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맞은편 지리산에는 눈이 쌓여 있어도 볕 따스한 광양(光陽) 산마을 다압(多鴨)에는 매화가 피어난다. 첫꽃소식부터 매화꽃바람이 불 때까지 몰려든 사람들로 한바탕 축제를 치르면 바로 벚꽃 바람이 불면서 골짜기마다 파아랗게 차 싹이 오른다. 일손이 바빠지고 골목마다 차 덖는 향기가 진동을 하면 마을 앞 섬진강에는 두루미가 날고, 은빛 은어가 물살을 가르며 재첩, 참게의 살이 오른다 ’ - 김영희 -


다압을 아시나요?

지리적으로 다압은 광양시의 북동쪽, 하동과 구례가 만나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서쪽의 백운산을 끼고 동쪽으로는 섬진강이 흐르는 곳이다. 하동 화개와 전남 다압을 잇는 「동서화합의 다리」를 건너 섬진강 둑을 따라 난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 지리산이 정면에 보이는 신작로를 따라 2km 정도를 달리다 보면 길을 따라 다압의 마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다압은 홍쌍리 매화마을로 유명하다. 그러나 다압은 역사적으로 차와 깊은 연관이 있다.

백운산 기슭에서 심심찮게 보게 되는 것이 야생차밭인데 총가구수 700호중 300호가 차농가며 그 면적만 해도 97㏊나 된다. 다만 다압이 차로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은 인근 구례와 하동차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다압차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약 1,10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통일신라시대의 원효, 의상, 진표와 함께 4대 고승인 도선국사가 광양 옥룡사에 35년을 머무르면서 차나무를 심고 그 차로 제자들의 수행을 도왔다는 옛 문헌을 참고하자면 다압차의 역사는 우리나라 차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도선국사가 옥룡사에서 898년 열반할 때까지 35년 동안 광양에 26개의 사찰과 암자를 건립하고 사찰 주변에 차나무를 심었는데 이것이 다압차의 시작이다. 지금도 옥룡사에는 그때 심은 차나무가 현존하고 있다.

1,100년 다압차, 명품으로 탄생시킨 광양차연구회

광양차연구회(회장 정수임)는 다압차를 계승, 발전시키고 이를 관광과 연계해 다압차 소비확대와 농가소득 향상을 목적으로 결성되었다.

다압면 고사리에 아담한 다원 ‘만생제’를 직접 운영하고 있는 안순옥 광양차연구회장은 “차는 뜨는 해를 보며 자라야 맛과 향이 좋다”면서 “다압차는 해가 뜨는 동쪽을 바라보고 있는 백운산 기슭에서 자라기 때문에 그 품질이 아주 우수하다”고 했다.

일교차가 큰 백운산 깊은 계곡은 사질양토에다 자갈이 많은 지형으로 야생차 품질을 높이는데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또한 섬진강을 끼고 있어 습기공급도 충분해 도선국사가 왜 이 지역에 차를 심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이처럼 천혜의 야생차 생장조건을 갖춘 다압차는 맛과 향이 뛰어나며 비타민 C, 미네랄, 탄닌, 카테킨 등 몸에 이로운 각종 영양성분이 풍부해 명품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

어릴 때부터 오래된 차나무를 보며 자란 안순옥 회장은 쌍계사가 차 시배지로 알려져 있지만 다압의 차도 이에 못지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당시 감기에 걸리면 부모님은 집 뒤 대나무밭에서 자라는 야생차 잎을 따다가 끓여 먹였던 기억도 있어 이곳에서는 차가 생활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고 했다.

처음에 다압에서 차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차잎 자체를 화개장터에 내다 팔았다고 한다. 따라서 다압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없었고 농가 소득도 빈약한 편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광양시농업기술센터에서 다압차를 소득화하기 위한 사업을 시작하고 2002년 차연구회가 결성된 후로는 예부터 내려오는 전통 수제차 제조기술을 그대로 전승해 만든 차를 판매하기 시작했다는 것. 도선국사의 고장에서 태어난 빼어난 차라는 뜻의 ‘도선선차’라는 차 브랜드를 만든 것도 연구회가 결성된 후였는데 현재 특허청에 상표등록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차연구회는 현재 43명이 활동하고 있는데 회원중에는 제다기술과 다례에 관련된 전문가들이 많다.
정수임 회장의 경우 광양시 여성문예회관의 다도강좌를 정기적으로 나가고 있으며 안화수 부회장은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한 다도 교육을 담당하고 있고 초대회장인 안순옥 회원은 원광대 디지털교육센터 원장으로 있으면서 이 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그 외 많은 회원들이 제다기술을 가지고 나름대로의 품질 좋은 차를 만들고 있다.

전문교육 통해 회원 모두가 장인

차연구회는 다압차의 우수성을 알리고 차 재배와 가공, 유통, 다례 관련 분야의 전문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많은 활동들을 하고 있다.

월 1회씩 개최되는 정기 월례회의는 생활에서 차문화를 실천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사례를 발표하고 회원상호간의 정보교환을 통해 전문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또한 회원 중심의 다례지도반을 조직해 차에 대한 전문능력과 소양을 키우고 있다. 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먼저 차의 맛과 향과 색을 아는 것이 기본.

다례 지도반은 이를 위해 지금까지 총 16회에 걸쳐 차에 대한 전문교육과 실습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행다례 실습을 통해 회원들의 생활에 차 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했으며 5회에 걸친 수제차 제조 실습은 ‘도선선차’의 품질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과정의 이수로 (사)한국다문화협회로부터 차연구회원 전원이 다도 자격증을 취득한 상태다.

또한 차산업과 관련된 학술발표회를 개최해 차배재 전망과 가공에 대한 정보 교류와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차시험지에서 개최하는 영농기술교육에 참가해 고품질의 차 생산지식도 얻고 있다. 또한 차를 주제로 한 문화행사에 참가해 다양한 차 상품개발과 차를 테마로 한 관광산업에 대한 안목도 넓혔다.

현재 차연구회를 중심으로 광양시가 추진하고 있는 ‘도선선차’를 테마로 하는 광양의 관광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교육들이다.

지역축제를 통한 ‘도선선차’ 홍보활동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봄철에 열리는 매화축제에서 연구회는 ‘전차, 말차 의식다례 행다례 시연’ 행사를 개최했는데 매화축제에 참가한 많은 관람객에게 커다란 관심을 불러 모았다.

또한 여성단체가 주관하는 문화행사에 참여해 ‘생활에서 즐기는 차 문화’라는 주제로 실용다법을 시연함으로써 백운산 야생차의 우수성을 널리 홍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양보다 질로 승부하는
야생차 고집
차연구회는 이러한 활동을 통해 본격적인 ‘도선선차’ 마케팅을 시작하고 있으며 차를 지역문화의 상징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차에 관심있는 소비자들이 직접 차잎을 채취해서 차를 만들고 그 맛을 음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7곳의 제다체험 학습장을 운영하고 있다.
도시 소비자들에게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는 이 체험학습장에 현재까지 약 2,000명이 다녀갔다. 이 체험장들은 연구회 회원들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소비자와 농업인이 함께하는 들차회를 개최해 차의 우수성과 마시는 법, 농산물의 상품화 가능성을 홍보하고 지역 농산물 전시회나 미술전시회 등에 ‘도선선차’ 무료 시음회를 열어 차와 문화의 접목도 시도하고 있다.

차연구회의 차는 티벡용으로는 만들 수가 없다. 비료를 많이 줘야 하는데 회원들은 야생차에 가장 근접하게 재배하기 위해 비료를 거의 주지 않고 제초도 손으로 한다. 완전 유기농재배를 위한 것이다. 이렇게 재배하는 만큼 그 양은 많지가 않다.

그러나 차연구회는 양보다는 질로 승부한다는 생각으로 야생차 재배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명품을 만드는데 이정도의 고통은 따르기 마련이고 이 과정을 이겨내야 ‘도선선차’를 최고의 명품차로 키울 수 있다는 것이 연구회원들의 생각이다.


잠재성장 요인

회원들이 운영하는 제다 체험장 및 다실

회원들이 직접 자신의 차 제조 노하우를 선보이고 체험할 수도 있는 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야생차를 구경하고 직접 따서 차를 만드는 과정을 회원농가가 직접 나서 하고 있다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무한한 신뢰를 준다.

그리고 정회장의 다실 ‘만생제’는 이들이 찾아와서 차 한잔의 향기를 머금고 갈 수 있는 공간이다. 차 향 가득한 홍보·마케팅 방법으로 고객이 반할 수 밖에 없다.

1,100년 차 재배역사

차 시배지에 버금가는 차 재배역사가 가장 큰 잠재성장요인이다. 이것만으로도 ‘도선선차’의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근거가 된다. 여기에 도선국사의 차 이야기가 가미된다면 훌륭한 관광자원이 생기는 것이다.


성공 포인트

차를 만드는 회원들의 장인정신

회원중 상당수가 각종 다도 교육장의 강사일 만큼 수제차 제조에 있어서는 일가견을 가진 회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자 고유의 전통차 제조방식을 고명한 스승으로부터 전수받아 족보 있는 차들이 생산된다. 장인의 정신이 깃든 ‘도선선차’가 명품으로 인정받는 이유다.

차재배에 가장 적합한 다압면

광양시 다압면은 백운산자락에 위치하며 동쪽으로 섬진강이 흐르고 야생차 재배지 대부분이 아침에 뜨는 태양의 기운을 흠뻑 받을 수 있는 남향 골짜기다.
따라서 주야간 온도차가 크고 연평균 기온이 10~15℃로 온화하며 적당한 습도공급도 되는 천혜의 고품질 차 재배지다.

유기농 야생차

야생차에 가장 가까운 조건으로 관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차의 재배가 아니고 관리인 점에 유의해야 하는데 비료를 최소화하고 손제초 등으로 농약은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서 야생차로서 자라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관리만 해 준다는 것이다.

전통방식의 수제 차

회원 모두가 수제차 장인일 정도로 경지에 올라 있다. 구례의 해우스님 등 전통차 제조의 달인에게서 직접 사사받은 기술들이다. 여기에다 자신들의 노하우를 가미해 독특한 차 맛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획일화된 대량생산보다는 각각의 특징을 가진 차 상품이 한데 모여 차별화된 마케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차연구회의 또다른 강점이다.
광양시농업기술센터에서 이러한 점을 놓치지 않고 차를 연계한 관광자원 개발에 나섰다.


담당지도자에게 듣는다 - 광양시농업기술센터 정옥자 지도사


‘도선선차’ 관광자원화로 차농가 소득향상에 힘쓸 터

광양차연구회의 산파역할을 한 광양시농업기술센터의 정옥자 지도사는 “구례와 하동과 맞닿아 있고 그리 멀지 않은 보성 등 전국 제일의 차 생산지와 인접해 있는 광양 다압면의 지리적 위치로 인해 이들 대형 브랜드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광양차연구회의 ‘도선선차’만의 장점, 즉 유기농 야생차를 재료로 회원들 고유의 수제법에 의해 생산된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킨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본다.

정지도사는 ‘도선선차’의 판로에 대해서 “회원 한사람 한사람이 지금까지 터득한 야생 수제법은 그대로가 장인이 만드는 명품들”이라면서 “이들 개개인의 수제차 제조법을 홍보 컨텐츠화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홍보방법이 주효할 것”이라고 했다.

결국 목표를 차 애호가 또는 고급 선물용 등 목표 마케팅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다압지역의 차재배 역사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차 시배지인 쌍계사와 함께 결코 녹록치 않은 차 재배역사를 가진 곳이 광양 다압이라는 점과 신라 4대 승려중 한사람인 도선국사가 머물던 옥룡사에는 1,0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차나무가 남아 있는 점 등은 광양차의 관광자원화를 충분히 가능하게 하는 좋은 재료들이라는 것이다. 정지도사는 다압의 차 재배 역사와 다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조사를 통해 자료화 하고 이를 도선선차 관광사업화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상표등록된 ‘도선선차’ 브랜드는 도선선차반 수료생과 일정수준 품질의 차를 생산하는 농가에게 상표사용권을 부여하는데 이들을 중심으로 ‘도선선차’의 공동 마케팅을 해 나설 계획이다.
정지도사는 광양차연구회의 장점은 “깊이 있는 다례 및 제다법 연구를 통해 각종 학술행사에 참여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활속의 차’를 몸소 실천하고 홍보하고 있는 회원”이라면서 “이 회원들이 앞으로도 최고의 명품 ‘도선선차’를 생산할 수 있도록 최선의 지원을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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