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예상 매출 150억, 자조금 5억원.
잘나가는 상장회사의 얘기가 아니다. 순수 양돈농가 34명이 똘똘 뭉친 경기도양돈연구회의 성적표다. 농업인이 이정도의 매출을 올린 것도 놀라운 일인데 지난해 연구회 결산후 각 회원농가에게 출자금액의 20%에 해당하는 배당금과 돼지 한두당 3,000원의 장려금이 지불됐다. 여기에 사료이용 장려금으로 사료 1kg당 7원도 지원됐다.
경기도양돈연구회가 이처럼 웬만한 상장기업의 면모를 갖추게 된 데에는 조직적인 홍보, 마케팅 활동의 밑바탕이 된 법인설립과 초기 온갖 어려움에 대해 사심없이 맞서 이겨나갔던 김종필 회장 및 회원들의 열정이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했다.



가혹하리만큼 엄격한 품질관리

경기도양돈연구회는 1996년 2월 28일 경기도 관내 양돈농가 250명이 참여해 결성되었다. 초대 진용복 회장을 중심으로 대일 수출을 목적으로 규격돈 생산을 위한 사양관리 교육을 통해 고품질 돼지고기 생산을 위해 노력했다.

경기도양돈연구회가 이처럼 고품질 돼지고기 생산 기반위에서 본격적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친 것은 제3대 회장인 현재의 김종필 회장이 취임하면서다.

2001년 회장에 취임한 김종필 회장은 “고품질 원료 돈 생산”을 모토로 양돈연구회원을 54농가로 정예화시키고 2002년에 연구회의 통합브랜드 「아이포크」를 개발, 돼지고기 품질고급화에 박차를 가했다.

“초기에는 회원들의 반발이 심했습니다. 100두중 엄격한 심사에 통과한 5두만 시장에 출하되었을 정도였으니까요” 김종필 회장은 연구회 활동의 최종 목적을 전회원의 안정적 판매망 확보에 두고 이를 위해서는 엄격한 품질관리가 최우선이라고 봤다. 따라서 엄격한 기준을 정해, 이를 전회원에게 적용시켰다.

신규농가를 회원으로 받아들일 때는 이사회에서 농가의 사육규모와 시설, 위생상태 등을 실사하고 이에 통과되면 실제로 표준 사료를 공급해 규격돈을 생산하게 한 후 최종적으로 기준에 부합되는 돈육 생산이 가능할 때 아이포크 생산농가로 인정해 주었다. 얼마나 엄격하게 품질관리를 했던지 2003년의 경우 회원이 10명밖에 남지 않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일단 아이포크 돈육의 품질검사기준에 통과된 상품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이익을 보장해 줬다.
일반농가의 경우 아이포크 브랜드로 수취하는 비율이 66~68%인데 반해 아이포크 생산농가는 71~73%를 판매해 주고 있다.

또한 전문강사에 의한 기술교육과 선진농장 및 육가공 공장견학, 우량 후보돈 교체 등과 국·도비예산을 통한 시설지원 등 판매와 생산에 필요한 여러 가지 혜택을 확실하게 보장해 주고 있다.


마케팅 제대로 하려면 법인 설립하라

“연구모임은 이제 기술공유나 친목도모의 성격을 완전히 벗어나야 할 때라고 봅니다. 무한경쟁시대에서, 특히 농업인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조직을 결성하는 것이고 그 조직은 영리조직이 되어야 합니다” 김종필 회장은 지금의 경기도양돈연구회가 있는 것은 연구회원들을 중심으로 한 법인설립이 커다란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연구회의 돈육을 수원농협으로 출하할 때였습니다. 수원농협에서 우리 연구회가 생산하는 돈육이 품질이 좋은 것을 알고 판매를 대행한다고 했을 때 막연히 좋은 상품만 납품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대형소매점에서 우리의 상품이 안정적으로 취급하기 위해서는 우선 브랜드가 필요했고 또한 그 브랜드를 체계적으로 홍보하고 마케팅 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유통점과의 거래에 있어 번듯한 거래주체가 있어야 했습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바로 이사회를 소집해 15일 만에 자조금 1억 1,000만원을 만들어 아이포크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게 된겁니다”

이렇게 해서 설립된 아이포크 영농조합법인은 이제 직원 40명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법인이 설립되면서 가장 두드러지게 달라진 것은 바로 마케팅이다. 아이포크라는 브랜드를 대외적으로 알리는데도 아이포크영농조합법인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고 법인의 이름으로 매대를 확보하고 회원 모두가 홍보맨이 되어 열심히 뛸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현재 아이포크영농조합법인의 이름으로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 성남점, 수원점, 창동점 등 매대를 확보, 직판을 하고 있으며 대형 돼지고기 식당(60여개)과 브랜드육 가맹점이 되었다. 또한 수도권 135개 정육점에도 아이포크 돈육을 납품하고 있는데 이 모두가 법인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육성하고 회원들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다.
현재 아이포크 돈육은 농협마트 납품이 30%, 가맹점 식당이 30%, 정육점 30%로 판매처가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마케팅의 기본중에 기본, 품질

아이포크 돈육은 이미 선발주자인 목우촌, 도드람 등의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브랜드 파워가 급성장했다.
물론 후발주자이다 보니 물량에 있어서는 부족한 면이 있지만 소비자들에게 인식된 품질만큼은 절대 뒤지지 않는다. 이미 수원농협의 돈육 브랜드 평가에서 쟁쟁한 브랜드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아이포크가 유명브랜드에 뒤지지 않은 품질로 당당히 경쟁하고 있는 이유는 무얼까?
김종필 회장은 그 이유로 △ 표준화된 사양관리를 통한 규격돈 생산 △ 한약재를 첨가한 무항생제 OEM 사료 급여 △ 깨끗한 식수 공급을 위한 전농가 정수기 설치 △ 병 전문컨설팅업체와의 제휴로 철저한 위생관리 △ 친환경 돈육 생산을 위한 해외 교육프로그램 운용 등을 꼽았다.

이중 해외 교육프로그램은 독일의 바덴 뷔르템베르크 주립양돈시험장의 친환경 돼지생산 교육과정을 택하고 있으며 이미 회원중 22명이 이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이러한 연구회의 노력으로 경기도 인증 통합브랜드인 G마크 사용권도 획득했다.

회원간의 믿음과 희생이 낳은 옥동자, 경기도양돈연구회

“한때는 한 달 동안 회원농가에게 대금지급을 못 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또한 생산비가 관행사육보다 높이 나와 수지가 맞지 않았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회원들이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다’라는 믿음으로 저와 뜻을 같이 해 줬습니다. 회원들의 이러한 믿음이 없었다면 현재의 아이포크는 없었을 겁니다” 김종필 회장은 어려울 때 믿고 따라준 회원들이 너무 고맙다고 했다.
또한 아이포크의 산파역할을 했고 기술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경기도농업기술원과 경기도의 역할도 절대적이었다고 했다. 현재 아이포크 영농조합법인 사무실은 농업기술원내에 있다.
소득기술과 윤종철 담당은 “회원들 노력뿐만아니라 전체를 위해 회장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 희생도 큰 몫을 했다”고 거든다.
김종필 회장은 앞으로 지금까지의 경기도양돈연구회의 성과를 바탕으로 우량 회원을 더욱 늘려 생산과 가공, 유통이 생산자 위주로 진행되는 전문 식자재업체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를 위해 향후 여건이 충족되면 연구회만의 전문 육가공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생산이나 열심히 하지 유통은 무슨...” 김회장이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들었던 얘기다. 그 얘기를 들었던 경기도양돈연구회는 이제 우리나라 돈육 브랜드의 한축을 담당할 정도로 성장했다. 회원들의 믿음과 의지, 회장의 자기희생정신, 관련기관의 전폭적인 지원. 이 모든 주체가 일심동체 노력한 결과가 바로 지금의 아이포크로 나타난 것. 아이포크가 세계의 돈육브랜드로 거듭나고 한국 농업생산자 단체 성공 모델로 한발 한발 다가가는 모습이 자못 든든하다.


- 재성장 요인 -

1. 스스로 해결하려는 자조정신
“우리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우리 힘으로 이루자” 기관의 지원이나 외부 도움없이 회원들의 역량으로 역경을 헤쳐 나가려는 자조정신. 세계속의 돈육브랜드로 우뚝 서기 위한 뜨거운 엔진이다. 자조정신으로 쌓아온 연구회의 경쟁력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2. 확실한 비전과 성취로 인한 자신감
‘세계제일의 돈육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확실한 비전과 그 비전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실천 계획들. 그리고 회원들의 힘으로 유명브랜드로 키워냈다는 자신감. 향후 100년 기업으로의 든든한 자산감이다.

3. 스폰지 같은 기술 흡수력
독일 친환경돈육생산 교육과정을 다녀올 만큼 선진기술 습득에 목말라 있다.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습득은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순발력있게 대응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


- 성공 Point-

1. 서로간의 신뢰로 뭉친 회원들
구성원이 서로를 믿지 못하면 조직은 바로 허물어진다. 초기 어려운 상황을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지도부를 믿고 따랐던 회원들의 저력이 돋보인다.

2. 자기희생위에 쌓은 열정
김종필 회장은 “제 이익을 먼저 생각했더라면 절 믿고 따라와 준 회원은 한 사람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지도자의 공익적 마인드가 중요하다.

3. 체계적인 마케팅 조직
일은 사람이 하지만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조직이다. 아이포크영농조합법인이라는 법인위에 회원들은 표준화된 기술로 규격돈을 생산했고 그 브랜드를 바탕으로 마케팅에 나섰다. 시장에서도 그 브랜드가 있었기에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었다.

4. 냉혹하리만치 엄격한 품질관리
회원의 2/3가 떨어져 나갈 만큼 엄격한 품질관리. 아이포크라는 브랜드는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다. 초기 5% 합격이라는 품질관리 관문을 통과한 최고의 상품만이 소비자에게 유통되었기 때문에 유명 브랜드와 짧은 기간에 경쟁할 수 있게 되었다.

5. 체계적이고 안목있는 관련기관의 지원
품질관리, 유통인프라구축, 마케팅 지원, 대소비자 서비스 향상. 긴 안목으로 연구회와 보조를 맞추면서 때로는 앞서서, 때로는 뒤에서 가장 적절한 지원 방법을 찾아내는 경기도농업기술원의 역량.


담당지도사에게 듣는다-경기도농업기술원 윤 종 철 담당

유통인프라 구축으로 소비자 서비스질 향상시켜야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경기도양돈연구회를 밀착지도하고 있는 경기도농업기술원 윤종철 담당은 열심히 하려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여기서 ‘스스로 돕는 자’와 ‘열심히 하려는 사람들’은 당연히 경기도양돈연구회원들.

“연구회 회원들 회의에 참석해 보면 ‘우리 힘이 닿는 데까지 열심히 하자.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은 도움을 요청하자’라는 말들을 많이 들어요.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안 도와줄 수 있습니까?” 윤종철 담당은 그동안 공보전문가로 도원 공보업무를 맡고 있다가 지난해 연구모임 지도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윤종철 담당이 생각하는 지원방향은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 유통인프라의 구축과 마케팅지원이 그것이다.
이미 돈육 품질관리 지원예산으로 7,000만원을 확보한 상태. 가공에서 소비자까지의 과정을 개선하는데 쓰일 예정이다.

예를 들면 완전냉동상태로 고기를 썰 수 있는 기계의 도입, 오무라이스, 짜장면 등 학교 단체급식에 맞게 크기를 조절해 썰 수 있는 기계 도입, 현재 보유한 수송차량 6대에 고객서비스 차원의 위치추적시스템 장착, 소비자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생산이력시스템 구축 등이다.

윤종철 담당은 지금 아이포크 영업맨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한미군수사령관을 만났다. 아이포크 브랜드가 알려지면서 군 식재료 보급 목록에 아이포크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택으로 오게 되면 아이포크 돼지고기를 구매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냈다. 그뿐이 아니다. 지난 8월에는 용인에 있는 에버랜드와 납품계약을 이끌어냈다.

또 하나, 돈육의 품질은 종돈, 사료, 물에서 결정난다. 따라서 사육환경과 사육기술의 표준화를 더욱 정착시키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중 하나라고 했다. 아이포크 돈육이 납품되고 있는 식당에 각 농가별로 품질을 평가해 달라고 부탁해 놨다. 그 결과에 따라 농가별 특별관리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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