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항목 (주)농수산홈쇼핑 상무·CS본부장

1970년대, 꽤나 잘 살고 있음직한 농촌을 지나다가 “소는 손이 많이 갈수록 살찐다”는 구호를 본 적이 있다. 당시 필자는 어렸기 때문에 그 말뜻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을 나올 무렵 비로소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소를 기르는 축산농가는 농가대로, 벼농사를 짓는 농가면 그 농가대로, 공부를 하는 학생은 학생대로, 사업을 하는 사업가라면 그 나름대로 성공을 위해 온 정성을 쏟아야만 한다는 뜻이었다. 소에 정성을 쏟으면 소가 살이 안 찌고 배기겠는가.

이제 우리 대한민국의 축산업은 정말 중차대한 기로에 놓여 있다. 말하기 쉬운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야 ‘수입쇠고기, 먹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도 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지금은 비록 값이 싸다고 하지만 우리 축산업이 망가지고, 수입쇠고기에 입맛이 길들여졌을 때도 지금처럼 값이 쌀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갈수록 식량이 자원화 되어가고, 그 자원이 곧 무기가 되어가는 상황에서 말이다.

지금도 우리는 먹을거리의 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정부는 정부대로, 생산농가는 생산농가대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다. 정부의 현행 장려금과 보조금 제도는 그대로 시행하더라도 농촌을 좀 더 근본적으로 개혁시킬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그래야만 농촌에 젊은 사람들이 돌아올 것이고, 농업이 제 구실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소는 손이 많이 갈수록 살찐다”는 구호가 정말 그립다. 소를 정성들여 키워 그 값으로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살림살이를 늘여가던 그 시절의 그 우직함으로 지금의 축산업과 농업의 위기를 돌파해나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제아무리‘값싸고 질 좋은’수입고기가 들어온다 해도 끄떡없는 우리의 우수한 한우가 농촌을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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