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부터 유럽에서는 학교에 가면 과일과 채소를 공짜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서는 매년 9천만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약 1천43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회원국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일과 채소를 무료급식을 계획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이 이와 같은 사업을 계획하게 된 까닭은 최근 조사에 의하면 유럽 남성의 27%, 여성의 38%가 비만이며 어린이들 중 2천200만 명이 과체중이고 과체중 어린이 중 500만 명은 의학적 비만상태로 그 수치는 해마다 40만 명씩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일 채소 학교무료급식 사업계획서에서는 ‘식습관이 형성되지 않은 어린이들에게 과일, 채소 섭취를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는 데에 주목적이 있다’고 한다.

영국의 경우 국가건강시스템(National Health System, NHS) 계획의 일환으로 4∼6세의 취학 어린이에게 영국산 과일과 채소를 공급하는 프로그램(School Fruit and Vegetable Scheme : SFVS)을 실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영국산 과일과 채소의 소비량 증대를 목표로 하면서 암,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과일, 채소의 섭취 습관을 길러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추진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의해서 매일 200톤, 매년 4만톤의 신선한 과일과 채소가 국가건강시스템의 조달청에 의해 공급되고 있는데, 각 지역마다 매일 20~30만 명의 어린이들에게 과일과 채소가 공급되고 있다고 한다.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는 매우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학교 교사의 99%가 이 프로그램에 의해 아동들의 건강이 증진되었다고 평가하고 있고, 어린이의 25% 이상이 계획에 참여한 후 방과 후 과일 소비가 이전 보다 늘었다고 평가하였다고 한다. 학부모들도 자녀들이 학교에서 급식으로 제공되었던 과일을 학교 밖이나 가정에서도 자주 먹게 되었다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소아비만의 문제를 안고 있는 미국은 학교 과일 채소 계획(School Fruit and Vegetable Scheme)에 의해 공영학교(LEA-maintained school)에 다니고 있는 4∼6세 어린이들에게 매일 무상으로 과일과 채소를 공급하고 있다.

미국의 학교 과일 채소 계획은 전국적 ‘5 a day’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000년 11월에 시범사업으로 시작되었다. ‘5 a day’ 프로그램은 과일 채소 섭취 증가를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모든 사람이 다양한 과일과 채소를 매일 최소 5회 이상 섭취하자는 운동으로 1989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처음 시작되어 1991년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미국 전역으로 ‘5 a day’ 프로그램이 확산된 후 암발생률과 사망률이 감소추세로 돌아서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미국에서 암발생률이 감소하기 시작한 것은 건국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하니 정부차원에서의 과일 채소 섭취 증가 운동이 국민 건강 증진에 놀라운 결과를 나타내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2002년부터 2003년까지 시행된 미국의 학교 과일 채소 무상 공급 프로그램 시범사업은 아주 좋은 결과를 나타내었는데, 시범사업에 참가한 학생들은 좀 더 많은 과일과 채소를 먹게 되었고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의 섭취와 집에서 가져오는 경우가 줄었으며 비만위험이 감소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올해 미국 질병관리통제센터에서 2003년에서 2006년간 미국 어린이, 청소년의 체질량지수(BMI)로 비만율을 분석한 결과 비만율 상승세가 멈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는데 이 역시 이러한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 청소년의 비만유병률이 12%라고 한다. 이는 199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의 결과인 6.5%에서 약 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우리나라의 어린이, 청소년 비만도 심각히 고려해야 할 수준에 왔음을 나타내주는 결과이다.

우리나라 전통식단의 특성상 채소 섭취가 많은 편이며 학교급식에서도 전통식단을 활용하도록 지속적으로 권장하고 있으나, 실질상 몇몇 조사에 의하면 학교급식에서 ‘채소, 과일, 생선의 비율이 낮다’, ‘인스턴트식품의 비율이 높다’는 응답도 꽤 높은 비율인 것으로 보고되었다.

점점 동물성 식품의 섭취율이 증가하고 있고 신선한 과일 채소 섭취율은 감소하고 있는 추세에서 세계 여러 나라들과 같이 정부차원에서 학교급식을 통한 어린이, 청소년의 과일 채소 섭취를 늘리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김양숙(농촌진흥청 농산물가공이용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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