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너무 가파르게 오른다. 어떤 신문은 1면에 ‘물가가 미쳤다’는 제목으로 머릿기사를 올렸다. 그도 그럴 것이 오이 하나에 1천원이 넘고, 보통 3천원이던 자장면 한 그릇 값도 4천원으로 올랐으니 시장을 보는 주부들이 피부로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는 그냥 ‘올랐다’ 정도가 아닐 것이다. 과연 ‘미쳤다’는 표현이 실감난다. 걱정이다.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는 하소연이 차라리 엄살이었으면 좋겠다.

물가가 올라서 장보는 주부뿐만 아니라 물건을 파는 상인들도 울상이다. 슈퍼에서는 야채를 고르던 아주머니가 사려던 물건을 장바구니에서 꺼내 다시 진열장에 놓는가 하면 대파 단을 들고 한참을 고민하는 고객들 모습도 흔하다고 한다. 당장 우유를 덜 사게 되고, 과자와 아이스크림 같은 아이들 군것질거리도 잘 나가지 않으니 유통업체마다 매출이 떨어진다고 한다.

새로 출범한 정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무슨 일이 있어도 경제만은 꼭 살리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던 대통령과 새 정부에게 이상 기류에 휩싸인 물가는 치명적인 걸림돌이자 암초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살림살이가 빠듯한 서민들에게 인플레이션은 독이다. 정부와 물가 당국은 특단의 조치로 폭등의 기미를 보이는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역점을 둬야할 것이다.

나는 이번 물가 사태를 보면서 몇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국가적 과제를 떠올렸다. 무엇보다도 우리 농업을 진흥시키고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휘발유 값이 오르면 시민들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불필요한 전등도 끄고, 수도꼭지는 잘 잠겨있는지 점검하는 일에 익숙하다. 우리 국민들처럼 근면검소하고 절약정신이 투철한 나라도 드물다. 그러나 먹는 문제는 다르다.

부족하면 수입해오면 된다는 안이한 발상은 이번 물가 비상사태로 인해 여지없이 깨졌다. 우리 국민이 소비하는 대부분의 식품을 중국이 대줬다. 그러나 중국도 13억의 인구가 더 좋은 곡식과 쇠고기를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곡물 수출에 제동을 걸었고,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호주, 인도, 베트남까지 밀가루와 옥수수, 콩, 쌀에 대한 수출을 규제하고 나섰다. 그토록 우려했던 식량 부족 사태가 현실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나아가 ‘식량의 무기화’라는 끔찍한 말도 오르내리는 형국이다.

잠정적인 유류세 인하에 특소세 감면 조치도 조금은 도움이 되겠지만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달린 쌀과 밀가루, 콩, 옥수수 같은 기초식량의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 첨단산업에 관광벨트도 좋지만 새만금 너른 둑에 우리밀과 옥수수를 심고 거둬야 하는 이유는 그래서 분명하고도 단호한 시대적 요청이라고 생각한다.


도 상 철 (주)농수산홈쇼핑 대표

도상철 대표 약력
1946년 1월 10일 생
2002년 제일사료(주) 경영지원담당 임원
2007년 (주)농수산홈쇼핑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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