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은 멀리 있지 않다.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블루오션으로 가는 길은 가까이에 열려 있는 경우가 많다. 삼척왕마늘이 그런 경우다.

삼척은 고급 한지마늘 생산지로 잘 알려져 있다. 재배 면적은 115ha로 많지 않지만 이곳에서 생산되는 마늘 1,100톤중 대부분이 전국에 종구로 출하되고 나머지는 삼척 한지마늘의 품질을 아는 고객들의 몫이다. 생산량의 100%가 판매되기 때문에 판로에 대한 고민은 없다.

삼척에서 재배되는 마늘은 한지형이다. 한지형은 난지형에 비해 단단하고 풍미가 좋으며 매운 맛이 강하다. 부패와 감모율이 낮고 저장성이 좋아 난지형에 비해 2배 높은 가격으로 판매된다.

특히 삼척은 산과 바다가 만나는 특수한 환경으로 일교차가 큰 동시에 해양성 기후를 띠고 있어 겨울에 다른 지역보다 따뜻하다. 또한 석회암 지역으로 마늘 재배의 최대 적지이다. 여기에다 준고랭지에서 생산되는 종구는 바이러스가 없고 품질이 좋아 최고의 종구로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삼척 마늘은 타 지역 한지마늘보다 맛과 향이 월등하다.
삼척왕마늘연구회(회장 이건태)는 최고 품질의 한지마늘을 생산하는 농가 32명이 모여 삼척 한지형 조직배양 육쪽 왕마늘의 명성을 유지하고 우량종구 생산을 목적으로 1996년에 결성됐다.


삼척왕마늘 명성, 철저한 품질관리로 지킨다

연구회의 이건태 회장은 “타지역의 경우 대부분 도매시장 등 일반 시장으로 출하를 하지만 삼척의 경우는 다르다”면서 “바이러스가 없고 건실한 종구를 생산할 수 있는 환경적 기술적 여건이 갖춰져 있어 전국 마늘 주산지에 종구로 출하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또한 “가격이 비싸더라도 삼척마늘의 품질을 인정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의 고급마케팅 전략으로 판매를 하고 있다”면서 “생산된 전량이 모두 판매되기 때문에 타 지역 한지마늘 주산지가 있지만 사실상 삼척마늘의 시장은 블루오션 상태”라고 했다.

지금은 고급마늘로 정평이 나 있는 삼척마늘이지만 한 때 심각한 위기가 있었다.
80년대 종구에 바이러스가 감염되어 종구퇴화 증상으로 삼척마늘이 멸종될 상황이 닥쳤다. 이때 삼척시농업기술센터에서 마늘 전문지도사를 원예연구소에 장기간 파견, 연구원들과 바이러스 예방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바이러스의 감염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인 조직배양법 기술을 개발해 센터로 돌아왔다. 그때가 92년으로 삼척시농업기술센터는 곧바로 조직배양실을 설치하고 바이러스가 전혀 없는 종구를 생산, 증식을 통해 농가에 새롭게 보급해 자칫 멸종할 뻔했던 삼척마늘의 맥을 이을 수 있었다.

이때부터 센터는 94년에는 조직배양실을 증축하고 96년에는 전문조직배양사 2명을 확보,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확고히 하는 한편 우량종구와 종서 그리고 종자와 종묘 개발에 박차를 가해 지금은 삼척왕마늘외 2종 7만 4,000점을 확보하고 있다.

연구회는 고품질 마늘 생산을 위해 3년 주기로 센터로부터 공급받은 종구로 갱신하고 바닷물을 이용해 뿌리응애 및 선충을 제거해 건전종구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현재 32명인 연구회원을 앞으로 기술수준과 재배역량 등을 감안해 20명으로 정예화할 계획이다. 삼척마늘에 대한 엄격한 품질관리를 통해 최고의 품질을 만들기 위한 기반작업이다.

내년부터 연구회는 마늘 유기농업에 도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건태 회장은 “안심안전 농산물이 소비시장에서 초미의 관심사인 점을 감안한다면 당연한 선택”이라면서도 “유기농업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회원들이 쌓아 온 기술적 역량에다 결집하고 체계적인 재배관리를 통해 실현시켜 볼 생각”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연구회는 유기농재배지도자반을 조직해 해외연수, 선진지 교육 등의 기술연수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연구회의 유기농업 기술역량을 키워나가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건태 회장은 삼척왕마늘이 유기농법으로 재배될 경우 기존 고품질 이미지와 결합, 더 높은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삼척지역의 마늘 생산량은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생산량을 늘리는 기술도 당면과제다.
생산량을 높이는 방법중 하나가 파종후 결주율을 최대한 낮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저온 휴면타파법을 이용하고 있다.

저온 휴면타파법은 0~5°C의 저온에서 약 3주간 저장해주면 파종후 착근이 잘돼 결주율을 관행 대비 절반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이 경우 300평당 20만원의 종구구입비를 절감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마늘의 경우 상온 저장했을 때 부패율이 약 30%로 수량이 대폭 줄어드는 것은 물론 품질저하의 주원인으로 작용한다.

마늘의 저장기간이 장마와 여름 등 고온다습한 시기를 관통하는 6월부터 10월까지이므로 자연상태의 저장은 아무리 시설이 좋다고 하더라도 부패피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부패율은 곧 소득과 연결되기 때문에 연구회는 기술센터의 지원을 받아 저온저장고 19기를 도입했다.
저온저장고에 마늘을 저장할 경우 자연상태의 저장보다 부패율을 7~8%대로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이건태 회장의 설명이다.

지리적표시, 브랜드화로 삼척왕마늘 시장 다변화 모색

연구회는 이와 같이 철저한 품질관리 체계를 정립하고 내년도 회원들이 생산한 마늘을 중심으로 지리적표시제도 등록을 추진키로 했다. 지리적 표시제도는 특정지역의 우수 농산물과 그 가공품에 지역명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는 제도다. 이건태 회장이 회원들의 불만이 있을 수도 있는 입회 자격을 제한한 것과 엄격한 품질관리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도, 또한 내년 유기농업을 실시하려고 하는 것도 삼척왕마늘을 지리적표시제도에 의한 배타적 재산권을 획득하기 위한 사전 준비작업이었던 것이다.

또한 ‘삼척왕마늘’이란 이름으로 품종을 등록하고 브랜드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렇게 될 경우 연구회가 생산하는 삼척왕마늘의 가치를 높일 수 있고 본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해져 시장을 다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회가 추진하고 있는 야심찬 계획이 하나 더 있다.
이건태 회장은 “의ㆍ과학계에서 해마다 보고되고 있듯이 마늘의 성분인 알리신이 항암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이러한 효능을 이용해 마늘을 건강보조식품으로 개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계획은 이미 기술센터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미래 사업이다. 삼척시농업기술센터 김경환 소장은 “춘천에 암환자 등 불치병환자가 입원해 자연요법으로 병을 치료하는 자연치유센터가 있는데 올해 이곳과 삼척왕마늘 2억원의 계약재배 제의가 들어왔다”면서 “마늘의 항암효과를 보기 위한 것인데 약리효과가 특히 강한 삼척왕마늘 주산단지인 삼척에도 자연치유센터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뿐만아니라 마늘을 편리하게 복용할 수 있는 다양한 가공식품을 개발하고 마늘 뿐만이 아니라 유기농채소, 발아현미, 황토방 등 종합적 건강회복기반을 조성, 청정 삼척의 이미지를 다져갈 계획이라고 했다.

새로운 블루오션 찾기로 경쟁력 유지해야

“지금까지 삼척왕마늘은 판매에 있어서는 블루오션이었기 때문에 다소 안이한 생각을 가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중국 마늘이란 복병이 삼척왕마늘의 블루오션을 레드오션으로 물들이고 있다”면서 “연구회를 중심으로 위기의식을 가지고 유기농재배 등 철저한 재배관리와 새로운 시장개척 등 판로 다양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잠재성장 요인-
1. 안정된 시장에 대한 미련 버리고 신시장 개척
생산량의 100% 판매라는 매력적이고 안정된 보금자리를 박차고 나와 건강보조식품 시장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유기농법 개발 습득 의지와 뼈를 깍는 회원 정예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고통이 따르더라도 새로운 마인드로 승부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삼척왕마늘연구회다.

2. 지리적표지제 및 품종등록
연구회는 내년 삼척왕마늘을 종자관리소에 품종 등록을 마치면 품질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지리적 표시제에 등록할 예정이다. 이미 등록해서 마케팅과 시장방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서산과 태안의 마늘과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하게 되었다. 내년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3. 건강보조식품 개발로 시장 다변화 노력
마늘을 이용한 건강보조식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품질좋은 삼척왕마늘로 만드는 것이라 경쟁력도 있다는 판단이다. 기존 종구보급망과 일부 고급수요층 공략에서 마늘 유기가공식품 시장으로의 진출은 웰빙시대에 적합한 마케팅 전략이다.


-성공 Point-

1. 천혜의 환경조건
삼척은 높은 산과 평야, 그리고 바다가 공존하는 지역이다. 마늘이 생장하기 가장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주로 준고랭지에서 생산되는 마늘 종구는 주야 기온차가 크고 겨울에는 따뜻해 품질이 좋고 바이러스이병률이 매우 낮다.
게다가 환선석회암동굴에서 볼 수 있듯이 마늘생장에 좋은 석회암이 바탕이 된 토질이다. 생산량의 100% 판매에는 이러한 자연환경이 든든하게 받쳐주기 때문에 가능했다.

2. 정예농가로 구성된 탄탄한 기술조직
관내 1,750 명의 마늘재배농업인중 32명의 같은 뜻을 가진 우수농업인이 모였다. 기술수준과 재배면적 등에서 경쟁력을 가졌다. 유기농법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수용할 수 있는 여유도 여기에서 나온다.

3. 센터의 대형 미래산업의 중심
센터에서 추진하는 자연치유센터 건립 등과 같은 대형 사업의 중심에 있다. 연구회가 안심하고 생산에만 전력해 고품질 마늘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든든한 배경이다.

4. 과거 실패를 오늘의 성공으로
과거 80년대 바이러스 전염으로 자칫 삼척왕마늘 맥이 끊어 질 뻔했다. 기술센터와 농업인이 혼연일체가 되어 슬기롭게 극복한 경험은 앞으로 삼척왕마늘이 생산되는 한 잊혀지지 않은 쓴맛과 단맛으로 남을 것이다. 이 경험을 다시는 되풀이 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가지고 생산에 임하고 있어 고품질의 삼척왕마늘의 맥은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다.


**담당 지도사에게 듣는다 - 삼척시농업기술센터 김백호 담당

조직력, 역동성, 가능성이 큰 품목별연구회 지원으로 지도효과 높일 터

삼척왕마늘연구회의 총괄지원업무를 맡고 있는 김백호 담당. 그는 원래 경기도 수원 사람이다. 지도사 초기 삼척으로 발령받아 삼척의 농업과 삼척의 산과 바다와 함께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이제는 삼척을 떠난다는 것은 상상이 안된다고 한다. 삼척을 사랑하게 되었고 특히 삼척의 농업인과 농업이 곧 자신이 된지 오래다.

그가 삼척왕마늘연구회 지원업무에 쏟는 정성은 유별나다. 삼척왕마늘의 고품질 친환경생산, 지리적재산권 및 품종등록, 브랜드화 및 시장다변화 문제 등 다방면의 굵직한 연구회 현안을 솜씨있게 풀어가고 있다.

김백호 담당은 “삼척의 대표브랜드 육성과 자연치유센터 등 삼척왕마늘연구회는 항상 그 현안의 중심에 있는 연구회”라고 전제하고 “제가 할 일은 연구회원들이 필요로 하는 제반 지원사항을 꼼꼼히 챙겨 이들의 소득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것입니다. 회원들의 소득을 높이는 것이 삼척농업의 미래 현안들을 성공시키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백호 담당이 내년 연구회 관련 할 일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당장 연구회 중심의 유기재배지도자반 해외연수와 교육프로그램을 계획해야 하고 삼척왕마늘 유기재배기술 개발과 보급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삼척왕마늘의 지리적재산권을 확보하는 기반이며 향후 경쟁력 향상의 핵심사항이라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지원할 계획이다.

그리고 연구회의 시, 읍면 단위 조직강화를 위한 기술센터의 강력한 행정적 지원도 적극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김백호 담당은 “연구회 중심 지원체제는 삼척의 농업인도 살고 삼척도 사는 길”이라도 했다. 변화하는 농업환경을 제대로 읽고 미래 농업 경쟁력의 엔진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김백호 담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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