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나 무를 소금에 절인 것을 저(菹), 저에 고추와 젓갈을 넣고 숙성시켜 발효된 것을 김치라 한다. 우리 조상들은 일찍이 긴 겨울동안 부족해질 수밖에 없었던 비타민과 무기질을 지속적으로 공급받기 위한 수단으로 김치를 만들어 먹었다. 채소를 소금에 절이는 동안 부패균은 사멸되고 소금에 잘 견디는 유산균이 채소의 당 성분을 이용하여 젖산을 비롯한 여러 유기산, 탄산가스 등의 물질을 만들어 내는 발효식품이 김치이다.

김치의 종류는 주재료와 담그는 방법, 지역에 따라 독특하게 발전되어 왔으며 동·식물성의 재료가 어우러지면서 일본의 스케모노나 서양의 피클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 발전했다. 일반적으로 겨울용 김치는 양념을 많이 사용하고 여름철에는 재료가 단순하며 북쪽지방에서는 싱겁게, 남쪽지방에서는 짜게 담근다.

김치는 사용하는 재료와 지역에 따라 이름이 다르기 때문에 배추김치 25종, 무김치 62종, 오이김치 10종, 기타 채소김치 54종, 해조류김치 5종, 동물성 재료를 사용한 김치 21종 등 무려 187종이나 된다.

1. 재료의 다양성과 조화
김치 재료를 보면 무, 배추, 파, 마늘, 생강, 갓, 미나리, 쪽파, 고춧가루, 소금, 젓갈 등으로 매우 다양하며 어패류인 젓갈과 채소를 절충시켜 동물성 식품과 식물성 식품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같은 재료라도 산지에 따라 맛이 다르고 같은 고추라도 매운 맛이 다르며 젓갈에 따라 김치 맛은 달라진다.

2. 맛의 다양성과 조화
김치는 각종 채소류의 신선한 향미, 소금의 짠맛, 향신료의 맛, 발효로 인한 산미, 복합 발효미, 그리고 특유의 질감으로 인한 씹힘 맛으로 입맛을 돋굴 뿐만 아니라 단음식, 싱거운 음식, 담백한 음식, 느끼한 음식 등 어떤 음식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

3. 색깔의 다양성과 조화
김치에는 동치미, 나박김치, 장김치 등 국물이 있는 김치가 있다. 국물색깔을 보면 동치미는 흰색, 나박김치는 붉은색, 장김치는 검은색, 또 갓김치는 보라색이다. 동치미의 국물은 흰색이나, 붉은고추, 푸른고추, 희고 푸른 파, 하얀 무, 노란생강, 검은청각 등 오색이다.

4. 어울림
갖가지 재료가 어울려 빚어진 오묘한 맛과 숙성기간에 따른 다양한 맛, 색깔의 다양성 등으로 인해 김치는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쌀밥, 잡곡밥, 비벼 먹는 밥, 볶아 먹는 밥, 물에 말아 먹는 밥 등 어떤 밥에도 잘 어울린다. 또 동지팥죽과 함께 먹는 동치미는 일품이다. ‘떡 줄 놈은 마음도 안 먹는데 김치국부터 마신다’는 속담에서처럼 김치는 떡과도 잘 어울린다. 라면을 먹을 때 김치가 없으면 왠지 허전하다.

5. 김치의 변신
김치를 이용하여 만들 수 있는 음식은 무궁무진하다. 김치국, 김치찌개, 김치전골, 김치볶음밥, 김치김밥, 김치만두, 김치(해물)전, 김치라면, 김치피자, 김치수제비, 열무냉면, 김치카레덮밥, 어묵김치볶음, 김치삼겹살볶음, 김치잡채, 김치쌈밥, 두부김치, 김치국수, 김치말이, 김치샤브샤브, 김치샐러드, 김치스파게티 등 내 마음대로 디자인할 수 있다.

6. 좋은 것은 늘리고 나쁜 것은 줄인다
김치는 젖산 발효식품으로 살아있는 젖산균이 발효 요구르트보다도 더 많이 존재한다. 또 채소를 이용한 젖산발효 식품으로 다양한 기능과 생리활성 작용을 한다. 김치의 여러 가지 성분과 젖산균이 발암물질 및 변이물질의 생성을 억제하고, 항암·면역 활성의 효과를 낸다.

농촌진흥청에서 김치가 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생성되는 생리활성성분과 반대로 감소되는 위해성분을 분석한 결과,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 함량은 저장숙성기간에 따라 전반적으로 증가하였다. 김치에 들어 있는 총 균수는 저장기간이 증가함에 따라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질산염 함량은 숙성 및 저장기간 동안 작물 및 저장조건에 따라 5~12% 정도 유의하게 감소하였다.

몇 년 전 김치가 조류인플루엔자(AI)의 예방 및 치료에 효과를 보인다는 실험결과 발표 이후 전 세계에서 김치의 판매가 크게 늘어난 적이 있었다. 당시 AI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실험에 사용된 것은 김치에서 추출한 유산균 배양액이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를 보면 AI 바이러스에 대해 억제 효능을 나타내는 김치 성분은 유산균(젖산)이 아니라 발효과정에서 생성되는 어떤 특정 물질이라는 것이다. 즉, 발효되지 않은 (일본식) 김치는 소용이 없고, 발효된 한국 김치가 AI에 효과를 나타낸다.

이러한 김치의 다양한 효능이 알려지면서 세계적으로 ‘건강식’, ‘장수식’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2006년 미국 건강전문 월간 ‘헬스’가 선정한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된 바 있다. 우리 김치가 2001년 8월 CODEX 국제규격 획득으로 종주국의 반열에 올라선지 7년이 지났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매일 매끼 밥상에 오르는 김치, 우리는 그 김치를 너무 익숙한 탓에 소홀히 하지 않았나 싶다. 김치 소비량을 늘리기 위하여 하루 한 끼는 김치를 주 메뉴로 하고 다른 반찬 가짓수는 가급적 줄이는 것이 어떨까?

최정숙(농촌진흥청 농산물가공이용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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