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바람아래 노을에 물든 쌀’ 태안쌀연구회의 친환경 쌀 브랜드명이다.
다소 긴가? 그러나 최근 마케팅의 핵심은 감성이다. 고객의 감성을 건드려 감동받게 만드는 것, 또는 좋은 이미지를 연상하게 하는 것이 마케팅의 시작과 끝이라는 개념이 지배적이다.

태안은 서해안에서도 해변이 아름답고 풍부한 어자원이 있는 넓은 갯벌로 유명한 곳.
‘서해바다로 노을이 지는 저녁, 넓은 들녘에 가득한 황금빛 벼 위로 살랑 살랑 갯바람이 흔들고 지나간다.’ 태안쌀연구회의 브랜드 ‘갯바람아래 노을에 물든 쌀’로 떠올릴 수 있는 광경이 아닐까? 그곳에서 생산된 쌀은 혹시 싱싱한 갯바람 냄새가 나는 건 아닐까?
좋은 쌀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태안쌀연구회 쌀을 가장 적절히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좀 길어도 괜찮다고 생각한 것이다. 연구회의 이런 브랜딩 전략이 서서히 시장에서 통하고 있다.


리더의 경영능력과 이에 호응하는 회원들의 의욕

태안쌀연구회(회장 조병철)은 좀 유별난 데가 있다.
‘갯바람아래 노을에 물든 쌀’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한다.

예를 들어보자.
연구회 회의에서 연구회 자체 RPC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와 RPC 건립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면 그때부터 조병철 회장을 비롯한 연구회 임원진은 바빠진다.
임원진 개별로 역할을 분담해 자체 해결범위는 어디까지이고 힘에 부치는 부분은 어디서 어떤 지원을 얻어내야 하는지를 결정한 뒤 각자 뛰는 거다.

태안군농업기술센터에 들어가 협의하고 태안군청과 군 의회에 들어가 연구회에 자체 RPC가 있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설득한다.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만일 설득에 실패하면 자료를 더 보강해서 다시 들어간다. 예산이 세워질 때까지 타당한 이유를 찾고 끈덕지게 시도한다. 유통점을 들러 ‘갯바람아래 노을에 물든 쌀’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조사하고 RPC 규모와 용량을 결정하고 실질적인 보강 데이터를 임원진에게 제공한다.

일개 농업인 생산자단체가 이처럼 한 기업의 로비활동만큼이나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로 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조병철 씨 때문이다.
조병철 회장은 지난 92년까지 대기업인 대림산업의 본부장급 임원으로 재직했었다. 따라서 기업이 국가단위의 프로젝트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너무나도 잘 안다.

또한 그 길도 훤하다. 실현가능성이 있어야 하고 공공적 이익과 명분이 뚜렷해야 한다.
“회장이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회원들이 아이디어 내서 제게 제안을 해 옵니다. 저는 그 안들을 취합해 관련 기관에 전달하는 역할만 합니다” 조병철 회장은 자신이 특별히 회원들에게 지시하는 것은 없다고 했다.

‘갯바람아래 노을에 물든 쌀’을 전국 제일의 명품으로 만들고자 하는 회원들이 의욕이 넘치고 하나의 목표로 똘똘 뭉친 조직이기 때문에 불가능에 가까운 일들도 곧잘 해낸다고 한다.
연구회의 RPC는 내년 3월이나 4월이면 건립을 위한 첫 삽을 뜬다.

개별마케팅을 통한 직거래 기반 마련

연구회가 ‘갯바람아래 노을에 물든 쌀’의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전개하는 마케팅은 좀 특별하다.
일반적으로 농산물 판로확보를 위해 대형할인점 등 전문판매망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쌀의 경우 농협 RPC나 양곡도매시장일 수 있다.

그러나 연구회는 이런 일반적 유통망보다는 회원 개개인의 개별 마케팅을 통한 직거래가 정답이라고 보고 있다. 회원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대형소비처의 친척 인맥을 통해 최고 품질의 쌀만을 엄선, 책임 판매를 시작한다.

물론 초기에는 판매량이나 지속성이나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고품질쌀로 꾸준하게 고객관리를 펼치다 보면 그것이 가지를 치고 브랜드가 알려지면서 커다란 직거래망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렇게 개별 소비자로부터 알려진 브랜드는 탄탄한 기반을 가질 것이고 이 브랜드 파워를 이용해 대형소비처와 협상한다면 유통업체에게 밀리지 않고 당당하게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조회장이 생각하는 개별 마케팅 방식이다.

연구회가 추진하고 있는 개별 마케팅을 통한 직거래 방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
첫 번째가 안전성이다.

농업기술센터의 협조를 얻어 전회원의 논을 대상으로 정밀한 토양검정을 실시해 나온 시방서에 따라 친환경, 고품질 벼 생산 기준을 마련하고 회원들이 철저하게 지킨다.
연구회은 이 원칙을 지난 5년 동안 전회원이 철저히 지키고 있다.

두 번째는 밥맛에 대한 고객 신뢰자료 구축이다.
연구회원이 생산한 쌀은 농업기술센터에 의뢰해 식미감정을 반드시 거친다.

단백질함량과 아밀로스 비율에 의해 밥맛이 결정되기 때문에 농업기술센터가 보유하고 있는 식미판정기로 성분량 검정을 실시해 이를 수치화하는 작업이다. 고객이 밥맛의 좋고 나쁨의 정도를 알기 쉽게 하기 위해서다.

연구회는 단백질 7% 이하, 아밀로스 17~20% 범위내에 들면 70점 이상의 점수를 준다. 이 점수를 쌀 포장지 라벨에 명기함으로써 고객의 신뢰를 얻고 있다.
다음은 밥맛이 좋은 우량품종의 도입이다.

역시 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을 얻어 동진1호, 삼광벼 등 우량품종을 공급받는다. 또한 회원들간에 우량품종을 자율적으로 교환하기도 한다. 이 종자들을 보관하고 분배하는 것은 기술센터에서 맡아 하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쌀은 다시 유전자 분석기를 이용해 목표로 하는 품종이 생산되었는지 또는 유통되는지를 판정해 이것도 라벨에 명기한다. 불량종자의 유입과 유통을 막기 위한 조치다.

세 번째가 자체 RPC에 의한 종합적 품질관리다.
언론에 농협 RPC에서 유명 브랜드 쌀을 출하하면서 품질이 좋지 않고 가격이 낮은 쌀을 섞어 판매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회가 친환경 재배법을 고집하고 맛 좋은 쌀을 생산하기 위한 재배메뉴얼을 준수하더라도 유통시키는 측에서 이런 장난을 친다면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밖에 없다.
연구회가 자체 RPC를 가지려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여기에서 철저하게 품질을 관리하고 검정되고 인증된 연구회 쌀만을 소비자에게 공급하게 할 계획이다.

또한 직거래의 특성상 판매시기가 일정하지 않을 수 있다. 저온저장고와 그때그때 도정할 수 있는 자체 시설이 없으면 공급이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이유다.
연구회가 염원하는 RPC는 2008년 완공을 예정하고 있다.
RPC가 완공되면 조회장이 구상하고 있는 개별마케팅을 통한 직거래 판매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법인 설립후 본격적인 마케팅 시작

현재 연구회는 157명의 회원이 참여해 200ha의 면적에 약 1,000톤의 쌀을 생산해 내고 있다. 연 판매액은 26억원 정도다. 연구회는 올해안으로 법인설립을 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려면 역시 법인이 필요하다. 따라서 연구회는 지난 2월 창립총회를 갖고 ‘태안군쌀영농조합법인’이란 이름으로 법인을 설립했다. 물론 회원들이 자조금 등 출자를 통해서다. 이 법인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뿐만아니라 온라인 판매도 본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조병철 회장은 연구회가 이렇게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농업기술센터 등 관련기관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고 한다. 앞으로도 연구회는 농업기술센터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갯벌아래 노을에 물든 쌀’ 명품화을 위해 뛰고 있는 서산쌀연구회 조병철 회장과 회원들의 미래가 밝은 이유다.


-잠재성장 요인-

즇 조병철 회장의 리더쉽
조직이 한사람의 힘만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조병철 회장은 적어도 회원들이 무엇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가에 대한 명쾌한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스스로 조직이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대기업 임원을 지낸 경력의 소유자답게 연구회를 조직화하고 인재를 육성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 개관적 품질평가 지표 개발
쌀의 식미를 결정하는 단백질과 아밀로스 성분을 점수화해 고객이 쉽게 알 수 있고 신뢰하도록 만들었다. 고객은 객관적인 품질기준에 더욱 신뢰를 보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연구회다.

? 감성마케팅
갯벌이 유명한 태안지역임에 착한해 소비자로 하여금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브랜딩으로 이 쌀에 대한 동경이 일도록 했다.

? 철저한 친환경재배관리
정밀한 토양검정을 통한 친환경재배 시방서에 기준해 친환경적 비배 및 병해충 방제를 5년째 하고 있다.


-성공 포인트-

1. 연구회 자체 RPC 건립
2008년이면 연구회가 직접 운영하는 RPC를 완공한다. 조회장과 연구회가 꿈꾸는 종합쌀생산유통조직을 완성하는 순간이다. 이 RPC가 본격 가동되면 그동안 소규모로 진행되어 온 개별 마케팅을 바탕으로 대형 소비처와 판매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연구회는 이를 위해 생산부문에서 갖춰야 할 여건을 하나하나 준비하고 있다. 2008년 이후가 기대되는 서산쌀연구회다.

2. 개별마케팅으로 충성고객 확보

농협 등 일반 유통방식 탈피하고 회원전원이 영업사원이 되어 지인과 관계인들에게 직접 마케팅을 벌여 지금은 상당수의 고정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향후 연구회가 계획하고 있는 본격적인 유통이 시작되면 이들 고객이 모두 홍보맨으로 뛰어 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수매가 사실상 없어지는 점을 감안한다면 연구회가 자체 개발한 판매망은 앞으로 더욱 그 가치가 빛날 것이다.

3. 든든한 후계 인력
조병철 회장을 이를 후계인재풀이 든든하다는 것이다. 모두 의욕이 넘치고 조직을 이끌어가는데 모자람이 없는 사람들이다. 조회장의 조직 경영노하우와 마케팅 전략을 모두 흡수하고 전문농업인으로서의 기술 수준도 높다. 서산쌀연구회가 롱런할 수 있는 호재가 아닐 수 없다.



<담당 지도사에게 듣는다 - 태안군농업기술센터 정임영, 정종찬 팀장>

연구회 통해 태안쌀 명품화 사업 완성시킨다

“2003년 태안쌀 명품화사업의 진행으로 탄생한 ‘갯바람 아래 노을에 물든 쌀’은 쌀연구회의 의욕적인 활동으로 인해 명품의 대열에 올라가고 있습니다”

태안군농업기술센터의 정종찬 팀장과 정임영 팀장은 태안쌀연구회의 활동성과에 대해서 이렇게 입을 모은다.
정종찬 인력육성팀장은 태안쌀연구회의 교육과 조직지원 업무를 맡고 있고 정임영 식량작물팀장은 기술지원을 맡고 있다.
기술센터가 연구회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으로는 연구회 자체 RPC 건립 예산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연구회의 요청을 받아 들여 RPC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예산 부서에 RPC 건립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등 이들의 노력이 크게 힘이 되었다. 2008년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RPC는 건조저장시설과 도정시설 그리고 바로 판매할 수 있도록 직판시설도 설치할 계획이다.
또한 회원들의 기술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영농설계교육과 특별과제교육 등 연구회 활동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특히 고품질 쌀 생산을 위해 우량종자를 선정, 공급하고 우량종자 자율교환을 위한 종자은행 설치를 계획하기도 했다.
15명의 회원을 농가에 새기술보급 시범사업자로 선정, 90ha 1억 5,900만원을 지원해 고품질 벼 생산에 박차를 가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정종찬 팀장은 “연구회 회원들이 해보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교육효과가 어느 단체보다 높은 편”이라면서 “기술센터에서는 고품질 쌀 생산을 기반으로 직거래 유통을 실현하려는 이들의 목표를 보다 빨리 달성할 수 있도록 제반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임영 팀장은 “지금은 친환경재배가 이뤄지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성공적인 유통을 할 수가 없다”면서 “쌀겨농법 등 친환경 기술을 보급하는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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