나인(M.9.) 대목을 이용한 밀식재배체계로 바뀌고 있는데 이에 대한 농가의 이해가 부족하고 마땅한 적용기술이 미비한 실정이라는 게 협력단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사과 협력단은 △밀식재배 과원에서의 재배관리기술 투입 △현장애로기술 해결을 통한 친환경 고품질 과실 생산 △수확 후 품질관리와 차별화한 포장 등 유통구조 개선에 역점을 두고 종합적인 현장컨설팅을 추진해왔다.

지난 2007년에는 사과주산지인 상주(상주사과연구회), 군위(소보사과사랑작목반), 의성(청산골사과작목반), 안동(오대영농법인과 임동수출단지), 청송(구산작목반) 등 5곳 6개 단체를 지원하면서 모두 32회에 걸친 현장컨설팅을 실시하는 한편 포항, 구미, 영주, 문경 등지에서도 추가로 17회 컨설팅을 실시해 농가로부터 큰 환영을 받았다.

사과 협력단의 컨설팅은 이뿐만이 아니다. 협력단 인터넷 홈페이지와 사과사랑동호회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컨설팅, 전문위원 개별 컨설팅이나 전화상담 기술지원은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만큼 농업인과 협력단과의 긴밀한 교류협력이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 꽃가루 지원에 인력까지 직접지원
이 같은 맞춤형 현장컨설팅과 함께 사과 협력단의 재배지침서 발간과 보급, 정기적인 자료와 정보 제공 등도 호평을 받고 있다.

협력단은 월별 과원관리요령을 3월부터 12월까지 매달 농가에 보급하고 친환경농산물 생산을 위한 농가별 맞춤형 병해충방제력 제작, 품종별 생리장애와 재배기술 지침서 발간·보급 등 연간 26건의 자료제공을 실시했다. 현장에 지니고 다니면서 이용할 수 있는 ‘포켓용 사과원 가이드북’과 ‘사과원 관리 12개월’ 책자는 사과농가들 사이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밖에 현장워크숍, 집합교육, 심포지엄 등을 매년 20여 회 개최해 연인원 2천여 명이 교육에 참여했으며 응급상황 대처를 위한 휴대전화 에스엠에스(SMS) 문자메시지 발송, 컨설팅 사후 품질평가회, 소비자단체 초청 판촉행사 등도 경북사과산업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이다.

사과 협력단의 다양한 지원사업은 농업인의 인식 전환, 기술경쟁력 향상 효과뿐 아니라 직접적인 경제효과로도 나타났다. 돋보이는 것은 ‘꽃가루 은행’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경북 사과 협력단은 적화(꽃따기)작업 인력과 인공수분용 꽃가루를 직접 지원해 정형과실(상품과) 생산비율 향상, 낙과방지제 살포기술 지도를 통한 낙과율 감소 등으로 연간 1억9천여 만원의 경제효과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포장상자 디자인과 사과주스 포장재 개발, 비상품과를 가공한 사과생즙 제조기술 보급 등도 농가에 큰 실익을 줬다는 평가다.

강인규 교수는 “협력단은 향후 ‘초저농약 방제시스템’을 적용한 시범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라고 밝히는 한편 전국의 사과주산지별 우수사례를 취합, 분석해 농가에 제공함으로써 확실한 기술경쟁력을 갖춘 한국대표 브랜드 ‘경북사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사령탑 인터뷰 - 강인규 경북대 교수

“온라인·전화상담 하루에도 수십 건”

의욕이 넘치는 자에겐 그만큼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2006년에 경북 사과 특화작목산학연협력단 간사로 활동하다 지난해부터 단장을 맡는 강인규 경북대 교수는 ‘큰 밑그림’을 그렸지만 정책적 지원이 뒤따르지 않는 형편을 아쉬워했다. 강 교수의 큰 그림은 경북뿐 아니라 한국 사과산업의 비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못내 아쉽다. 그러나 강 교수의 의욕은 꺾이지 않았다. 강 교수는 몇 해째 학생들과 인공수분용 꽃가루를 손수 채취해 지역농가에 공급했는데 최근에는 전국에서 구입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알렸다. 판매이익금은 다시 꽃따기 작업 인건비로 농가에 직접 지원하고 있으니 사과재배농가들로서는 강 교수와 협력단이 ‘천군만마’나 다름없다. 인터뷰 중에도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에 일일이 상담하는 강 교수와 이야기를 이어갔다.

전화 받느라 교수활동이 방해받는 것은 아닌지.

= 학생들에게 미안한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과수전공 학생들이 현장에서 배우는 게 많다는 점에서 때로는 산교육이 이뤄진다고 위안 삼는다. 사과 협력단의 주요임무가 현장컨설팅과 농가에 대한 지원이기 때문에 전화상담은 피할 수 없다. 회원제로 운영하는 사과사랑동호회는 전국 5천여 농가가 등록됐다. 이들이 온라인으로 기술상담을 요청하는데 데이터를 보니 4만 건이 넘는다. 토론장 참여까지 합치면 훨씬 많다. 봄철부터는 하루에도 수십 건의 전화상담이 이뤄진다.

협력단의 ‘꽃가루 은행’이 호평을 받고 있다.

= 솔직히, 우리나라 사과의 상품성이 일본에 뒤진다. 일본의 경우 1그루 정형과(상품과) 비율이 70%에 이르는데 우리는 그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품종이나 기후문제도 있지만 수분전용 벌을 선발하는 일본에 뒤쳐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수분, 적화, 적과기술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꽃가루 은행’이 중요한 까닭이다. 협력단은 3년 전부터 사업대상농가에 인공수분용 꽃가루를 100% 제공하고 있다. 5개 지역, 140여 농가에 제공하는데 농가들 요청이 늘면서 예산이나 행정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장에서 꽤 호응이 있는 사업인 만큼 예산지원이 필요하다. 요즘에는 전국에서 구입요청이 쇄도한다. 판매이익금으로는 꽃따기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농진청에서 사과착즙시설을 지원한다고 들었다.

= 고마운 일이다. 능금조합의 사과주스도 있지만 비상품과를 가공해 판매하는 일은 농가소득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착즙기술은 중요하다. 생과즙은 100% 성숙과를 쓰기 때문인지 소비자 반응이 좋다. 착즙비용과 유리병 가격을 포함해도 주스제조보다 두세 배 농가수취가격 향상이 가능하다. 시설비 2억원의 절반을 농진청에 지원하는데 기대가 크다. 포장재 개발과 지난해 판매경험으로 자신감을 얻었다. 균일한 상품제조를 위해 친환경농법, 인증농가선정, 성숙과의 당도기준 설정 등 착즙용 비상품과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판매는 현지 농산물직판장을 통해 이뤄지게 되는데 인지도가 높은 대학상표(UI) 사용에 따른 수수료 등으로 자조금도 조성할 계획이다.



그 과수원에 가고 싶다- 안동욱 상주사과연구회 영농법인 대표

그림 같은 과수원에 ‘최고사과’ 꿈처럼 가꿔

경북 상주시 모서면 지산리에 들어서니 그림 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순간 정지용 시인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시작하는 ‘향수’란 시가 떠올랐다. 단아하다고 할까, 2만6천 제곱미터(약8천평) 규모의 과수원을 보며 단아함을 느끼고 ‘향수’에 젖어들다니.

안동욱(45세) 상주사과연구회 영농법인 대표를 만나면서 고개를 절로 끄덕였다. 한눈에 봐도 주인장의 재빠른 손놀림이 곳곳에 배었을 법한 과수원. 인터뷰 내내 미소를 머금은 안 대표와 과수원은 무척 닮았다.

농장이름을 물었더니 ‘무지개 농원’이라고들 한다고 남 얘기하듯 한다. 내막을 들어보니, 상주지역 22농가가 사과연구회를 결성해 활동하다 최근에 영농법인 등록을 마치고 안 대표가 법인대표를 맡다보니 무지개 농원보다는 상주사과연구회 법인을 내세울 수밖에 없는 듯했다.

안 대표는 15년 전 군대를 마치고 20대 후반에 ‘음악활동’에 인생을 걸지 여부를 고민하다 잠시 ‘숨고르기’하려고 내려왔다가 눌러앉았다고 조심스레 이력을 밝혔다. 밴드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았고 ‘신촌블루스’ 같은 유명밴드와도 활동을 같이했다는 안 대표는 음악소질과 남다른 손재주가 사과농사에 도움이 된다고 ‘음악과 농사’를 연결 지었다.

“처음에 내려와서는 2천 평을 개간하고 농사기술을 배우려 여기저기 많이 뛰어다녔다. 성격이 남에게 의지하려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스스로 배우고 체득하는 과정도 즐거웠다.” 안 대표는 꾸준히 배우고 기술을 접목하면서 사과에 관한한 최고 전문가로 변신했다.

잘 가꾼 과수원만큼 안 대표의 사과는 최고품질을 자랑한다. 지난해 수확량은 15킬로그램 5천 상자. 전체가 성목이 아니기 때문에 수확량이 적은 것은 아니다. 품질은 남에게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정품과율도 상당히 높다.

안 대표는 품질이 떨어지는 과일은 가차없이 따서 버린다. 수확량이 적을 지도 모르지만 품질이 곧 신뢰와 직결하기 때문이다. 적과작업도 한 번에 끝내는 게 아니라 단계별로 몇 차례 진행한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엄두를 못낼 일이다. 품을 사지 않고 부부가 거의 모든 작업을 하면서도 이러한 ‘단계별 적과’를 실시하는 것도 품질 때문이다.

안 대표의 사과는 당도나 맛 등에서 최고품질 사과로 인정받으면서 외국에 수출도 하고 직거래 비중도 높아졌다. “품질이 좋으면 한 사람이 열 사람을 데리고 온다. 인터넷보다도 ‘입소문’이 더 효과가 크다. 직접 사람을 대하고 품질을 신뢰하다보니 단골도 부쩍 늘었다.” 무지개 농원 단골 200여 명은 고정적으로 주문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소개하기도 한단다.

연간 조수익 2억여 원의 안 대표는 직거래 비중이 40% 이상인데 요즘 가격인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단골고객들에게 시세와 상관없이 고정가격(상대적으로 고가)에 제공했는데, 최근 농자재가격 인상 등으로 생산비가 꽤 올랐기 때문이란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올릴 수 없다는 게 안 대표의 생각. “최고품질로 고가에 팔리는 사과가 많지만 언젠가는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고 주요 소비층을 잃을 수 있다”는 게 안 대표의 고민이다.

안 대표에게 무리한(?) 부탁을 하며 인터뷰를 마친다. 음악에 미련이 있는 듯하니 다시 도전해보라고. 음악과 농사를 접목했듯이 과수원에서 단골고객을 초청해 공연 한번 멋들어지게 해보라고.


성과&과제

1. 똘똘 뭉치니 신뢰가 쌓인다
경상북도 사과 특화작목산학연협력단의 활동이 힘을 얻는 이유는 협력단 구성원들의 일심협동에 있지 않을까. 우선 경북지역 사과관련 전문가들이 협력단이란 공동체로 똘똘 뭉쳤다. 다른 산학연 협력단 구성원이 20명 안팎인 것에 견줘 사과 전문가집단은 거의 2배 수준이다. 지역대학의 원로교수부터 젊은 연구원들까지 ‘경북사과’ 하나로 뭉쳤다. 이들의 철저한 현장중심 컨설팅과 지원활동은 사과재배농가들로부터 신뢰를 얻었다. 평생을 사과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이들 전문가들의 열의는 현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2. 가능한 모든 지원을 펼친다
경북 사과 협력단의 ‘꽃가루 은행’은 이른바 히트상품이다. 사과 정형과율을 높이고 품질을 향상하기 위한 기술지원이 필요했고 이 기술의 핵심이 인공수분과 꽃따기, 과일 솎아내기 등에 있다는 결론을 얻은 협력단. 손이 많이 가는 만큼 일손이 부족한 농촌현실에서 협력단은 손수 꽃가루를 채취하고 이를 농가에 제공했다. 품질향상을 위한 기술보급뿐 아니라 직접 노력지원에도 나선 것. 다른 지역 농가에 꽃가루를 팔고 얻은 수익은 다시 꽃따기 작업 인건비로 지원하는 협력단의 활동은 귀감이 되고 있다. 비상품과를 이용한 가공사업에도 공을 들였다. 생과즙 제조기술을 개발하고 포장재와 브랜드 디자인, 농촌진흥청에 대한 착즙시설 지원요청 등 협력단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펼쳤다.

3. 경북사과의 명성, 더 확고하게
경북농업을 대표하는 작물 중 하나가 사과라는 데 이견이 없다. ‘능금 아가씨’ 선발의 아련한 추억이 아니라 사과산업으로서의 확고부동한 ‘으뜸자리’를 위해 협력단의 노력이 절실할 때다. 재배체계 전환기라는 협력단의 지적이 맞다면 이 기회에 미래적용기술 개발과 보급에 힘써야 한다. 정품과율이 일본에 크게 뒤처지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활동도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경북 사과 산학연 협력단의 성공 가능성은 자못 크다는 평이다. 그간 활동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품종, 재배, 관리, 결실, 유통, 저장 등 단계별 점검을 통해 품질고급화에서 한발 더 앞서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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