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생산한 농산물은 그 자체로 또는 조리·가공을 통하여 식품으로 바뀌어 우리의 식탁에 오르게 되고, 이를 사람이 섭취함으로써 영양분을 얻게 되어 우리 몸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즉, 농산물-식품-영양-건강이 일련의 회전하는 싸이클(cycle)로 어느 한 부분이 막히면 회전이 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다.

국가적인 차원으로 보면, 농산물(식량) 생산, 식품공급, 분배와 소비, 국민의 식품섭취와 영양 수준, 국민의 건강상태 등이 연계되어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이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와 정책이 필요하다. 농산물, 식품, 영양, 건강은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 시스템적인 관계로 이해되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의 식생활 문제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만성질환의 증가가 아닌가 생각된다. 2005년 20세 이상의 비만 비율은 평균 31.8%(남 35.2, 여 28.3) 로 1998년 26.3% (남 25, 여 27), 2001년 29.6%(남 32.2, 여 27.9)에 비하여 증가하였고, 30세 이상의 당뇨병 유병률은 8.1%(남9.0,여7.2)이며, 만성질환 이환율은 전체 인구의 30%에 달하고 있다.

만성질환 및 비만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급증하여 2001년 만성질환 유병률에 근거한 예측 생산성 손실액은 최소한 연간 5조 2,41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질병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 절감을 위해서도 건전한 식생활과 운동 등을 통한 건강유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1980년대 대학에서 식이요법 과목을 배울 당시 교수는 당뇨병, 심장병 등 순환계 질환의 심각성에 관해 미국의 예를 들면서 설명하였다. 더불어 식생활관리가 만성질환 예방·치료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며, 국가적인 복지 예산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였다.

당시에는 우리 주변에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흔치 않았고 부자들이 앓는 병 정도로
인식하고 있어서, 교수의 말씀이 미국에서나 일어나는 상황으로 우리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로 일축해 버렸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의 식생활·영양·건강 관련 상황을 보면 당시 교수님이 설
명하셨던 미국의 사례가 우리나라에 그대로 나타난 것 같아, 미래지향적 사고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한다.
따라서 미래를 대비하여 건강한 국민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식생활·영양·건강 관련 교육(식생활 교육)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조속히 추진되어야 한다. 일부의 사람들은 지금이 과거처럼 영
양부족의 시대가 아니므로 식생활 교육이 필요하지 않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과거에는 단순히 영양부족을 해결하고 그로 인한 질병을 관리하는 수준의 정책이나 교육이 필요했다면, 현재는 영양과다와 영양부족이 공존하고 있으며 관련 질환이 다양하여 복합적인 정책·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 국민의 건강유지는 물론 국내 농산물의 안정적 소비, 농업ㆍ농촌의 지속성 유지 및 국가 이미지 제고 등을 위하여 국민건강, 식품안전, 학교교육, 소비자 정보, 농업과 식량안보, 지역경제 활성화 등 다각적인 면을 고려한 정책과 교육이 필요하다.

최근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식생활교육 기본법’을 입법화하고자 추진중에 있다. 이에 앞서 2007년 농어업·농어촌 특별대책위원회에서는 식량의 해외의존의 심화, 식품의 안전성, 영양불균형으로 인한 비만, 각종 생활습관병의 증가, 전통 식문화의 상실 등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식생활교육’이 절실히 필요함을 제기하고, 관련법 제정을 위한 기초 자료로 「식생활 교육, 더 늦기 전에」를 발간하기도 하였다.

이제는 식생활 교육이 매스컴을 통한 무차별적인 교육에 의존할 수 만 없으며,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으로 관리해야 할 중요하고도 시급한 문제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농업-식품-영양-안전성-건강의 연결 고리를 이해하고 총체적인 문제 접근과 해결 방안을 모색할 때에, 국민의 건강이 지켜지고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김행란 (농촌진흥청 농촌환경자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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