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21일. 울산시의 한 한우전문식당 앞마당. 자욱한 연기속으로 구수한 고기 굽는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약 100여명의 사람들이 대형 석쇠들을 중심으로 노릇노릇 구워진 고기 맛을 음미하느라 분주하다. 방송사와 신문사의 취재진도 북적인다.

“맛이 환상이다”, “풍부한 육즙과 부드러운 육질이 최고입니다”, “우리 한우가 이렇게 맛있는지 몰랐어요” 저마다 한마디씩 하는데 하나같이 칭찬일색이다.
울산광역시농업기술센터가 지원하고 있는 울산무룡산한우연구회 품질관리 시범사업 평가회장의 진풍경이다.



최고 품질의 ‘무룡산영한우’

울산광역시가 지원하고 있는 품목별농업인연구모임은 총 12개회. 그중 하나인 울산무룡산한우연구회가 생산한 한우의 평가회중 시식장의 분위기다.
울산광역시청, 농업기술센터, 소비자, 연구회원 등이 참여한 이 평가회에서 울산무룡산한우연구회는 ‘사업성과 우수’라는 평가를 얻어냈다.

이날 발표된 무룡산한우연구회의 성적표는 아래와 같다.
무룡산한우연구회의 한우브랜드 ‘무룡산영한우’의 품질 고급화와 홍보, 판촉을 위한 농업기술센터 지원금 7,500만원으로 한우수송차량, 냉장차량, 브랜드 개발, 각종 홍보간판, 홍보책자, 제품용기박스 등을 지원한 결과 21명의 회원이 생산한 고급 한우육 350톤, 총 매출액 32억 2,000만원, 생산비 22억 5,000만원, 순소득 9억 7,000만원의 성과를 올렸다.

2004년 연구회가 결성되고 2006년. 3년만에 연구회의 모든 것이 리모델링되었다.
연구회원들이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울산광역시 북구 지역 송정, 시례, 달천, 천곡, 강동 지역의 주요 도로와 우사에는 ‘무룡산영한우’ 브랜드가 새겨진 입간판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브랜드가 선명하게 인쇄된 냉장차량과 한우수송차량 25대가 도로를 누비면서 홍보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달라진 겉모습만 보고 연구회를 평가하는 것은 금물. 오늘의 연구회가 있기까지 무룡산한우연구회 박기철 회장을 비롯 회원들과 울산광역시 농업기술센터의 전문 지도사가 최고급육을 생산하기 위해 품질관리에 쏟아 부은 노력이 보통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고 한우농가 참여한 연구회로 수입쇠고기 막기

울산광역시는 전국 최고의 소비도시중 하나이자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도시중 하나다. 그만큼 고급 소비층이 두텁다는 얘기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울산시농업기술센터에서 축산분야를 맡고 있었던 정창화 담당은 “93년도에 한우브랜드 사업을 펼쳤는데 농업인들의 소극적인 참여로 사업효과가 미미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는 울산이라는 양질의 시장으로 인해 판매에 큰 걱정이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한미 FTA 등 개방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꿨으며 이제는 제아무리 울산의 한우농가라도 개방화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라고 했다.

따라서 미국 등 외국산 쇠고기 뿐만아니라 국내산 한우와도 차별화되는 고품질의 한우를 생산해 내지 못한다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생각으로 집단화를 통한 사육표준화와 품질관리 일원화를 이뤄내기 위해 무룡산한우연구회를 결성하게 되었다는 것이 정창화 담당의 설명이다.

또한 품질관리체계를 마련하는 것 외에 울산한우의 마케팅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울산지역의 통합된 브랜드가 필요했으며 이 역할을 연구회가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적으로 탄생된 것이 바로 무룡산한우연구회다.

최고급 육질의 비결은 철저한 품질관리

무룡산한우연구회의 품질관리는 크게 사육 관리측면과 가공 관리측면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사육 관리 활동은 먼저 최고 기술을 가진 회원들을 중심으로 연구회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무룡산을 중심지역으로 사육기술이 수준에 올라 있고 브랜드에 대한 마인드가 있는 농가를 규합했다.

또한 여태까지 비육우중심이었던 울산시를 거세고급육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노력도 병행, 울산한우 시장의 체질을 바꾸는 작업도 진행되었다. 국내외의 한우 사육 선진농가 견학으로 시야를 넓히고 벤치마킹의 기회도 제공했다.

또한 친환경적인 사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랩터라는 기생벌을 이용 파리를 퇴치하는 방법을 보급하고 있다. 랩터는 각종 병원균을 옮기는 파리의 알에 자신의 알을 낳아 파리 알은 죽이는 역할을 하고 있어 청결한 사육환경을 유지하는데 효과를 보고 있다.

고급 육질 생산은 한우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도 크게 좌우되는데 사육사 바닥에 푹신하고 두꺼운 쿠션을 깔아 냉기를 차단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연구회는 고품질 기능성 사료개발에도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볏짚을 그냥 먹이로 주지 않고 일차 발효를 시켜서 급이 하는데 볏짚을 쌓아 놓고 그 위를 비닐로 봉한 후 암모니아 가스를 주입해 숙성시키는 방식이다. 이렇게 생산된 볏짚은 소화율을 높여 고급육을 보다 많이 생산하게 된다.

이러한 연구회의 노력의 결과 이제는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는 고급육을 생산하게 된 것이다.
다음은 가공관리 측면이다.
지난 2004년 9월 연구회원들이 중심이 된 법인이 탄생했다. 박기철 회장을 중심으로 공동출자해 ‘무룡산한우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고 법인을 중심으로 가공과 유통과정의 품질관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연구회의 가공유통 품질관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업중 하나는 지역의 대표적인 유가공업체인 가천린포크와의 육가공 제휴체결이다. 연구회가 최고 품질의 한우를 생산해서 가천린포크로 공급하면 가천린포크는 전문육가공회사로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가공노하우와 브랜드를 이용해 높은 가격으로 판매를 하는 시스템이다.

이들 두 주체의 중간자 역할은 지역축협에서 맡고 있다. 축협은 판매 대금정산을 대행하고 운송비와 거세비 등을 환원사업비로 연구회원들에게 지원하고 있어 농가는 고급육 생산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회의 품질관리 최종판은 지금 실행에 옮기고 있는 사육시설의 집단화다.

일정한 부지를 확보해서 집단적으로 회원들의 한우를 사육하는 것인데 이렇게 할 경우 사육 및 사료 표준화 등 사양관리 표준화를 이루기가 쉬워져 고른 품질의 한우육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육체계를 바탕으로 축산물생산이력제의 도입과 HACCP 인증 등 보다 체계적인 품질관리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집단사육단지 조성으로 품질경쟁력 ‘점프!’

무룡산한우연구회는 앞으로 통합브랜드의 파워향상을 위해 이러한 철저한 품질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회원 1농가당 사육두수를 규모화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평균 사육두수가 약 1,000마리 정도인데 이를 2,500마리 수준으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또한 연구회 전용 직판장의 개설과 식당을 연계한 마케팅 활동, 그리고 울산 무룡산 일대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연계한 한우 테마관광 자원의 개발과 주말농장의 개척 등도 연구회가 풀어가야 할 과제들이다.
박기철 회장은 “대내외적인 도전에 맞서 무룡산한우연구회의 ‘무룡산영한우’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보인다”면서 다만 “지금은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때”라고 했다.

무룡산한우연구회가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는 경쟁력 강화사업을 하나하나 마무리해 간다면 ‘무룡산영한우’의 미래 기상도는 ‘맑음’으로 읽혀질 것이다.


잠재성장 요인

1.집단사육단지 조성 계획

농업기술센터에서 연구회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집단사육단지 조성사업. 이 사업은 부지확보 등의 숙제는 있지만 일괄적인 품질관리와 사양관리가 용이해 무룡산영한우의 품질을 더욱 높여 최고의 브랜드로 우뚝 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 지자체와 기술센터 등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이 필요하다.

2. 주변관광지와 연계한 소비확대 전략

무룡산의 수려한 자연과 고급먹거리인 무룡산영한우와의 절묘한 조합으로 탄생되고 있는 테마관광 사업. 소비자를 끌어들이는데 이것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없다. 농업기술센터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연구회가 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성공 포인트


1. 최고의 소비 시장
현대자동차라는 거대기업이 있는 울산은 그야말로 고밀도 노블레스 시장 그 자체다. 이 시장에서 한우산업은 품질만 좋다면 일사천리로 발전할 수 있다. 경기가 최고조에 이르렀을때는 인근 경주와 영천에서 소고기를 공급받을 정도로 물량이 달렸다. 일인당 생산액이 2만 2,000달러를 넘어 설 정도이니 대한민국 전체의 평균보다 훨씬 상회한 부자 시장이고 그 만큼 소비 잠재력은 크다.

2. 긴장의 고삐 늦추지 않는 회원들의 마인드
최고의 시장을 갖고 있다고 마음 놓고 있을때 연구회 회원들은 오히려 고삐를 더욱 바짝 죄었다. 신기술 습득에 게을리 하지 않고 끊임없이 벤치마킹을 시도했다. 그리고 더욱 철저한 품질관리로 유사시를 대비했다. 한미 FTA의 체결이 거의 확실시 되는 현재, 연구회원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그만큼 땀 흘려 준비했기 때문이다.

3. 육가공업체와 축협과의 관계
가천린포크라는 육가공전문업체와의 제휴는 회원들에게 사양품질관리에 더욱 매진할 수 있는 여지를 줬고 그 여지를 잘 이용해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품질로 보답했다. 육가공회사의 브랜드와 무룡산영한우의 품질이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 여기에다 지역축협의 지원도 커다란 힘이 되어 주고 있다.


담당 지도사에게 듣는다 - 울산광역시농업기술센터 김성은 지도사

광역시 센터의 역할은 소비자를 농업속으로 끌어들이는 것

“결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니까 회원들의 의욕이 두배가 되는 것 같아요”울산시농업기술센터에서 품목별농업인연구모임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성은 지도사는 회원들이 처음 조직을 결성할 때에는 센터로부터의 지원에 더 욕심이 있었던 것 같았는데 지금은 자체 경쟁력 향상을 위한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했다.

무룡산한우연구회의 경우는 이제 센터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해주지 않아도 연구회 스스로가 미래를 개척해 나갈 만큼 역량이 쌓였다는 것이 김성은 지도사의 판단이다.
따라서 농업기술센터의 역할은 연구회가 고품질 생산과 효과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 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 일환으로 교육을 계획하더라도 사육기술 뿐만아니라 유통기술까지 일괄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무룡산영한우의 소비확대를 위해 센터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대소비자 마케팅 기반사업을 개발해야할 때라고 했다.

대도시의 농업기술센터로서 역할중 소비자 대상의 사업은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우 등 농축산물이 연계된 도시민 체험 프로그램의 개발, 전자상거래 기반 조성과 방과후 수업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센터에서 소비자의 구미에 맞는 사업들을 펼친 결과 소비자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이 농업을 이해하고 그것이 바로 소비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성은 지도사는 연구회와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면서 앞으로도 연구회 활동에 힘이 될 수 있는 사업들을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김성은 지도사는 “한미 FTA 등 개방화 바람이 거세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면서 “막연하게 반대만 하는 것 보다 누가 먼저 개방 바람을 이길 수 있는 힘을 기르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2007년 무룡산한우연구회와 울산광역시농업기술센터의 활동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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