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이 애완동물이 될 것이라 누가 예상했던가?
최근 애완동물 붐이 일면서 전통적인 애완동물인 강아지, 고양이, 열대어 뿐 만아니라 도마뱀, 돼지, 고슴도치 심지어 악어까지 평소에 혐오스럽다고 생각되는 동물까지 애완동물로 길러지고 있다. 이처럼 애완동물의 범위가 넓어지게 된 데에는 곤충류, 특히 장수풍뎅이 붐이 한 역할을 했다.

10년전 영동군에서 느타리재배를 하는 농가가 부업삼아 장수풍뎅이를 사육하기 시작해 이것이 신기한 사건으로 매스컴에 보도되면서 장수풍뎅이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장수풍뎅이는 원래 건강보조식품의 재료로 사육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어린이 학습교재나 애완동물용으로 주로 판매되고 있다. 현재 장수풍뎅이는 공급이 수요에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평범한 부업에서 연 3억 5,000 매출의 주사업으로

“영동지역은 원래 물이 맑고 공기가 깨끗해 포고버섯의 품질이 좋기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표고버섯재배 농가들도 많이 있는데 표고버섯을 재배한 후에 나오는 폐목에서 장수풍뎅이가 번식하는 것을 보고 폐목도 재활용하고 농외소득도 올리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본격적인 사육을 시작하게 된거지요. 마침 그때 한약방에서 장수풍뎅이를 간질환 관련 약재로 구하고 있었고요”

여운하 영동장수풍뎅이연구회장은 장수풍뎅이 사육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영동 장수풍뎅이는 사실 1998년 현 연구회 부회장인 윤재두 씨가 처음 시작해 주변 표고버섯 농가들이 참여, 소규모로 사육이 진행되고 있었다.

당시에는 전량 한약재로 판매되었는데 영동군농업기술센터에서 농가소득개발 사업으로 관심을 가지면서 규모도 커지고 애완동물 또는 학습교구 시장까지 개척하게 된 것이다.

2002년 연구회가 정식으로 농업기술센터에 등록되면서 애완동물 시장으로의 진출도 본격적으로 시도되었다.
이때부터 농업기술센터와 공동으로 인터넷, TV, 신문, 잡지 등 홍보활동에 주력했다.

워낙 신기한 이슈이기 때문에 한번 대중매체에 보도가 되면 경쟁적으로 취재를 요청해 와 장수풍뎅이가 애완동물계의 스타로 떠 올랐다.
대형할인점이나 애완동물 취급업체에서 주문이 이어졌고 연구회원들은 오히려 그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고역을 치를 정도가 되었다.

특히 초등학교 등에서 학습교재용으로 많이 찾으면서 회원들은 장수풍뎅이 사육에 더욱 많은 시간을 할애 할 수밖에 없었다.
15명의 장수풍뎅이연구회원이 벌어들인 수익만 해도 올해 3억 5,000만원. 회원 평균 소득이 2,300만원이 넘는다.

농가당 장수풍뎅이 사육면적이 적은 것을 감안한다면 주작목의 소득과 맞먹는 수준. 특히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남은 나무는 장수풍뎅이 유충의 먹이인 톱밥의 재료로 쓰이기 때문에 재료비가 거의 들지 않는 것도 큰 장점이다.
그러나 장수풍뎅이가 이처럼 농가소득에 복덩어리로 되기까지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

대량 인공사육 방법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던 초기에는 일본의 문헌과 평소 경험을 바탕으로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땅을 파고 쥐, 두더지 등이 사육장으로 들어와 장수풍뎅이를 모조리 먹어 버리는 통에 출하를 앞두고 가슴도 많이 태웠다. 노지 사육장에는 까치가 날아와 잡아 먹기도 한다.
당시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영동군농업기술센터의 윤주황 담당의 합류가 커다란 힘이 되었다.

표고 폐목 활용 대량 증식기술 개발

농업기술센터가 연구회와 함께 장수풍뎅이 농가소득화 사업을 진행하면서 장수풍뎅이 성장 조건, 병충해 문제, 습도 조절, 성충으로 빨리 자라게 하는 기술 등 다양한 방향에서 연구가 진행됐다. 온도 조절로 우화를 늦추는 기술도 개발했다.

여운하 회장은 “우화를 늦추는 기술은 판매에 큰 영향을 끼친다”며 “유충을 성충으로 만드는 시기를 조절한다는 것은 1년 내내 장수풍뎅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표고버섯 폐목으로 만든 톱밥은 농약 성분이 없는 휴경지나 표고 재배지의 바닥에 50cm 두께로 깔아 자연스럽게 발효를 유도한다.

이것이 바로 유충의 먹이이자 집이다. 다 자란 장수풍뎅이의 알을 받기 위해서는 7~8월에 성충을 유인하는 일이 우선이다. 그리고 사육 2년째가 되면서 유충의 밀도가 1㎡당 50~60마리 정도로 늘어난다.
농가에서 갖추기 힘든 온실 등 대규모 시설은 농업기술센터를 이용했다. 다양한 실험을 통한 기술 개발은 장수풍뎅이를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2002년에는 이러한 새로운 소득 작목을 지원하기 위한 행정적인 조치들도 뒤따랐다.
영동군이 장수풍뎅이 사업을 3년간 농림부 기술개발 과제로 추진했던 것이다. 표고 폐목을 이용한 장수풍뎅이 대량 증식기술 개발과 유충과 성충의 애완용 상품 개발이 주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저온저장고와 항온실 등이 농가와 기술센터에 설치되기 시작했다.

산학 협력도 함께 진행했다. 경희대 식물대사연구센터에 의뢰한 ‘장수풍뎅이 유충의 항 당뇨 및 숙취 해소 활성 연구’의 효과가 입증되는 등 학문적 토대가 구축된 것이다. 대량 사육을 위한 기반 조성도 빠질 수 없다.
2004년에는 농기계대여은행을 통해 대형 톱밥제조기 2대와 유충 건조기 구입에 대한 지원도 이뤄졌다.

이러한 연구회의 노력을 지난해에는 장수풍뎅이연구회가 농촌진흥청의 우수품목별농업인연구회로 선정, 7000만원의 사업비를 받았다. 연구회는 이 사업비를 활용 유충 저온저장고를 설치하고 장수풍뎅이 생태전시관도 만들었다.

건강보조식품 시장진출이 희망

장수풍뎅이가 인기를 얻으면서 영동군내에서도 영동읍 설계리와 상촌면 임산리, 용화면 자계리, 학산면 등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 타지역에서도 사육하고 있어 애완용과 학습교구용 장수풍뎅이 시장은 1~2년안에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는 게 여운하 회장의 생각이다.

따라서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출이 필연적이다.
여회장이 얘기하는 새로운 시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처음 장수풍뎅이 사육을 하게 했던 한약재시장이다.
장수풍뎅이 유충을 먹는 것에 대해 혐오스럽다는 일부 시각이 있어 한약재 시장으로의 진출이 주춤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약재시장 소위 건강보조식품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마침 경희대와의 공동연구로 간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학문적 근거를 마련해 놓기도 했다.
동의보감에도 간질환과 당뇨, 숙취해소, 췌장 등에 효과가 있다고 나와 있다.

임상실험의 하나인 독성검사 등 비용이 많이 들고 어려운 문제들이 남아있지만 연구회와 관계기관이 긴밀히 협조해 건강보조식품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여 회장은 “장수풍뎅이 유충이 ‘혐오식품’으로 묶여 있어 공식적인 판로 확보가 안 되고 있다”며 “혐오식품에서 ‘건강보조식품’으로 바뀌면 매출이 크게 늘어나 농가 주소득원으로도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누구도 몰랐던 길을 찾고 그 길을 가고 있는 영동장수풍뎅이연구회. 농업 블루오션의 한중심에서 더 큰 꿈을 펼치고 있다.


-잠재성장 요인-

1. 한약재 시장으로의 진출 가능성
애완동물 시장보다 훨씬 큰 시장, 한약재 시장이 버티고 있다. 단, 문제는 임상실험 등 넘어야 할 산은 있다. 그러나 지자체나 관련기관이 종합적인 개발계획으로 합심한다면 못 넘을 산도 아니다. 게다가 효능에 대한 과학적 검정은 이미 끝난 상황이다.

2. 농업부문의 키드마케팅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어떤 부문이든 대박인 것이 정설. 농업부문에서 어린이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아이템을 개발했다는 것은 향후 전망을 대단히 밝게 한다.
단, 경쟁도 그만큼 심해진다는 것. 따라서 보다 참신한 상품기획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3. 영동의 청정환경과
관광산업의 연계 가능성
윤주황 담당을 비롯 연구회원들이 이미 장수풍뎅이를 중심으로 하는 테마생태학습관을 생각하고 있다.
영동의 자연과 농특산물을 연계해 견학코스 또는 관광코스로 개발할 경우 지역발전을 위해서도 대단히 긍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

-성공 포인트-

1. 경쟁없는 깨끗한 시장 개척
피의 바다 레드오션에서 벗어나 경쟁구도가 형성되지 않은 청정해역 블루오션으로 사업영역을 개척한 점이 놀랍다. 개척에 어려움은 있었지만 보람이 컸다.
그러나 언제까지 청정해역으로 남아있을 수 없다는 것이 블루오션의 속성. 다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장수풍뎅이연구회는 또 따른 블루오션을 찾고 있다. 이것이 성공Point다.

2. 기존 자원의 재활용으로
생산비 절감
연구회원 모두가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농업인들이다. 버섯재배후 생기는 폐목을 이용해 장수풍뎅이를 사육함으로써 재료비 등 생산비를 대폭 줄여 순소득률을 높였다.

3. 특별한 시설이 필요 없는 경제적인 사업
장수풍뎅이를 사육하는 데에는 특별한 시설이 필요없다. 까치 등의 해를 줄이기 위해 설치하는 망 시설이 전부다.
농가당 사육면적도 다른 작목에 비해 훨씬 적다. 투자자금을 대폭 절감할 수 있어 이중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4. 참신한 아이디어로 고객의 흥미 유발
장수풍뎅이를 애완용과 학습용으로 판매한다는 발상이 신선하다. 따라서 애완동물 열풍을 등에 업고 각종 메스컴에 자연스럽게 소개되어 홍보가 홍보를 불러오는 연쇄반응으로 제품을 알리는 비용을 대폭 줄였다. 또한 고객 유인력도 상당해 판매호조로 이어졌다.



*담당 지도사에게 듣는다-영동군농업기술센터 윤주황 담당

“장수풍뎅이를 소득화하는데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영동 장수풍뎅이연구회를 지도하고 있는 영동군농업기술센터 윤주황 담당은 장수풍뎅이가 청정 영동의 이미지를 알리고 농가소득도 올릴 수 있는 일석이조의 사업이라면서 연구회가 필요로 하는 일을 찾아 계속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윤주황 담당은 장수풍뎅이 사업이 더욱 활성화되려면 이미 확보해 놓은 장수풍뎅이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하는 농촌관광과 어린이교육 사업을 개발해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영동을 찾는 사람들에게 보다 많은 볼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인프라 마련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윤주황 담당이 가장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 장수풍뎅이 등 곤충을 중심으로 한 테마형 생태학습원 건립이다.
테마형 생태학습원이 조성되면 가족단위, 초등학교 견학 등 다양한 고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고 이렇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장수풍뎅이는 물론 표고버섯 등 영동의 농특산물의 판매에 까지 연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주황 담당은 영동군에 개최되는 포도축제, 곶감축제, 충북농특산물한마당 등에 장수풍뎅이를 전시해 많은 호응을 얻고 있어 장수풍뎅이 테마관광 프로그램의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윤주황 담당은 현재 물량이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연구회가 한마음이 되어 물량을 확보하는데 노력한다면 연구회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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