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농촌진흥청, 농업인신문사가 ‘품목 농업인연구모임의 힘’이란 주제로 올해 공동캠페인을 벌여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타결이 한국 농업과 농촌에 끼치는 영향이 심대할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위기가 기회라고 역설한다 해도 우리 농업과 농촌이 중대기로에 서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와 농업인신문사는 우리 농업과 농촌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다각적인 활동을 벌여왔다. 특히 한 가지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른 품목별 농업인연구모임의 활성화를 위해 농촌진흥청과 함께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기관, 단체, 언론 3주체가 품목별 농업인연구모임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활성화에 노력해온 결과 적잖은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농업인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적극적인 기술습득, 참신한 사업개발을 통한 소득증대 효과를 보이는 모임이 늘고 있다.

그러나 성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농업인신문에 우수사례로 소개된 곳뿐만 아니라 많은 농업인연구모임이 모범적인 활동을 펼치며 향후 발전가능성을 내보였지만 자립도가 떨어지거나 구태의연한 조직운영행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곳도 적잖다는 분석이다.

이에 김인식 농촌진흥청장을 만나 품목별 농업인연구모임의 현황과 문제점, 향후 과제 등을 들어본다. 김인식 청장은 현장밀착형 농촌지도, 농업인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현장연구를 늘 강조해왔다. 특히 공무가 끝나고도 휴일마다 전국 농촌현장 곳곳을 누비며 농업인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고충을 해결하는 일에 성심을 다해왔다. 아울러 전국 160여 농업기술센터 중 3분의 2 이상을 방문해 지역현안과 센터의 활동을 점검해왔으며 품목별 농업인연구모임에 대해서도 많은 정성을 쏟아온 인물이다.



이대식 편집국장= 품목별 농업인연구모임이 현재 얼마나 조직됐나 궁금하다. 지난 10여 년간 조직화가 지속돼 현재 3천 곳에 육박하는 것으로 안다. 상대적으로 조직화가 잘 된 축산분야보다는 채소, 과수 분야에 연구모임이 많이 결성되지 않았나. 구체적인 현황을 소개해달라.

김인식 농촌진흥청장= 품목별 농업인연구모임은 1990년대 중반부터 시·군 단위에서 농업인들의 자율적인 연구모임체로 결성되기 시작했다. 현재 2천812개 모임에 11만7천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품목은 모두 191개 품목에 걸쳐 구성됐고 그 중 원예작물이 77개 품목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특용작물이 34개 품목으로 전체 191개 품목 중 18%를 차지하고 있고 생활개선분야 22개 품목, 12%이며 축산분야, 식량작물분야 연구모임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 국장= 품목별 농업인연구모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기존의 작목반이나 지역 협동조합에 있는 품목단체들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다른 생산자조직과의 관계나 차별성, 그 장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김 청장= 품목별 농업인연구모임 육성을 지역별 특성화된 품목조직을 대상으로 경쟁력을 높여주고, 집단지도를 통해 지도사업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향상하기 위해 반드시 핵심적으로 육성해야 할 사업이다. 또한 동일한 품목에 관심을 갖고 있는 농업인들이 스스로 모임을 결성했기 때문에 재배기술의 축적이 용이하고 협동경영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고 본다. 품질개선을 통해 소비자에게 생산 농산물의 신뢰도를 높임으로써 농가소득 증대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농업기술센터의 컨설팅 지원, 연구모임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현장의 애로점을 해결하고 있다. 다른 생산자조직과의 차별성을 굳이 따지자면, 농업기술원이나 농업기술센터가 수시로 전문교육과 컨설팅 활동을 펼치고 연구모임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생산부터 수확 후 판매까지 원활한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 국장= 품목별 농업인연구모임의 활성방안을 논하기에 앞서 이들 조직에 대한 진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간 농업인신문에 소개한 우수사례를 비롯해 많은 농업인연구모임이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는 있으나 ‘이름’만 달고 활동을 접은 곳도 있고 정부의 지원만 바라며 의존성을 탈피하지 못하는 모임도 있는 것으로 안다. 현 농업인연구모임에 대해 개괄적으로 본다면 어떻게 평가할 수 있겠나.

김 청장= 농업인연구모임이 2천800개가 넘다보니 모든 연구회가 활성화되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지적대로 모임을 결성하고도 경영상의 문제, 재정적인 문제 등으로 활동을 펼치지 못하는 곳도 있다. 그렇지만 시·군 단위 농업인연구모임의 자체평가등급을 살펴보면, 보통수준이 30% 정도 되고 활발하거나 매우 활발하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 5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국장= 말씀대로 품목별 농업인연구모임은 농업인들이 스스로, 필요에 따라 결성한 조직체이기 때문에 자율적인 운영이 중요하다. 물론 농촌진흥청과 각 지역의 농업기술센터가 기술자문, 마케팅교육, 직접 컨설팅 등을 통해 모임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도 꽤 중요한 일이다. 실제로 이들 농촌진흥기관과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크게 성공한 모임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안다. 대표적인 모임 몇 곳을 소개해달라..

김 청장= 농업인신문에도 소개됐듯이 많은 곳이 성과를 거뒀는데 굳이 몇 곳을 예로 들자면 경기도 양돈연구회나 서산 오이연구회, 횡성 이 베스트(E-best) 연구회를 꼽을 수 있다. 경기도 양돈연구회는 고품질 돼지고기 ‘아이(I)포크’를 개발해 도내 85개 학교 급식에 공급하는 등 월간 매출액이 1억원에 이르고 있다. 횡성 이 베스트 연구회는 농촌진흥청 농업경영정보관의 지원과 컨설팅을 통해 농축산물 통합쇼핑몰을 구축하고 운영함으로써 지리적인 불리함을 딛고 연간 12억7천만원의 매출고를 달성하고 있다. ‘캡오이’로 알려진 서산 오이연구회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연구모임은 소속 농가 전체가 친환경농법으로 고품질의 ‘캡오이’를 생산하고 공동선별과 공동포장, 공동출하장 운영 등을 통해 노동력과 출하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이들은 품질경영 국제인증(ISO9001)을 획득했으며 ‘서산오이’라는 단일 브랜드로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이 국장= 품목별 농업인연구모임의 활성화 방안으로 무엇이 있나. 농업인들의 자발적이고도 적극적인 활동참여, 지도기관의 효율적인 컨설팅, 모임대표의 운영능력과 노력 등이 품목 모임의 중요한 성공요인으로 파악된다. 각 지역별, 품목별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핵심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을 것으로 본다. 예컨대, 생산기술분야에만 편중한 모임의 한계, 유통·판매나 마케팅분야에서의 전문성 부족 등이 해결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인 활성화 방안을 제시한다면.
김 청장= 연구회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조직관리, 영농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보급,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획기적인 사업개발, 유통과 마케팅에 결합한 적극적인 홍보를 통한 소득증대 등이 품목별 농업인연구모임의 활성화를 위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연구모임의 조직은 시·군 단위 지역에 주산작물 중심으로 10∼15개 모임 정도를 구성하고, 지역특성에 따라 연구회의 적정 회원수를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 모임 스스로 정관 등을 제정하고 한편에선 각급 농촌지도기관이 연구회별로 전문가를 담당자로 지정해 책임지도를 해야 한다. 품목수가 적고 작은 면적의 재배농가는 광역단위 연구모임으로 묶어 체계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 국장= 사실상 지역별로 적정한 모임 수와 모임별 회원 수를 제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 연구모임에 회원이 몇 천명에 이르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 이는 연구모임이기 보다는 생산자단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적정한 조직규모를 제시할 수는 있어도 실제로는 인위적으로 조직을 강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김 청장= 물론 그렇다. 자율적인 농업인조직에 대해 농촌진흥기관에서 감 놔라, 대추 놔라 할 수는 없다. 연구모임을 곁에서 지도하고 협조하는 기관 입장에서는 ‘책임지도’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다만, 조직관리 측면에서 적정규모를 논할 뿐이다. 조직운영과 함께 모임 활성화에서 중요한 과제는 기술보급과 사업개발이다. 농촌진흥청은 각 연구모임 특성에 맞는 다양한 학습활동을 독려하고 자기주도 학습을 통해 개인연구과제 발표, 기술정보교환 등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전문교육과 새로운 기술 습득과정을 거쳐 영농현장에서 발굴한 아이디어를 실질적인 소득증대사업으로 연계하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품질관리 지도를 강화해 농산물 규격화와 표준화를 이루고 연구회 자체 브랜드 개발, 친환경 품질인증 획득, 소비자단체와 연계한 직거래사업 활성화, 온라인을 통한 판매촉진 등에 힘쓰고 있다.

이 국장= 품목별 농업인연구모임을 활성화하는 한 방편으로, 현장에서는 농촌지도사업과의 연결고리가 중요하다는 여론이다. 현장밀착형 농촌지도사업의 성패는 사실상 이들 연구모임의 활성 여부에 따라 가름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 청장= 품목별 연구모임은 같은 품목을 재배하는 농업인으로 구성돼 같은 목적으로 활동을 하기 때문에 개인보다 집단을 대상으로 밀착된 영농지도가 가능하다. 현장문제 해결과 소득이 되는 사업을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단체로 판단된다. 앞으로 품목 농업인모임을 활성화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농촌지도사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고, 전체 농촌지도사업의 효율성을 강화하고 성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전망한다.

이 국장= 각 농업기술센터의 농촌지도공무원들이 품목이나 분야별로 전문지도연구회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이들 전문지도연구회와 품목별 농업인연구모임의 관계 설정도 중요하다고 본다. 이들 단체간 연계활동을 펼칠 방법이 있나.

김 청장= 지도공무원들의 자율 연구모임이자 최고전문가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전문지도연구회와 농업인들이 스스로 결성한 농업인연구모임은 서로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다. 예를 들어, 전문지도연구회의 회원 1명이 1개 품목 연구모임을 책임 육성하고, 전문지도연구회 과제교육을 관내 농업인연구모임과 합동으로 추진하는 경우를 설정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지역에서 전문지도연구회의 최고전문가를 연구모임의 기술자문으로 초빙해 핵심기술에 대한 정보교류를 활발히 진행하고 현장에 필요한 사안을 직접 컨설팅하는 체계를 갖춰가고 있다. 최근에는 전문지도연구회 임원과 품목별 농업인연구모임 담당공무원 350여 명이 처음으로 합동연찬회를 개최해 보다 효율적인 연계활동에 대해 심도있게 토론한 것으로 안다.

이 국장= 아무쪼록 농촌진흥청과 각급 농촌지도기관의 노력이 좋은 결실을 맺길 바란다. 끝으로 품목별 농업인연구모임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농업인을 비롯해 현장 농촌지도자들에게 당부말씀 한 마디 부탁한다.

김 청장= 한미 에프티에이(FTA) 협상타결 등 지구촌 시대 개방확대로 우리 농업이 어려운 여건에 처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기술농업을 선도할 최고전문가와 고품질 안전농산물을 생산해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영농현장의 농업인연구모임을 중심으로 지도사업을 펼쳐나갈 때 우리 농업과 농촌, 농업인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농촌진흥청에서는 품목별 농업인연구모임이 활성화돼 지역농업인이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영농현장의 일선 지도공무원과 연구모임 회원들의 지속적인 노력과 협력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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