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은 인간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원일 뿐만 아니라 인간, 문명, 자연 사이의 소통의 고리이다. 이런 면에서 전북지역은 쌀의 산업측면은 물론 인문학적 문화의 중심지를 꿈꾸고 있다.”
전라북도 쌀 특화작목산학연협력단을 이끌고 있는 전북대 윤성중 교수의 첫 마디다. 다소 현실감 없는 말 같지만, 그간 농업계에서 꿈틀대던 이른바 ‘농업과 문화의 접목이론’이 우리민족 고유의 자산인 쌀에서 구체화한다는 인상을 준다.

협력단 중 쌀은 전북이 유일= 전북 쌀 협력단은 전통적으로 우리 쌀 산업을 이끌어왔던 전북을 세계적인 쌀 산업의 메카로 부각하는 데 선도역할을 수행코자 2004년 농촌진흥청과 전북도의 지원을 받아 설립됐다.

전국 53개 특화작목협력단 가운데 쌀 품목으로는 유일하다. 전북지역 농업에서 쌀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 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전북지역 전체농가의 농업소득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기준 48.3%로 전국평균 24.6%에 견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전북 쌀은 그간 브랜드나 시장가격 면에서 상대적인 약세를 보였다. 김제나 정읍 등 전주 서쪽이 곡창지대임에도 생산비와 경영비는 전국에서 가장 비싼 반면 판매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2005년만 해도 전년도에 견줘 쌀 조수입이 20% 정도 감소하면서 전북 농업총수입이 5.9% 줄었다.

전북 쌀 협력단은 이러한 농업현실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구성됐다. 고품질·저비용 생산, 기능성 쌀이나 친환경 쌀 생산으로 전북 쌀의 브랜드파워를 강화하고 농가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활동에 돌입했다.

특히 협력단은 대학, 연구소, 행정기관, 농협, 관련업체 전문가와 선도농업인 등 모두 23명의 기술전문위원이 포진해 각 단계별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11개 작목반, 100여 호의 농가와 농업경영체의 기술수요를 파악해 각각 현장수요에 적합한 기술보급과 자문활동을 펼쳤다.

친환경생산에 소비자신뢰 화답= 쌀 협력단은 2004년 사업 첫해부터 친환경인증 쌀 생산 확대에 나섰다. 친환경 기능성 벼 품종 보급에 힘쓰는 동시에 체계적인 재배기술 정착을 위해 현장교육과 컨설팅을 수시로 실시했다. 친환경 농자재 개발과 보급 활동도 펼쳤다.

부안군 친환경 광역단지, 대야농협, 군산 오색미 단지, 정읍 덕천면 어울림작목반, 김제 성덕면 친환경 단지 등이 잇따라 친환경 쌀 인증을 획득하면서 이들 지역 농가의 총수익이 2억원 이상 늘어나는 등 경제적 효과도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협력단의 이 같은 활동과 전북도 지원에 힘입어 친환경인증 재배면적이 크게 늘었다. 전북지역 쌀 재배면적은 2005년 15만1천 헥타르에서 2006년 14만2천 헥타르로 줄었지만 친환경인증 면적은 2002년 496헥타르에서 2006년 5천186헥타르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벼농사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독립영양토’ 개발로 생산비 절감에도 성공했다. 쌀겨, 오리분, 생석회를 주원료로 혈분, 골분, 어분, 복합유산균 등 부원료를 혼합한 영양토는 친환경농업기술 실현과 비용절감이라는 효과를 동시에 거뒀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소비자들이 전북 쌀에 대해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먹을거리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는 친환경생산 여부를 꼼꼼히 따져 쌀을 구매하고 있는 현실에서 전북 쌀에 대한 신뢰도는 점점 쌓여가고 있다는 평이다. 소비자를 정기적으로 초청해 모내기와 수확 등 체험행사를 벌이면서 친환경재배 현장을 직접 보게 하는 전략도 한몫했다.

유통·마케팅으로 개선분야 확대= 전북 쌀 협력단은 2007년부터 3년간 2단계 특화사업단 활동을 벌이고 있다. 1단계 사업기간에 친환경 생산기반 구축에 중점을 뒀다면 이젠 전북 쌀의 브랜드파워 향상과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가공, 유통, 마케팅 부문에 집중할 때라는 것이다.

2단계 사업 첫해에 적잖은 성과를 냈다. 제주도 현지에서 도정해 당일에 판매하는 유통기술을 개발해 제주지역에서만 연간 1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옥션, 지마켓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 계통공급을 통해서도 1천억원이 넘는 판매고를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확한 쌀의 포장과 브랜드 개선, 품질표시제도와 이력추적관리제도 같은 사후관리시스템 가동이 한몫했다는 평이다. 전북대 소순열 교수, 농협 전북지역본부 유인봉 팀장 등 학계와 업계중심으로 구성한 협력단의 경영유통팀의 마케팅 전략과 미곡종합처리장 경영혁신 노력이 이를 뒷받침했다.

안정적인 판로를 위해 학교급식 공급 마케팅을 적극 벌였다. 전북도 급식조례 제정에 따라 부안에서 친환경 쌀 대단지를 운영하고 있는 영농법인 ‘주산사랑’은 도내 12개 학교에 쌀을 공급하고 있고 서울, 경기지역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협력단의 공동마케팅이 빛을 본 대목이다.

국내 판로개척은 물론 해외 수출까지 타진하고 있다. ‘미국수출 대한민국 쌀 1호’로 이름난 군산의 제희미곡종합처리장 한건희 대표는 협력단 전문위원으로 참여해 전북 쌀의 수출확대를 꾀하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 시장 진출을 모색하며 수출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현미를 이용한 과자를 개발하고 이를 미국, 일본 등지에 수출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하고 있다. 쌀 가공품은 부가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쌀’이 아닌 ‘가공품’으로서 수출영역이 넓다는 장점도 있다는 게 협력단의 설명이다.

윤성중 교수는 “향후 우리나라와 전북 쌀의 미래는 국제경쟁력 확보 여부에 의해 좌우될 것이 분명하다”며 “친환경 재배기술, 안전성과 브랜드파워 강화에 힘쓰고 전북지역을 세계적인 산업적, 인문학적 쌀 문화 중심지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령탑 인터뷰 윤성중 전북대 교수

“전북을 세계적 쌀 메카로 만들 터”


전북 쌀 산학연협력단을 이끌고 있는 윤성중 전북대 교수는 그간 협력단의 성과를 내세우기보다는 향후 활동계획을 알리는 말을 많이 했다. 한마디로 전북을 세계적인 쌀 산업지역, 쌀 문화중심지로 만들겠다는 포부였다.
그러면서도 최근 농업인의 어려움을 헤아렸다. 협력단 사업을 추진하면서 어려운 점이 뭐냐고 물으니 농업인의 영농조건 악화를 들었다. 고유가와 농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농가의 경영부담이 커지고 채산성이 악화되는 게 농업인의 어려움이자 협력단 사업추진의 애로사항이라는 얘기다.
전북 쌀 협력단의 특징은?
= 먼저 전문위원이 대거 포진했다는 점이다. 다른 협력단의 경우 15명 안팎인 것으로 아는데 우리는 23명이나 된다. 전문가가 많은 덕에 단계별, 현장수요별 기술개발과 컨설팅이 활발하다. 이에 따라 사업대상지역도 광범위하다. 엄선한 11개 작목반, 100여 호가 넘는 농가와 경영체가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쌀 산학연협력단은 전북이 유일한 점도 꼽을 수 있다.

전북 쌀 산업의 진로는?
= 쌀은 인간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원이자 인류문명, 자연환경 사이의 소통의 고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민족에게 쌀은 고유문화가 된다. 이런 점에서 거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전북 쌀은 국내에서 친환경 쌀, 안전한 먹을거리로 소비자신뢰를 얻어가고 있다. 브랜드파워가 강화되고 농가수익성이 나아진 게 지표로 나타난다. 그러나 핵심은 국제경쟁력이다. 우리는 쌀 산업을 선도하는 동시에 쌀 문화의 중심지를 꿈꾸고 있다. 전북지역 인문사회 교수님들도 연구를 통해 동참하고 있다.

협력단 활동의 어려운 점은?
= 협력단의 어려운 점보다는 농업인의 영농조건이 좋지 않다는 게 문제다. 고유가, 농자재가격 상승 등 농가의 경영압박이 심하다. 소비자들이 전북 쌀을 한 번 선택한 뒤 다시 찾는 ‘단골고객’이 늘면서 희망 섞인 평가도 나오지만 현실적 여건악화는 해결할 도리가 없다.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협력단이 풀 과제가 있고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 있다. 이와 관련해 정책에 밝은 전문가들이 따로 정책자료를 만들어 건의할 계획이다.

활동하면서 보람이 있다면?
= 소비자신뢰가 쌓여간다는 점이다. 친환경 생산과 고품질 쌀이라는 소비자 인식이 늘면서 전북 쌀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농업인은 성실하고 진실하게 농사짓고 소비자는 믿고 구매해주는 풍토가 자리잡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왕초액과 왕겨숯을 이용한 친환경 쌀 생산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김제지역 재배단지에 적용했는데 실제로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은 것도 큰 보람이다.




성과 & 과제



1. 소비자와 벗이 되는 잦은 교류
전북 쌀 특화작목산학연협력단이 컨설팅하는 법인과 재배단지 농가들은 다채로운 소비자 초청 행사를 벌이고 있다. 봄에는 모내기, 오디 따기, 왕우렁이 방사, 밀 베기 등 체험행사를 마련하고 참여한 학생과 도시주부에게 가을에 쌀을 보내주기도 한다. 가을 수확 때도 곳곳에서 체험행사를 벌인다. 이는 소비자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했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늘 가까운 이웃이 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 친환경 재배기술 검증과 확대
쌀 협력단은 기존 친환경 농법의 기술검증뿐 아니라 새로운 친환경 재배기술 개발에도 힘을 쏟았다. 김제시 공덕면에 있는 ‘왕겨숯 재배단지’는 좋은 예다.
학술연구를 통해 왕초액과 왕겨숯의 여러 기능을 밝혀내고 이를 이용한 친환경 쌀 생산에 적용, 성공함으로써 농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독립영양토 개발과 공급도 한몫했다. 생산비 절감과 농가수익 창출이라는 성과를 얻고 있다. 친환경인증 쌀 재배면적의 급증은 이러한 노력의 산물이다.

3. 가공, 유통, 수출 마케팅 강화
협력단의 1단계 사업기간에도 노력은 했지만 2007년부터 2단계 사업을 추진하면서 그 성과가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현미를 이용한 고부가가치 가공품 개발과 수출, 전북지역을 넘어 수도권 학교급식 시장 진출 등이 가시권에 있다.
그러나 기대만큼이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 부문이다. 협력단의 전문가들이 집중해 시장 확대를 꾀해야 하는 대목이다. 전북지역을 쌀 산업의 메카, 세계 쌀 문화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 먼저 일궈야 할 부문이 가공, 유통, 수출 확대다.



현장탐방-김상응 주산사랑영농법인 대표

“친환경 쌀 성공 99.9% 확신”


6월 18일 전북 부안군 주산면 돈계리. 빗줄기 그칠 기미가 보이자 않자 김상음(43세) 영농법인 주산사랑 대표는 마이크를 잡았다. 제7회 주산사랑 친환경단지 축제를 시작한 것이다.

주산사랑 영농법인은 2004년부터 전북 쌀 특화작목산학연협력단 사업에 참여하면서 많은 것을 이뤄냈다. 친환경 쌀 생산기술 보급은 물론 가공품 개발, 학교급식 공급, 해외수출 타진까지 협력단과 함께 보조를 맞췄다.

이날 행사는 서울 소비자단체와 전북지역 학생 등을 초청해 모내기 등 체험활동을 벌이기 위해 마련했다. 주산사랑은 봄, 가을에 이 같은 소비자 초청 체험행사를 몇 해째 해오고 있다.

“소비자 신뢰문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한 먹을거리, 품질 좋은 우리 쌀을 소비자가 믿고 구매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소비자와 늘 가깝고 허심탄회하게 만나는 게 신뢰를 얻는 지름길이다.”

김 대표는 모든 게 소비자 신뢰로부터 시작된다는 지론을 폈다. 김 대표는 주산사랑의 쌀을 구매한 고객들이 발길을 다른 데로 돌리지 않는 것에 대해 크게 고마워하며 더 가까이 다가서도록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주산사랑 연간 매출액은 15억원 안팎. 58농가가 참여해 친환경 쌀을 생산하고 이를 도시소비자와 학교급식에 공급하고 있다. 덕분에 참여농가의 쌀을 일괄 수매하는 수준에 올랐다. 판로 걱정 없이 영농법인에서 모두 소화하는 일은 소득향상뿐 아니라 농가경영 안정에 큰 도움이 되기에 농가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친환경 쌀 생산체제는 확고해졌다. 이제 가공과 유통, 마케팅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동안 모 업체와 공동으로 현미가공기계 개발에 힘썼다. 시연회와 홍보를 통해 가능성을 확인했고 8월 하순부터는 시장에 본격 출시할 것이다. 9월에는 미국 한인축제에 참가해 우리 쌀과 가공품 수출을 타진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쌀 산학연협력단, 업체와의 협력으로 조만간 성사될 쌀 수출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계획대로 추진되면 미국에 하루 5톤 분량의 쌀을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전북지역 12개 학교에 급식용으로 공급하는 친환경 쌀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최근 서울, 경기 지역 급식업체를 찾아다니며 마케팅을 벌인 결과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고 알렸다. 안전성, 고품질이 수도권 급식시장에서도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배어있다.

김 대표는 요즘 말 그대로 꿈에 부풀어 있다. 소비자 신뢰 확보를 시작으로 그간 노력의 성과가 착착 나오고 있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가공품 개발과 수출까지 넘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꿈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인 듯 김 대표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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