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지 않고 하루를 시작하는 아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지난 6월5일 초등전문 학습사이트인 에듀모아의 조사에 의하면 전국의 초등학생 8천810명의 38.2%가 ‘아침식사를 꼭 챙기지 않는다’고 응답하였고, 대한 YWCA가 전국 14개 도시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53.76%의 학생들이 아침 식사를 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22개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아침식사실태를 조사한 농촌진흥청의 연구결과에서도 응답학생들의 47.9%가 평일에 하루 이상 아침을 먹지 않고 있었다. 아침식사를 하지 못 하는 주된 이유는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분석의 결과에서는 ‘늦잠을 자서’(32.0%), ‘시간이 없어서’(31.9%)이었고, 아동, 청소년의 식행동을 연구한 여러 결과들에서도 ‘시간이 없어서’가 가장 많은 이유로 나타났다. 생활습관과 아침식사 섭취 횟수와의 관련성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취침시간이 늦을수록 아침결식의 경우가 많았는데 수면시간이 3~4시간인 경우 40.0%의 학생이 주중 평일동안 아침을 먹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아동, 청소년들의 아침결식은 어제오늘 등장한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였고, 심지어 예전 한 오락프로그램에서는 ‘학생들 아침밥 먹이기’ 운동을 전개하여 화제가 된 적도 있었다. 그렇다면 왜 하루 세끼 식사 중 특히 아침식사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아침식사는 우리가 하루의 생활을 시작하기 위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균형잡힌 영양섭취를 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보통 전날 저녁식사 이후 다음날 아침식사까지 10~12시간 정도 우리 몸은 아무런 에너지의 공급을 받지 못 한 상태인데 여기에 아침식사를 거르게 되면 점심시간까지 약 15시간 이상의 공복 상태에 있게 된다.

특히 뇌는 영양소를 거의 저장하지 않는 기관이므로 뇌의 주요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필요하나 아침을 굶게 되면 우리 뇌는 충분한 에너지의 공급 없이 하루 일을 시작하게 된다. 아침식사를 먹지 않아도 하루 필요 에너지 섭취량만 맞추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으나, 여러 연구결과에서 아침식사를 하지 않았을 경우 비타민, 무기질 등의 영양소 섭취에 불균형이 발생함을 보고하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우리나라의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고등학생의 경우 아침을 결식하는 학생이 열량과 리보플라빈 섭취가 낮게 나타났고, 미국의 Bogalusa Heart Study의 자료 중 10살 어린이들의 아침식사 패턴에 대해 분석한 연구에서는 아침결식 아동이 비타민 A, B-6, D, 칼슘, 마그네슘, 리보플라빈, 아연, 철 등의 섭취량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동, 청소년기는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소 요구량이 많아지는 시기이므로 규칙적인 아침식사를 통해 충분한 에너지와 영양소 섭취가 아주 중요하다.

둘째, 아침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게 되면 비만해 질 확률이 낮아진다. 아침식사를 거르게 되면 과자와 같은 고열량의 간식을 먹거나 보상심리에 의해 점심 또는 저녁을 폭식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실제로 미국 미네소타대학의 마크 페레이라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아침식사를 먹지 않는 청소년들이 아침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청소년에 비해 평균 2.3kg 더 체중이 증가하였다고 한다. 청소년시기의 비만은 성인기의 비만으로 이어지기가 쉬우며, 비만에 의한 만성질환 발병율도 증가하게 된다. 아침식사를 하지 않은 고등학생이 아침식사를 한 고등학생보다 총콜레스테롤 수치와 혈압도 더 높게 나온 한양의대의 김경미 박사의 연구결과에서도 이러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셋째, 아침식사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주의력, 인식능력과도 관련을 가지고 있다. 아침식사를 한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수학능력평가 점수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농촌진흥청의 연구결과도 보고된 바 있었고, 미국 등 해외의 여러나라에서 행해진 연구에서도 아침식사를 하는 학생들이 주의력, 집중력, 순간 기억력 등이 아침식사를 먹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더 높다는 결과를 나타내었다.

그럼 어떤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 요즘 TV에서 ‘바나나는 밥이다’라는 광고를 본 적이 있다. 아침을 굶는 대신 바나나를 먹으라는 내용이다. 물론 아침식사로 전혀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보다는 바나나라도 먹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영양이 풍부한 음식이더라도 한 가지 음식섭취만으로는 영양불균형에 빠지기 쉽다.

한편 200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아침식사의 질을 평가한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빵식으로 아침을 먹는 사람보다는 밥식으로 아침을 먹는 사람이 더 낮은 지방섭취량과 더 높은 채소 섭취량을 보였다고 하였다.
밥, 국, 반찬의 한식은 또한 우리 아이들이 먹고 싶어하는 아침식사이기도 하다. 서울시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농촌진흥청의 연구결과에서도 아침식사로 밥, 국, 반찬을 중심으로 한 전통식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바쁜 아침에 저녁식사와 같은 상차림으로 아침식사를 준비할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잡곡밥, 된장국, 두부나 달걀, 김치, 준비가 쉬운 채소찬 등으로 구성된 간소한 아침식사를 제공해 보자. 우리 아이들의 활기찬 하루는 충실한 아침식사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김양숙 박사(농촌진흥청 농산물가공이용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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