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되는 주장 중에 하나가 “어려운 처지에 놓인 농업·농촌에 총력을 기울여야하는 농림수산식품부가 식품산업을 지원하면서 농업·농촌을 등한시 한다”라는 것

서구국가에서의 식품산업의 개념은 농업생산, 가공, 유통, 소비에 이르는 푸드 체인(food chain) 상에서의 농산식품 산업으로 해석되어, 식품산업이 농업과 별개로 인식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가족관계에서 촌(寸)수의 개념은 일상적인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는 쉬운 공부 중에 하나였다. 과거의 농촌은 같은 성씨끼리 모여사는 사회로 온 동네가 친척인 경우도 많았으니, 4촌 이상의 당숙·재종(再從)관계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즈음의 도시화·핵가족화 사회에서는 사촌 이상의 관계를 이해하는게 매우 어려운 일이며 어린이들은 사회책을 통해서나 개념적으로 이해하는 관계라 생각된다.

농림부가 농림수산식품부로 확대 개편되면서 정부차원에서 농업과 연계된 식품산업 육성을 중요한 과제로 부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농업만을 다루었던 정책부서나 관련공무원, 학계, 단체 등에서는 농식품산업 발전을 위해 아이디어를 모으고자 다양한 심포지엄·협의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 이와 같은 모임에 참석하다보면 반드시 제기되는 주장 중에 하나가 “어려운 처지에 놓인 농업·농촌에 총력을 기울여야하는 농림수산식품부가 식품산업을 지원하면서 농업·농촌을 등한시 한다”라는 것이다.

수입개방에 따른 농업의 어려움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시행되었다. 농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진농업국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는 것과 다양한 수요를 확대하여 농산물 소비를 촉진하는 것이 최대의 방법이라 생각된다.

최근 소득증대에 따라 식품소비패턴이 고급화·다양화 되고 편리성을 추구하면서 외식소비가 급격히 증가하였으며 이에 따른 식품제조업 및 외식산업 등 식품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식품산업의 최근 10년간(1995~2005) 연평균 성장률은 9.3%로 농업의 3.3%를 크게 초과하고 있다. 따라서 농업의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식품산업과의 연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농업과 식품산업과의 관계가 몇 촌(寸) 정도의 관계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미리 답변을 하자면, 원래는 부부사이처럼 무촌이라 할 정도의 동일한 개념이거나, 부자사이처럼 가까운 관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산업 발전 여건이 전혀 상관이 없는 남남의 관계로 이해하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식품업체에서 국내 농산물보다는 수입농산물을 원재료로 사용하여 왔기 때문에 농업과 식품산업은 별개라는 인식이 강하다.

서구국가에서의 식품산업의 개념은 농업생산, 가공, 유통, 소비에 이르는 푸드체인(food chain) 상에서의 농산식품 산업으로 해석되어, 식품산업이 농업과 별개로 인식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국가는 농업정책 속에 식품산업 정책을 자연스럽게 수행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서구의 개념은 자국산 농산물의 가공 및 소비비율을 높여서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효과를 나타낸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농업과 식품이 하나의 개념으로 이해되고 가까운 관계로 회복된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농업·농촌 발전에 큰 획을 긋는 것이라 생각한다.

농업과 식품산업이 연계되어 상호이익을 창출하는 예로 네덜란드의 ‘푸드벨리(food valley)’가 대표적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누군가 네덜란드를 방문하여 “농업인의 이익과 식품산업체간의 이익이 상충될 경우 어떻게 조정하는가·” 라는 질문에, 그들은“어떻게 상호간에 이익이 상충될 수 있는지·”를 역으로 물었다고 한다. 이는 네덜란드 농식품산업 발전에 농업과 식품이 하나라는 개념이 저변에 깔려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 농업과 식품산업이 하나의 개념으로 공동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사항들이 많이 있다. 농식품산업을 둘러싼 주변환경 여건이나 정책방향, 식품산업과의 연계를 위한 방법론, 농식품산업 육성을 지원하기 위한 과학적 근거 마련, 기술개발, 소비자 인식 전환 등 다양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우리보다 앞서가는 다양한 사례를 분석하고 우리 실정에 맞도록 적용·보완해 나가는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하겠다.

지금은 관계가 소원했던 농업과 식품이 가까운 관계로 회복되고, 동일한 개념으로 공동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이다. 농업과 식품을 연계시키기 위한 초기단계인 만큼 기반을 단단히 구축하여 농식품산업이라는 튼튼한 건물을 세워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hardware) 구축보다는 내실화를 위한 소프트웨어(software)적 시스템 구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김행란(농촌진흥청 연구개발과)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