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고 생활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우리 인체는 70% 정도가 물이며, 이 물은 음식물을 소화시키고 영양분을 섭취하는 동시에 노폐물을 체외로 배출하는 등의 여러 생리작용에 의한 인체의 신진대사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또한 체온조절이나 혈액순환 역시 물에 의해서 조절된다. 인체 내의 수분 균형이 15% 정도 감소하게 되면 생명이 위태롭게 되기도 한다.

우리 선조들은 산이나 들에서 나는 것들을 음식에 적절히 혼합하여 건강을 보하는 ‘약식동원’의 식생활 습관을 유지해 왔다. 음료 역시 물 자체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그 자체가 약이 되는 재료로 맛과 영양이 우수한 순수자연 기호음료를 만들어 이용하였다.

전통적으로 우리 조상들은 유자청, 매실청 등을 만들어 두었다가 물에 타서 음료로 많이 이용하였다. 요즈음 시장에 나가보면 초록의 매실이 눈에 많이 띄어 신선함을 더해준다. 최근 들어 전통음료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매실음료가 각광을 받고 있으며 여름이면 어느 가정이나 냉장고에 한병 쯤은 보관하면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매실청음료는 더위를 식혀주고, 피로를 없애주며 배가 아픈 것을 다스리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여름철 음료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음료이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여 초록의 매실을 씻어 물기를 닦은 뒤 매실과 동량의 설탕을 고루 섞어 입구를 밀봉한 후에 서늘한 곳에 2∼3개월 둔다. 매실의 과육이 쪼글쪼글해지면 매실을 건지고 매실액을 따라내어 밀봉하여 서늘한 곳에서 숙성하거나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적당한 농도로 물에 타서 마신다.

또한 여름철 음료로 이용하기에 적당한 원료로 단연 오미자를 들 수 있다. 어른이 되어 여러 가지 면에서 변화가 일어나지만 입맛이나 좋아하는 음식이 변하는 것도 큰 변화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는 잘 알지 못했던 오미자를 어른이 되어 식품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접했을 때 신선한 매력을 느꼈다.

붉은 듯 오묘한 색깔과 다섯 가지의 맛을 내는 오미자의 매력은 식품으로서 다양한 가능성을 제공해 준다. 오미자는 성질이 따뜻하고 껍질과 살은 달고 시며 씨는 맵고 쓰며 짠맛을 낸다. 몸에 수분이 부족할 때 먹으면 좋고 기관지를 보호하며 기침을 멎게 하는 진해제 작용을 하고 혈압강하, 강신(强腎), 자궁수축 작용 등의 약리작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고문헌에 기록되어 있다. 최근 이러한 기능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으며, 오미자의 붉은색은 적포도주의 기능성 물질로 알려진 안토시아닌 색소로 다양한 생리활성을 갖는다. 다만 위산이 많은 사람은 복용을 삼가는 것이 좋다.

오미자 음료를 만들 때는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후 10배 정도의 찬물에 하룻밤 담가 놓아 물이 진달래 빛으로 곱게 우러나면 고운 겹체에 국물을 거른다. 뜨거운 물을 사용하거나 끓이면 떫은맛이 나므로 주의해야 한다. 차갑게 식힌 오미자 국물에 설탕 대신 꿀을 타서 마시면 인공적인 음료에 비하여 뒷맛이 깔끔하면서 시원함을 느낄 수가 있다. 오미자 국물에 계절에 많이 나는 과일이나 열매를 띄워서 수박화채, 배화채 등으로 이용하면 멋스러운 음료가 만들어 진다.

고문헌에 나와 있는 전통 청음료는 160여개에 이르지만 현대에까지 이용되고 있는 것은 몇 종류에 불과하다. 우리 것을 지키기 위하여 연구개발, 산업화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실생활 속에서 전통음료를 아끼고 사랑하면서 자연스럽게 외국인들에게 선보인다면 식생활문화를 통한 세계화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전통음료가 대부분 한방소재를 기본으로 한 것들이 많아 갈증해소 뿐만 아니라 건강에 도움을 주는 생리적 기능성도 가지고 있어 건강음료로 차별화한다면 세계적인 수출 상품으로서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김행란(농촌진흥청 연구개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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