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농이 세계를 먹여 살린다! Peasants and small farmers can feed the world!”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식량위기 상황을 타결하기 위한 식량주권의 개념 확립과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특히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지역 대표들이 함께해 오늘날의 식량위기 상황을 초래한 신 자유주의 정책의 부작용에 대한 연계투쟁을 밝히는 자리가 됐다.
비아캄페시나는 1993년 벨기에에서 창립된 국제적 농업인 단체로 현재 56개국 150여 단체가 가입되어 있다.
지난달 27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는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식량주권 국제포럼’이 개최됐다.
이날 행사의 환영사를 밝힌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과 김덕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세계적인 식량위기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안심하고 있을 수 없다”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식량주권을 확립하기 위해 농업인이 주도적으로 나서자”고 전했다. 또한 “신 자유주의를 제창하고 있는 정부에 대해 비아캄페시나와 함께하는 하반기 투쟁을 경고”했다.
축사를 전한 농민연합 윤요근 상임대표는 “오늘날의 식량위기는 만국 공통의 문제로 세계 농업인이 함께 이에 대한 진지한 해결방안을 마련하자”고 말했다. 헨리 사라기(Henry Saragih) 비아캄페시나 국제조정위원은 그 동안 비아캄페시나의 활동 상황과 신 자유주의정책의 부작용을 설명하며 “소농이 전 세계를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신념으로 토론을 함께하자”고 밝혔다.
1부 - 동남·동아시아의 식량위기와 식량위기 해결을 위한 공동의 전략
“탈농민화 가속하는 신 자유주의”
“식량주권은 농업 운동의 핵심”
윤금순 비아캄페시나 국제조정위원의 사회로 시작된 1부는 동남·동아시아의 식량위기 상황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각국을 대표한 농업인단체 대표들이 토론자로 나섰다.
필리핀에서 온 제이미 타데오(Mr. Jaime Tadeo)는 “필리핀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쌀을 수입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정부가 운영하는 소매가게에서 먹을거리를 사기위해 매일 줄을 서고 있다”며 “이는 가난한 사람뿐만 아니라, 중산층도 해당된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필리핀의 이 같은 상황은 국내 생산물 보다 외국 것을 선호하는 잘못된 농업 정책과 1980년대 초부터 정부가 농업 지원을 등한시 하는 정책을 시작하면서 비롯됐다.
이 시기는 몬산토나 카길 등 미국의 농기업들과 국제 금융기관(IMF, WTO) 등이 지역판매나 지역한정을 위한 질 좋은 농작물을 재배하기 보다는 황금작물 재배와 대체 연료제조를 위한 작물을 생산하도록 세계의 농업인들에게 압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때다.
1980년대부터 농업분야 투자를 대대적으로 감소시키면서 50% 이하로 떨어졌다. 농업생산력 또한 빠르게 감소했다.
그 결과 1990년 말에는 수요에도 못미치게 됐고, 향후 10년 동안 내수 쌀 소비의 1~4%를 들여와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필리핀은 부족한 쌀 공급량을 수입에 의존하게 됐고, 대규모로 수입된 쌀은 자국 쌀 가격을 떨어뜨려 결국 생산기반을 축소시켰다.
이밖에 값싼 수입 닭 부위들로 양계농가들은 파산했고, 농업분야 일자리는 1994년 1천120만개에서 2001년에는 1천80만개로 감소했다.
지금의 필리핀은 막강한 대토지 지주들과 초국적 기업들이 판매하는 비싼 종자와 농약의 소비자로 전락했다.
학계에서는 이런 현상에 대해 ‘탈농민화(de-peasantization)’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현상은 남미와 아시아의 발전된 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 현상이 식량부족 위기를 초래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에서 온 쥬니치 시라이시(Mr. Junichi Shiraishi)는 “내가 사는 훗카이도는 일본에서도 농업으로 유명한 지역으로 식량 자급도가 200%를 넘고, 축산농가 1인당 평균 사육두수가 100을 넘는다”며 “우유생산량은 일본 전체의 46.7%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사료값 상승과 우유가격 하락 등으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사료값 상승과 우유가격 하락으로 생산 비용을 충당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축산업을 포기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쌀 생산도 이와 같은 상황이다. 풍족한 국가로 알려진 일본은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노동인구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다.
특히 쌀값 폭락으로 쌀을 재배하는 농가의 수입은 일반 노동자의 1/10으로 줄었다. 이는 정부가 지정한 최소 임금의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농업 분야에서의 빈곤과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다.
식량주권은 일본 농업과 식량을 지키기 위한 농업인 운동의 핵심이다. 이를 바탕으로 유통 시스템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공부하고 노력하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강력한 연계 아래에서 농산물을 직접 유통하는 운동을 펼쳐왔다.
본인이 속해있는 NOUMINREN은 정부의 농업정책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시에 실제 유통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적 마케팅 제도 발달에 힘쓰며, 거대 유통 자본에 의한 유통통제를 반대한다. 이 노력은 다국적 기업에 대한 거부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2부 식량위기의 시대, 어떻게 식량주권을 실현할 것인가?
식량주권 실현은 ‘지속가능한 농업’
‘사회적 먹을거리 실현’ 실천 돼야
2부 발제자로 나선 이창한 전농 정책위원장은 ‘식량위기 시대, 우리의 식량주권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를 발표했다. 이창한 정책위원장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국제곡물가격은 곡물수입에 의존하는 개발도상 국가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표에 따르면 국제 곡물가격이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쌀, 옥수수, 밀 등 세계 곡물생산량 감소 △미국과 브라질, 유럽연합 등의 식물연료 생산정책이 식량으로 충당될 곡물을 감소시킨 영향 △곡물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 지속 △국제적 농업 기반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 등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한 곡물 대부분을 수입하기 때문에 국제 곡물가격 상승과 수급불안이 계속되는 한 전반적인 물가상승은 피할 수 없다.
아직까지는 쌀의 자급율이 높게 유지되고 있지만, 미국·중국과의 쌀협상으로 2014년 이후에는 쌀시장을 전면개방 해야 한다. 쌀 이외의 자급률이 5%밖에 되지 않는 우리의 현실에서 쌀 마저 위기로 몰리고 있다.
현재의 식량위기 상황에 대해 정부는 단기대책으로 수입곡물의 할당관세 인하와 곡물 수입선의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민간 주도의 해외농업개발을 통해 2030년까지 곡물자급 50%(국내자급 25%+해외 식량생산기지 개발 25%)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공급망을 확보한다는 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정부계획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밀과 옥수수의 현행 관세율은 0.5%로 그 효과가 미미할 전망이다. 곡물 수입선 다변화도 각 나라의 곡물확보경쟁과 수출규제 등 곡물 내셔널리즘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한계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해외 식량생산기지 개발의 경우 대상국의 땅 임대료와 곡물값 상승 등의 부작용으로 실패의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식량주권 실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식량주권 실현을 위한 대안으로 ‘지속가능한 농업’이 떠오르고 있다.
식량주권 실현과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서는 첫째, 국민적지지 확대가 필요하다. 농업인은 생산수단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와의 교류활동 활성화 등이 용이하다. 이를 실천해 국민적 지지와 동참을 이끌어 내야 한다.
둘째, 농업·농촌이 포괄하는 다양한 의제 융합을 기초로 한 ‘지속가능한 국민농업 네트워크’ 구축을 해나가야 한다. 농업은 먹을거리 생산을 기본으로 환경, 교육, 지역공동체, 문화 등 다원적 기능을 발휘한다.
식량주권의 개념도 농산물 뿐만아니라 농촌환경, 전통문화, 자연환경 등 포괄적인 의제를 포함하고 있다. 이런 맥락으로 농업과 연관된 다양한 시민사회 단체들의 힘을 모아 ‘지속가능한 국민농업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창한 정책위원장은 “농업인과 국민 모두가 식량주권에 대한 인식을 확대해 ‘식량자급률목표수준법제화’와 국내산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소비하는 ‘사회적 먹을거리 실현’에 대한 실천을 제도화 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출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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