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의 진화과정에서 인류의 출현은 약 1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류가 소금을 알게 된 것은 불을 이용하여 음식을 조리해 먹는 법을 터득한 후로 추정되며 소금의 짠맛은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등장한 가장 근본적이고도 본능적인 맛이라 할 수 있다. 소금은 인류 최초의 조미료인 것이다.

소금은 ‘인간이 먹는 유일한 암석’으로 모든 포유류가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먹어야 한다. 마치 우리가 숨을 쉬지 못하거나 물을 먹지 못하면 죽듯이 소금도 필요한 만큼 섭취하지 못할 경우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사람의 몸에는 약 120g의 소금이 들어 있으며 이는 주로 혈액과 근육 속에 녹아 있다. 소금(Nacl)은 나트륨(Na)과 염소(cl)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나트륨(Na)은 세포외액의 주성분으로 칼륨(K)이 주성분인 세포내액과 삼투압 평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인체 내에서 나트륨이온(Na+)과 염소이온(cl-)으로 분해되어 근육이나 신경을 자극하거나 감정을 움직이는 작용을 한다. 나트륨은 불용성 단백질인 글로불린을 용해하여 면역 활성 등 필수적인 생리기능을 하도록 돕고, 염소이온은 위액의 주성분인 염산으로 변하여 소화작용이 가능하도록 한다.

또 소금은 음식 맛을 좋게 하는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한다. 싱거운 음식에 소금을 더 넣어보면 음식 맛이 몰라보게 좋아지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음식의 간을 맞추는 것 말고도 소금은 다양한 음식물의 처리, 저장, 가공에서 필수적인 물질이다. ‘안동 간고등어’라는 음식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경북 안동은 해안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인 내륙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등어로 유명하다. 그것은 소금으로 저장하는 기술 때문이다. 고등어를 영덕 바닷가에서 안동까지 운반해 오는 데 꼬박 이틀이 걸리는데 고등어는 썩기 직전 상태에 이른다고 한다. 이때 고등어에 소금을 뿌려주는데 그러면 더 이상 부패가 이뤄지지 않고 고등어의 맛도 가장 좋다고 한다.

이처럼 소금은 인간이 생을 영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며 매일 소변이나 땀의 형태로 체외로 배설되는 반면 체내에서는 합성되지 않기 때문에 식품으로 반드시 섭취하여야 한다.

요즘에는 소금이 그다지 비싸지 않다. 이는 소금의 수요가 줄어든 반면 공급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소금의 수요는 소금을 너무 많이 먹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과 냉장 기술의 발달로 음식 보존에 더 이상 소금이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 등으로 과거보다 줄어들었다. 소금의 공급은, 과거에는 자연에서 채취할 수밖에 없어 생산이 제한적이었으나 현대에는 기술 발달 등으로 인공 재제염의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급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염전에서 만든 천일염 외에도 이온 교환막을 이용한 제염법으로 소금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한 해에 약 2억2천만 톤의 소금이 생산되는데 이 중에서 해수가 원료인 소금의 생산량은 전체의 약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며 나머지 3분의 2는 암염이나 소금 성분을 함유한 지하수 또는 호수의 물, 즉 천연 염호수를 이용해 만들고 있다.

그러나 천일염은 여전히 귀한 물건이다. 천일염은 말 그대로 바닷물을 염전에 끌어들여 햇빛으로부터 열을 받아 증발시켜 만든 것으로 염도는 90%내외이다. 색깔은 백색이거나 투명하다. 한국산 천일염은 염도가 80%내외이며 백색을 띠고 있다. 진흙이 섞인 바닷물을 뜨거운 햇빛의 기를 받아 바람으로 유해물질을 증발시켰기 때문에 미네랄을 풍부히 함유하고 있다. 세계 3대 갯벌에 들어가는 우리나라 서해안 청정해역에서 재래식 방법으로 주로 생산되며, 바닷물을 담수 정화하여 햇빛, 바람, 온도의 자연조건을 이용해 생산하고 있다

염도는 대략 80~86% 염화나트륨(Nacl)으로 타 제품에 비해 순도가 낮으며 천연 미네랄 성분과 우리 몸에 이로운 무기질 성분이 다량 포함되어 있어 수입 가공염보다 쓴맛이 적고 순하여 김치나 젓갈류 등의 발효식품에 가장 적합한 소금이다. 그래서 천일염으로 된장이나 김치를 담그면 숙성 후 짠맛보다 깊은맛이 먼저 느껴진다. 중국산 김치가 만약 단맛이 적고 쓴맛이 난다면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소금이 문제일 수도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출범을 계기로 고추장, 된장, 간장, 김치, 소금, 젓갈 등 6대 전통발효식품의 우수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세계시장을 겨냥한 신상품 개발과 품질 개선에 적극 나서기로 하였다. 6가지 식품 중에 다른 5가지 음식(고추장, 된장, 간장, 김치, 젓갈)을 만드는데 꼭 필요한 것이 소금이다. 말없이 묵묵히 음식맛을 지켜내면서 정작 자신은 들어내지 않는 소금이야 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본받아야 할 점이 아닌가 싶다.

책 「식객」에 나랏일 하는 사람들이 소금과 같은 마음으로 일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 하였다. ‘소금은 배추 절이는데 만족하고 고등어 간하는 데 만족한다. 다만 그 뿐이다. 소금만큼 중요한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소금이 저 잘났다고 배추나 고등어 앞에 나서는 법이 없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역할만 다할 뿐…. 세상 살다 욕심이 생기거나 마음이 흔들리면 소금을 보며 인생을 다스리라.’

최정숙(농촌진흥청 농산물가공이용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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