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는 지난 1970년 국내 최초의 농민자생조직으로 창립된 이후 농업·농촌 근대화 과정을 이끌었으며, 녹색혁명을 통한 주곡자급과 백색혁명을 통한 4계절 신선채소 생산을 선도해 왔다. 또 역사적인 새마을운동의 점화와 확산, 후계농업인 육성, 지역농정 활성화 등에 역량을 집중해 오면서 국가 선진화의 기틀을 마련해 왔다.

결국 농촌지도자회는 우리 농업·농촌의 산증인이자, 리더임을 자처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능동적인 변화보다는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조직 자체도 덩치가 큰데다 회원 자체도 고령인 탓에 타농업인단체와 견줘 신속하고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농촌지도자회가 현실에 맞게 대대적인 조직개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농촌지도자회의 조직개편은 천안시농촌지도자회에서 발견할 수 있다. 지난 2002년 기존 농촌지도자회의 틀을 완전히 깨고 품목별로 개편을 시도한 천안시농촌지도자회. 조직개편 4년차에 들어선 천안시농촌지도자회는 500여명에 불과했던 회원이 1600여명으로 늘어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어 집중조명을 받고 있다.



작은 불씨가 조직개편 원동력
타지자체 농촌지도자회와 별반 다를 바 없었던 천안시농촌지도자회는 지난 2001년 김남운 전 농업기술센터소장의 제안으로 일대 변화를 맞게 된다. 당시 김 전 소장은 농촌지도사 1인당 100명 고객확보 운동을 제안했다. 농촌지도사의 고객이라 함은 농업인을 염두에 둔 것.
농촌지도사들이 의욕적으로 고객(농업인)들을 유치하면서 김 전 소장은 차라리 농촌지도사들이 확보한 고객을 중심으로 품목별 조직을 마련해 보는 것은 어떻까 라고 생각하게 된다.

김 전 소장은 강성수 기술지원팀장에게 농촌지도자회를 중심으로 농업인들을 품목별로 조직 개편해 볼 것을 제안하고, 추진위원단을 직접 꾸렸다. 추진위원단은 수차례의 연구 및 조사를 반복하며 농촌지도자회를 중심으로 한 품목별 조직개편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확신했다.

특히 신기술 습득과 정보화시대에 발 빠른 행동을 위해서는 품목별 조직개편이 확실한 대안이 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1999년 읍면별, 품목별 조직 동호회를 운영하고, 2001년 읍면별 의견수렴 및 통합당위성 교육에 나선데 이어 지난 2002년 2월 읍면별, 품목별 조직운영 일원화를 위한 정관수정을 완료하고, 정식으로 품목별 농촌지도자회로 조직개편이 이뤄졌다.

강 기술지원팀장은 “멀쩡한 조직을 왜 뜯어고치려 하느냐라는 엄청난 반발을 샀다”면서 “고령 농업인들이 품목별로 전환해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수입개방화시대 천안농업은 살아남기 힘들다는 설득을 통해 지난 2002년 품목별로 조직개편을 완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품목별지도자회 ‘잘 나갑니다’
품목별농촌지도자회로 개편된 이후 천안농촌지도자회는 작은 변화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품목별지도자회에서 영농법인을 조직해 해외수출에 나서는가 하면 공동출하·공동정산을 통해 생산비를 절감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발견된 것이다.

천안수신메론농촌지도자회(회장 박종혁)는 48명의 회원이 참여한 가운데 19㏊의 메론을 재배하며 전국에서 가장 넓은 재배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해만도 43농가였던 것이 올해는 5농가가 더 늘었다. 이처럼 회원농가가 늘어난 것은 무엇보다 소득이 짭짤하기 때문.

수신메론은 6월초 수확기에 접어들어 6월말 우기가 오기 전까지 딱 2주 동안만 소비자들에게 판매된다. 이처럼 짧은 판매 기간에도 불구하고 수신메론은 5kg 단위로 포장돼 12,000원에 판매되는데 지난해에는 13만박스를 팔았다.

특유의 달콤한 향과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이 일품인 수신멜론이 각광을 받고 있는 데는 과학 영농을 바탕으로 당도를 16˚Brix로 유지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44농가가 15억여원의 매출을 기록, 농가당 평균 4000천여만원의 농가소득을 올릴 수 있었다.

버섯농촌지도자회(회장 김동환)는 천안지역 새송이, 표고, 느타리 버섯을 재배하는 81농가로 구성, 차별화된 품질관리와 생산으로 국외수출과 국내 유통으로 농가소득을 올리고 있다.
4년간 무농약재배 품질인증 획득은 물론 올해는 ISO9001(품질경영시스템)을 획득해 천안 버섯의 우수성을 공인 받은 바 있다.

지난해 61톤을 수출 29만불의 성과를 올리는 등 지난 1994년 첫 수출을 시작해 현재까지 517톤 4백만불의 실적을 올리며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또 농촌지도자회 안에 영농조합법을 경영단체로 육성, 사전직거래 및 7곳의 대형유통매장에 2,260톤의 계약출하를 성사시켜 97억원의 매출을 올려 농가소득 향상에 앞장서고 있다.
이밖에 성남배농촌지도자회(회장 조종복)는 년간 400톤의 배를 공동출하를 통해 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북농쌀농촌지도자회(회장 황진세)는 ‘머슴과마님’이라는 쌀 브랜드를 개발하고 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8세 청년 농촌지도자도 있다
지난 2002년 품목별 조직 개편당시 농촌지도자회원은 615명에 불과했으나, 현재에는 1,610명으로 대폭 늘어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특히 농업경영인들도 품목별농촌지도자회 가입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이며, 현재까지 455명이 가입하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젊은 농업인들의 회원 가입으로 인해 평균연령도 65세에서 52세로 젊어졌다. 특히 최연소 회원이 28세에 불과하다고 하니 타지자체의 부러움을 살 수밖에 없다. 타지자체의 60대 이상의 고령회원이 비일비재한 것과 비교하면 천안농촌지도자회는 품목별 및 연령별 등에서 타지자체를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회원 중심의 자율적인 운영체제가 확립되면서 자체 기금 조성도 활발하다. 자체 마련한 기금은 회원들에게 100% 사용된다. 또 담당지도사 책임육성을 통해 교육 및 지도사업 일원화가 가능하다.

천안시 농업기술센터 신현억 기술지원팀장은 “품목별 조직개편 이후 참여 농업인들의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개편 이후 회원들의 활동과 소득이 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신기술 전파속도가 빨라지고 참여도가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천안시 버섯농촌지도자회의 경우 영농조합을 결성하고, 표고 종균 보급사업, 관내 버섯 입찰, 구매저장사업 등으로 수익을 높이고 있는 등 발전적인 농업인조직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촌지도자천안시연합회 이창길 회장은 “품목별로 전문화·규모화 되다보니 자연스러운 연구모임이 가능하고 이것이 소득 증진과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품목별로 지원금액 확대와 연구 활성화, 지역농정 참여확대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할 일이 많다
내외형적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지만, 아직 보완해야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중앙→도→시·군 조직이 달라 예산 및 사업 참여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부터 해결해야 한다. 또 읍·면 단위에서 품목별 조직개편으로 인해 지역 농업인단체의 참여가 애매모호한 것도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특히 기존 농촌지도자회 조직에서 조성한 기금이 품목별 조직으로 전환이 쉽지 않다는 것과 품목별 지도자회의 활동 편차에 대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에 따라 천안시농업기술센터는 전체 38개 품목별 중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5개 품목별 지도자회를 30개 조직으로 통합해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또 신규 농촌지도사의 확대가 어려운 만큼 품목별 지도자회의 성장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도 논의돼야 할 사항이다.

기술센터 관계자는 “신규 농촌지도사 역량 제고 및 품목별지도자회 가입 기준을 강화할 방침”이라며 “단계별 지원계획 수립 추진 및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천안시는 품목별 농촌지도자회의 조직개편에 만족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영농조합법인→벤처농업인→수출농업인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담당 지도사에게 듣는다-천안시농촌지도자회 이희조 지도사

“지도자회 발전위해 역량 집중할 터”

“천안시농촌지도자회의 조직 개편은 고령 농촌지도자회원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천안시농촌지도자회 이희조 담당지도사는 “작목회, 읍·면 조직의 의견 충돌로 쉽지 않았던 조직개편이었지만, 냉철하게 현실을 판단한 농촌지도자들의 선택이 결국 옳았던 것”이라면서 “멀쩡한 조직을 뜯어 고친다고 나섰으니 불만의 목소리는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이 지도사는 “농촌지도자회는 40여년의 역사가 뒷받침하듯 지도자회에 대한 의식이 매우 강하다”며 “다행히 지도자회만의 의식을 빠른 시간내 전환한 농촌지도자들의 의지가 원활한 조직개편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품목별지도자회로 성공적인 조직개편에 성공한 천안시농촌지도자회는 타지자체에 품목별 전환사례로 소개될 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 때문에 전국 각지 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자회의 견학이 줄을 잇고 있다.

이 지도사는 “타지자체에서 농촌지도자회의 조직개편을 시도하려고 하지만 우선적으로 작목회와 충돌로 포기하는 경우와 농촌지도자회 스스로 조직개편에 대한 강한 거부반응으로 인해 유야무야 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며 “품목별 조직개편은 아주 세심한 부분까지 계획을 수립해 농촌지도자들을 설득해야만 가능하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또 “농촌지도자회가 변해야 우리 농업·농촌이 살아날 수 있다는 의지로 품목별 조직개편에 나선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올해로 4년째를 맞고 있는 천안시농촌지도자회가 앞으로 성장과 발전을 멈추지 않는 품목별 단체로 유지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성공 Point


1. 특화작목 중심으로 품목별농촌지도자회를 개편함에 따라 농업소득과 연관되는 작목을 찾아 재배하는 것. 결국 돈 되는 작목으로 신속하게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타지자체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강점이다.

2. 공동출하·공동정산을 통해 유통비, 농자재비 등을 절감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다. 농축산물 시세는 같더라도 생산비를 절감한 농업인들이 경쟁력 우위에 서는 것은 당연하다.

3. 품목별 담당 지도사가 적기적소에 배치돼 전문성이 강화되고, 농업인들과 유대관계가 돈돈하게 맺어져 품목별 모임의 활기가 이어지고 있다. 있으나마나 한 조직보다는 꾸준히 활동을 하는 조직이 더 낫다.

4. 품목별농촌지도자회원들이 품질강화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품목별로 최고라 자부하는 농업인들만 모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 ISO9001(품질경영시스템) 인증을 받기 위해 줄서있는 농업인들이 늘고 있을 만큼 품질 강화 노력이 곧장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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