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워도 한우 경쟁력 있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개방에 따라 국내 한우산업이 고난의 길에 들어섰다. 미국산 쇠고기와의 전쟁도 치열하지만 한우는 고급육이라는 소비인식에 따라 국내 한우 산지간 경쟁 또한 치열하다. 게다가 최근 국제 곡물가격 폭등과 사료가격 인상은 한우 사육농가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광역브랜드 정책은 균일한 고품질 한우육 생산, 안전성 확보, 수요에 맞는 일정한 물량 달성 등 효율적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한우 농가들의 자구노력이 더해지면서 ‘그래도 한우는 해 볼만 하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리고 있다.

강원도의 경우 2007년 현재 북부지역인 춘천, 철원, 화천, 양구, 인제 등지 ‘하이록’ 한우농가 712호에서 2만2천700두가 사육되고 있으며 강릉, 고성, 속초, 동해 지역의 4개 축협이 관장하는 ‘한우령’ 한우는 699농가에서 1만4천500두 사육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광역브랜드 전략으로 안전성을 담보한 고급육 생산은 가능하지만 문제는 이들 한우 대부분이 영세한 소규모 농가에서 사육되고 있다는 점. 결국 안정적인 판로확보가 어려운 형편이다. 축협을 통한 계통출하가 일부 이뤄지고 있으나 강릉시장 등 재래시장을 통해 개별 판매하는 유통체계에 머물러 있다.

“한우기반 전반적 부실” 진단

강원도 한우 특화작목산학연협력단(단장 송영한 강원대 교수)은 실태조사를 통해 “강원지역의 경우 고급육을 생산하는 혈통관리, 거세, 초음파 육질진단, 개체 전산관리, 농가 해섭(HACCP,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도입 등의 생산체계가 미흡하고 한우 브랜드 추진을 위한 유통과 생산, 경영 등 전반적으로 기반이 부실하다”고 진단했다.

춘천시 신북면 지내2리에서 한우 150두를 키우고 있는 박래완(57세) 씨도 “한우 협력단의 컨설팅 이전에는 영세한 규모도 그렇지만, 적극적인 시장출하 노력이 없었던 게 사실”이라고 회고했다. 지금은 마을 한우농가와 작목반을 구성해 고급육을 생산하는 것은 물론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으로 소를 출하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진단에 따라 지난 2004년 농촌진흥청의 특화사업단에 선정된 강원 한우 산학연 협력단은 생산단계부터 엄격한 품질관리체계 구축, 마케팅 전략, 비선호부위 가공·저장·판매 신기술 컨설팅, 생산자조합 활성화, 브랜드 자산관리 등을 목표로 도내 한우산업 기반 다지기 활동에 돌입했다.

강원대, 상지대 교수들과 농촌진흥청 한우시험장 연구관, 강원도 축산기술연구센터 연구원, 강원도농업기술원 축산담당, 강릉축협과 농협강원지역본부, 하이록한우 작목반장 등 산학관연 전문가 17인이 대거 참여해 활동하고 있다.

특히 강원 한우 협력단은 농림부(농림수산식품부 전신)에서 지원하는 ‘하이록 한우 클러스터’(2005년)와 ‘한우령 한우 클러스터’(2007년) 사업과 연계해 활동함으로써 광역브랜드 탄생과 성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조사료 생산이용 컨설팅 성과 커

한우 협력단의 성과로는 우선 현장애로기술 해결, 농가의 생산수익 증가가 눈에 띈다.
현장애로기술 해결 가운데 조사료 생산이용 기술지도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2007년에는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이 육성한 새 사료작물 ‘총체벼’를 4곳, 6헥타르 면적에 재배하고 ‘총보리’ 2.6헥타르를 시범재배해 총보리 담근먹이를 80톤 생산하는 성과를 거뒀다. 농가의 반응도 좋아 2008년에는 이들 조사료 재배면적이 90헥타르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거세 한우에 적절한 사육공간 확보를 위한 체중과 초음과 측정, 혈액 분석, 한우의 행동 분석 등도 현장애로기술 해결에 일조했다. 협력단은 조사결과 35.3제곱미터에서 4두, 70.6제곱미터에서 8두, 105.8제곱미터에서 12두가 적정사육규모라는 것을 확인하고 농가 실증시험까지 실시해 호응을 얻었다. 이와 함께 축사구조와 환기, 바닥환경 관리 등도 농가별 종합컨설팅이 실시됐다.

농가의 질병 모니터링과 협력단과의 실시간 통신을 통한 자가방역체계 확대, 자가수정기술 보급 확대 노력도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다. 번식장애로 인한 폐사율은 4% 이하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현재 전국에서 가장 높은 축산농가의 자가수정률도 올해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강원 한우 협력단이 가장 공을 들이는 사업은 ‘우량 암소 핵군화 기반구축 사업’이다. 3년 연속 전국 최고 한우브랜드 입지를 굳히고는 있으나 강원한우가 세계적 명품으로 거듭나기 위한 첫 단추가 바로 암소 개량이기 때문이다.

한우 협력단을 이끌고 있는 송영한 교수는 “강원지역 하이록, 한우령 한우의 광역브랜드와 전국적인 명성을 획득하고 있는 횡성한우, 대관령한우 같은 브랜드를 통합하는 과정도 결국 강원전역에서 품질이 균일한 고급육 생산이 이뤄질 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씨수소의 경우 서산농장에서 정액을 국가차원에서 전국에 보급하기 때문에 각 지역에서의 고급육 생산의 관건은 어미소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 강원 한우 협력단은 우량암소 선발과 개량을 위해 유전자 검사를 실시해왔으며 2007년부터는 초음파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송 교수는 “고품질 한우고기 생산기반 확충에 신경쓰다보니 사료가격 인상에 대한 대책, 값싼 조사료 확보, 육량과 육질의 목표변화 대비 등에 다소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에 대한 전략을 마련해 추진함으로써 농가와 함께 강원한우를 세계명품 반열에 올려놓겠다고 강조했다.


사령탑 인터뷰 - 송영한 강원대 교수

“강원한우 명품 반열에 올릴 것”

송영한 강원대 교수를 만나기로 한 춘천막국수박물관은 시 외곽에 있어 평소엔 방문객이 많지 않다고 한다. 평일인데 30여 명이 모였다. 취재당일 마침 강원 한우 산학연 협력단의 현장컨설팅이 있었다. 강원대, 상지대 교수를 비롯한 축산·수의학 기술전문위원, 강원도농업기술원 관계자, 선도 한우농가 등이 삼삼오오 나타났다.

곧바로 인근 농가로 이동해 이뤄진 컨설팅은 일사불란하게 이뤄졌다. 한우 협력단 전문위원들은 축사환경조사, 기술과 경영 상담, 암소 초음파 검사, 시료 채취 등 마치 매일 하는 일인 양 역할을 분담해 능숙하게 처리했다.


강원지역 한우브랜드 통합논의가 진행되는데.

=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사실 지역에 산재한 한우브랜드를 인위적으로 통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브랜드를 달고 나올 때는 균일한 품질이 기본적으로 달성돼야 한다.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브랜드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 품질을 하향 평준화하는 게 아니고 강원지역 모든 곳의 한우를 최고급육으로 만들어내는 통합브랜드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 우량 암소 발굴과 육성이다. 씨수소는 전국이 동일하니 암소를 개량하는 게 육질향상의 관건이다. 10년을 목표로 우량 암소 핵군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때면 우량암소만 남을 것이다.


우량암소 선발, 개체 유지·번식은 어떻게 하나.

= 씨수소가 중요한 것처럼 암소의 유전요인도 중요하다. 좋지 않은 암소는 도태하고 우수한 암송아지는 보호, 육성하는 단순한 방식이다. 암소의 유전자 검사는 이미 6, 7년 전부터 실시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개체발굴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일도 진행됐다. 그러나 유전자 검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외국의 경우 12개월 암소에 대해 검사하고 도태여부를 결정한다. 그래서 우리 협력단은 지난해부터 초음파 검사를 통해 암소와 육질의 우수여부를 조기에 판단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농가에서 직접 적용하고 있다.


50여 협력단 평가 중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 다른 지역 산학연 협력단도 꽤 열심히 하는 것으로 안다. 그만큼 많은 전문가가 농촌현장에서 활동함으로써 지역농업에 활력이 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우리 한우 협력단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인적자원과 지역의 한우산업 기반 때문이라고 본다. 강원대 신해식, 성경일, 이성기 교수님과 상지대 김동균, 정구용 교수님 등 각계 최고전문가가 포진했다. 농촌진흥청 한우시험장, 강원도농업기술원에서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농식품부 등 중앙정부 지원도 협력단 활동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한우농가 수익성이 향상되면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


성과 & 과제


1. 기반조성에 초기역량 집중
강원 한우 산학연 협력단은 ‘하이록’ 한우 중장기 추진전략을 수립하면서 기반도입, 기반구축에 초기역량을 집중했다.
하이록 한우는 2004년 협력단 활동 첫해에 473농가 1만2천700두 수준에서 2007년 712농가 2만2천700두 이상으로 대폭 늘었다.
브랜드 참여조합과 농가를 확보하고 표준생산체계를 갖추는 일부터 우수브랜드 인증, 유통단계 이력시스템 완성 등 각 부문별 기반구축에 힘썼다. 결국 협력단의 기반 다지기와 확대 노력은 강원한우 시장규모를 키우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2. 산학연이 장기비전에 공감
한우 협력단의 장기적 비전 제시에 관련농가들이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은 큰 의미가 있다.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도 유효하지만 한우산업의 경쟁력 향상은 산, 학, 연이 지속적인 공조로 일궈내야 하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농가들이 당장의 현안해결에만 골몰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 같은 산학연의 공조와 협력은 중앙정부와 강원도의 한우클러스터사업 지원까지 이끌어냈다. 아쉬운 점은, 한우 협력단이 인정하듯 국제 곡물가격, 사료가격 폭등에 대한 장기적 대비책에 소홀했다는 점이다.

3. 우량암소 확보노력 계속해야
씨수소는 전국적으로 평준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요한 것은 암소 개량일 수밖에 없다. 각지 한우농가들도 육질을 가름하는 암소의 중요성을 깨닫고 꾸준히 개량작업을 벌여왔다.
강원 한우 협력단의 초음파 검사와 결과에 따른 도태여부 판단은 농가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출하 육질등급에만 관심을 두고 이를 활용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금보다 확고한 ‘우량 암소 핵군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우량 암소의 족보와 이력 등을 전산관리함으로써 ‘10년 대계’를 이뤄가야 한다.


현장탐방-‘한우 고집 40년’ 박래완 회장

자가 수정, 조사료 자체확보 등 생산비 절감

강원도 한우 산학연 협력단이 방문해 초음파 검사 등 종합컨설팅을 마친 후 박래완(57세) 회장은 추석 대목에 출하할 소와 어미로 남겨둘 소를 구별해뒀다. 협력단의 지적사항은 꼼꼼히 메모해 꼭 개선하는 박 회장의 면모다.
박래완 회장은 춘천 신북면 지내2리를 중심으로 26농가가 참여하고 있는 ‘하이록 지내작목반’을 이끌고 있다. 작목반 활동은 농식품부가 추진하는 지역클러스터에 강원 ‘하이록’ 한우가 선정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박 회장은 젊어서부터 농사를 시작했고 적은 규모지만 처음부터 한우를 키웠다. 40년 가까이 한우와 함께 살아온 셈이다. 밭 2만5천여 제곱미터(8천평), 논 1만 제곱미터(3천평) 농사지으면서도 소 키우는 재미는 버릴 수 없었다고 한다.

“어느 농사를 해봐도 다 힘들고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래도 축산은 전망이 있을 것 같아 1994년에 한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박 회장은 1994년 이전에 열 마리가 채 되지 않는 한우를 키웠단다.

현재 한우 사육규모는 150두 정도. 송아지는 팔지 않고 큰 소만 팔고 있는데 연간 30두 정도를 출하하고 있다. 이만큼 사육규모를 늘리기까지 무리한 투자는 하지 않았다. 초기 우사시설자금이 들었을 뿐 꾸준히 수익을 내며 소를 늘려왔다.

박 회장의 한우농사에 다시 전환기가 찾아왔다. 그것은 강원도 한우 특화협력단과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박 회장은 “전에는 암소를 키우면서 좋은 사료 먹여 새끼 잘 빼면 된다고 생각했다”며 주먹구구식 사육기술과 어정쩡한 경영방식을 일삼았다고 털어놨다.

한우 협력단의 컨설팅은 당장 생산비 절감효과로 이어졌다. 사료낭비를 지적받고 계획적인 사료급여 프로그램을 따랐다. 사육결과는 기존에 뒤지지 않는 반면 사료는 3킬로그램 줄 것을 2킬로그램 급여로 줄일 수 있었다. 조사료 작물을 직접 재배하고 볏짚 등 자가생산능력을 갖추면서 사료비는 3분의 1 정도로 감소했다.

현재는 우수한 암소를 육성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한우 경쟁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전적으로 좋은 암소를 확보하는 일이라는 한우 협력단의 조언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004년 한우 협력단의 암소 유전자 검사 때부터 최근 초음파 검사까지 전적으로 그 결과를 신뢰하고 있다.

자가 수정을 실시하고 있는 것도 박 회장의 부지런함을 엿볼 수 있다. 소 키우는 일에서 자가 수정은 중요하다. 발정기를 놓치면 그만큼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더구나 강원지역은 산지가 많고 교통이 불편해 자가 수정은 필수가 되고 있다. 강원도의 자가 수정률이 다른 지역의 2배 가까이 된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박 회장은 “한우는 소비층이 형성돼 있어 다행이지만 최근 쇠고기시장이 혼란스러워졌다. 우선 시장안정이 돼야 한다. 문제는 사료다. 지난해에 비해 100% 올랐고 더 오른다는 소문도 떠돈다”며 “정부지원금을 농가에 직접 줄 게 아니라 사료회사를 거치는 간접지원방식이 타당하다”고 나름대로의 복안을 제시했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