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광우병’ 등 연일 계속 터지는 육류 섭취와 관련된 식인성 질병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채식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한다. 물론 채식주의는 필수아미노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동물성 단백질 섭취의 부족, 신경세포와 적혈구 세포 건강과 관계있는 비타민 B-12 부족, 칼슘, 철분, 아연의 부족 등과 같은 영양적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논란의 소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채소 섭취에 관심을 가지고 채소를 많이 섭취하려고 하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동물성식품 섭취는 계속 증가하고 식물성 식품 섭취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동물성 식품을 많이 먹게 되면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 섭취도 같이 증가하게 되어 소위 성인병으로 일컬어지는 고혈압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 암, 비만 등의 질병이 발생할 확률도 높아짐이 여러 연구에서 보고되고 있다.

그럼 채소를 많이 먹게 되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좋을까?
첫째, 채소에는 다양한 무기질과 비타민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비타민과 무기질은 우리 몸의 여러 생체반응이 잘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신경 기능, 수분 평형, 골격구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녹황색채소에는 카로틴, 비타민 C와 같은 항산화비타민과 철분, 아연과 같은 무기질 함량이 높은 편이다.

둘째, 채소에는 식이섬유소가 많이 들어있다. 식이섬유소가 많은 식사를 하였을 경우에는 포만감을 주고 음식물이 장을 통과하는 시간을 빠르게 하여 비만 예방에 좋고, 소장에서의 당 흡수를 느리게 하여 당뇨병 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준다.

셋째, 채소를 많이 먹으면 비만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이다. 여러 연구논문에서 채소의 섭취와 체중조절과의 관련성에 대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데, 일례로 미국의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12년 동안 과일, 채소 섭취와 체중증가와의 관련성을 조사한 연구 결과를 보면 채소 섭취가 많이 증가한 사람일수록 체중증가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채소 섭취는 고혈압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률을 낮춘다. 우리나라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채소 섭취량과 혈중 지질 및 혈압과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채소 섭취량이 많을수록 혈중 콜레스테롤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섯째, 채소 섭취는 암을 예방할 수 있다. 미국의 프레드 허치슨 암 연구센터가 2008년 초에 발표한 암 예방 10가지 노하우에서도 하루 최소 5번 이상의 채소나 과일 섭취를 권장하고 있고, 미국 UCLA 암센터에서 폐암 환자와 건강한 사람 1천400명을 조사한 연구에서도 흡연자가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게 되면 폐암 위험률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암뿐만 아니라 식생활과 암 발생 위험율과의 관계를 조사한 여러 연구에서 채소 섭취는 대장암, 위암, 식도암의 발생 위험율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소 섭취가 이와 같이 많은 건강상의 유익함을 줌에도 불구하고 동물성식품 섭취의 증가, 인스턴트식품, 가공식품에 대한 선호 증가 등으로 인해 채소 섭취는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채소 섭취량은 327.0g이고 채소 섭취가 에너지에 차지하는 비중은 4.2%로 나타났는데, 이는 1986년의 5.1%였던 것과 비교해 볼 때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자라나는 세대인 아동, 청소년들의 채소에 대한 기호도가 점점 낮아져서 채소가 기피 음식이 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아동, 청소년 시기는 식습관이 형성되는 시기로 이 때 형성된 식습관이 이 후 성인까지 지속되고, 성인기의 건강상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 시기에 올바른 식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실제로 채소 기피 아동의 영양소 섭취상태를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채소를 기피하는 아동이 그렇지 않은 아동에 비해 비타민 A, 비타민 C, 비타민 B2, 칼슘,철분, 아연, 인의 섭취량이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 청소년의 채소 섭취 기피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으로 몇몇 국가에서는 국가 차원의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아동, 청소년의 채소섭취를 증가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미국의 ‘5 a day 프로그램’, 아일랜드의 ‘푸드 듀드(Food Dudes: 먹을거리 친구)’, 싱가포르의 ‘매일 2가지 채소, 2가지 과일 먹기’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각 나라의 채소 섭취 권장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기회에 소개해 드리겠다.

전통적인 한국인의 식생활은 채식을 위주로 한 식사였으나 빠르게 서구화되는 식생활과 그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 만성질환의 증가, 육류로부터 기인한 식인성 질병에 대한 우려 증가 등으로 인해 새롭게 채소섭취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가 먹는 식품은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고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 항상 충분한 채소 섭취, 균형잡힌 식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한 미래를 위한 좋은 투자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김양숙(농촌진흥청 농산물가공이용과)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