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과육의 농산물 생산에 있어 최고는 바로 충남 논산이다. 딸기 명산지로 익히 알려진 이외에도, 수박에서 생산은 물론 일대혁명과도 같은 유통시스템으로 전국의 수박유통을 개혁했기 때문이다. 이 중심에 논산수박연구회가 있다.

수박은 더운 여름 건강과 입맛을 지켜주는 대표과일이지만, 최근 제철농산물의 개념이 사라지고 수입농산물이 봇물처럼 들어오면서 위기감이 고조돼 왔다. 또한 품목특성과 생산시기 등을 감안할 때, 재배가 비교적 쉽고 생산비가 높지 않은 까닭에 전국적으로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어 농가별 품질차가 큰 것도 소비위축의 원인이 되어 왔다. 이러한 재배농가 특성으로 인해 생산조직화와 품질의 상향평준화가 어려운데다, 가격등락 폭까지 컸기에, 브랜드화, 연중생산기술 확립, 출하유통 등에 있어 차별화 전략을 내세운 농가 경쟁력 제고가 절실해진 것이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자 논산의 수박 농가들이 함께 모여 연구회를 만들게 된 것.


논산을 수박명산지로 변신시킨 연구회
지난 99년 수입개방의 파고가 밀려오던 그 시기에 위기감을 느낀 수박농가 22명이 모여 논산수박과 우리 농촌을 다시 일으키고자 연구회를 결성했다.

회원들은 농한기는 물론이고 바쁜 농번기에도 매월 농작업이 끝난 저녁시간을 이용해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새로운 정보와 기술을 나누고 익히는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주로 이루어졌던 월례모임은 밤 10시를 넘기기가 일쑤. 이 자리에서는 기술센터에서 연구한 기술들의 현장적용을 위한 의견나눔은 물론, 회원들끼리도 다년간 축적된 재배노하우를 서로 전하고 배우고 접목하는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김종원 논산시농업기술센터 수박담당 지도사가 농가현장을 찾아가 직접 보면서, 새로운 기술은 농가에 전달하고 재배상 문제점들은 센터에서 분석해 농가에 다시 알려주는 등 회원농가와 기술센터와의 이런 유기적 관계가 곧 연구회 활성화로 이어졌다.

애정과 노력이 바탕이 된 회원들의 연구회 활동이 소득향상과 안정화로 이어지자, 해마다 회원도 늘어나 2000년에는 40명, 2001년에는 65명까지 늘어났다. 2001년 당시 65명이었던 ‘논산수박연구회’는 회원농가들의 수박재배 면적만도 100ha(30만평)를 넘을 정도로, 이중 시설하우스 재배는 70%인 21만평에 달했다. 한 농가당 평균 4,000평이 넘을 정도로 대농들로 그만큼 오랜 재배경험으로 실력들도 상당했다. 그러나 회원들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연구회 결성을 계기로 논산수박 업그레이드에 앞장섰다.

바쁜 영농철에도 밤늦도록 이어지는 연구와 토론

연구회가 발전해 나가면서 회원들의 수익도 점차 높아져, 수박으로 인한 회원당 연간소득만도 평균 3,300만원을 넘었다. 이후 2002년 80명의 회원농가로 확대됐고, 이후 엄격한 회원관리를 위해 자격기준을 강화해 현재 ‘논산수박연구회’는 90여명의 농가가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인 점을 고려해 해외수출에까지 적극적으로 나서 수입농산물로 위축된 농가와 농촌에 희망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논산수박은 지난 2000년부터 2002년까지 3년 동안 166톤 2억2000만원 상당이 일본시장으로 수출됐다.

수출과정에서의 까다로운 문제들과 물류비 그리고 내수가격보다 높지 않은 수출가격만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내수시장의 안정화와 논산수박의 품질을 해외시장에 알리자는 일념으로 수출을 추진했다. 이는 역으로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품질이라는 인식을 내수시장에 알리는 계기가 되어, 차별화된 경쟁력이라는 귀중한 성과를 얻었다고.

이렇게 논산지역 재배농가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해 일본시장까지 이름을 알린 논산수박은 2002년부터는 가락시장 등 유통현장에서도 독보적인 행보를 걷기 시작했다. 기존의 벌크출하 대신 팰릿을 이용한 출하를 시작한 것이다. 이는 ‘논산수박연구회’를 전국의 유통인들에게 확실히 알리는 계기가 됐다.

팰릿출하로 유통개선과 논산수박 알리기 일석이조 효과
연구회에서는 팰릿을 이용한 규격출하법을 도입해 유통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논산수박’ 이라는 브랜드도 정착시켜 나갔다. 팰릿출하로 지난 2002년에는 회원 80명이 3200톤 35억원의 출하실적을 올렸다. 이어 2003년에는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 4,500톤으로 확대된 물량을 공동선별을 통해 출하해 중·도매인뿐만 아니라 대도시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팰릿출하 초기 생산비와 농가수익에 비해 무리한 시도라는 지적도 있었으나, 이는 유통관계자들과 소비자들의 호응으로 곧 무색해졌다. 연구회가 중심이된 계통출하·팰릿출하는 점차 전국 수박주산단지로 확대됐으며, 2004년부터는 수박 개별 박스포장이 시장에 등장하게 되는 등 수박 포장개선화를 선도했다. 논산수박의 팰릿출하로 이제 가락시장으로 출하되는 전국의 모든 수박은 팰릿화 되어 출하되고 있을 정도다.

차별화된 규격출하는 공급처도 다양화·고급화하는 계기가 되어, 도매시장과 대형유통점 등으로 다양화함으로써 과잉생산에도 한곳으로 홍수출하 돼 농가수취가가 떨어지는 위험에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몇 년간은 시설재배시 심각한 문제인 연작장애를 극복해 품질을 유지하려는 노력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에 논산시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한 연작지내 화학비료 시용량 절감과 작목별·생육단계별 토양안정성 유지를 위한 관비재배교육에도 회원들이 적극 참가하고 있다.

또한, 기술센터의 지원하에 고정하우스 내에 점적관비기, 물·액비통, 전자밸브배관, 점적호스 등의 시설을 설치하고 생육단계별 적정비종과 균형시비를 통해 효과를 보고 있다. 회원농가들은 관비재배 적정농도도 지속적으로 실험·분석해 상품과 수량의 증수효과와 토양산도의 안정적등을 감안한 과학적인 재배기술을 속속 도입해 상품성 향상으로 연결시켜 나가고 있다.

논산시장 홍보참여 ‘최고의 맛 알리기’
‘논산수박연구회’는 공동 출하, 친환경 품질인증 획득 등으로 논산수박의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맛과 당도는 물론이고, 품질 고급화 추진으로 유통현장에서의 높아진 인기에 소비자가 적극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과일로만 인식된 수박의 연중 고품질 생산도 가능하게 했다.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소비자 대상 홍보활동도 적극적이다. 여기에는 임성규 논산시장도 직접 참여하는 것을 비롯해 지역내 각 기관 ·단체장이 특별홍보 판매행사장을 찾아 논산 수박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친환경농산물 품질인증을 획득, 소비자가 안전하게 먹을 수 있게 신뢰를 구축하기도 했다. 고품질 재배는 기본, 공동생산·공동계산·규격출하에 친환경 인증까지 우리 농산물이 반드시 갖춰야할 경쟁력 요건을 모두 갖춘 셈이다.

여기에 올해 출하분부터는 비파괴당도선별기를 이용한 선별로 맛에서도 규격출하를 시작했다. 논산수박연구회가 지난 4월말 첫 출하부터 비파괴 당도선별기를 이용해 선별한 논산수박을 가락동, 이마트, 신세계 백화점등 전국제일의 고급 유통 전문점을 통해 본격 출하했다.

경영비 절감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온 연구회에서는 그동안 공동선별·규격출하·공동정산의 도입으로 효율적인 출하를 해오고 있었으나, 당도체크에 있어서만은 그동안 일일이 농가마다 수박을 칼로 잘라 당도를 체크해 왔다. 이같은 불필요한 낭비를 막고자 비파괴 당도선별기를 도입해, 자르지 않고 당도를 체크함으로써 일손부족 해결과 정확한 당도판별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올해 비파괴당도선별기를 통한 출하는 지난해의 4,000M/T을 넘어서 도입효과가 입증됐으며, 연구회에서는 이를 통해 유통인과 소비자에 대한 신뢰도를 한단계 더 높인다는 계획이다.


잠재성장 요인

즇 새품종 도입준비중
올해 시험농가 실증재배를 거쳐 내년부터는 씨없는 수박과 각종 컬러수박의 재배확대를 앞두고 있다.

? 우수농가들의 노력이 계속된다
김윤기회원은 연구회 초대회장으로 지난 공동선별·규격출하·공동정산, 친환경인증·농가영농사례발표 등에 적극 기여함은 물론, 수박재배 신기술을 도입해 시들음병 예방을 위한 신토좌 접목재배를 주도했다.

? 실증시험과 농가의견 반영이 우선
올해 지재헌 회원농가에서 4가지 품종의 컬러수박을 실증재배 했고 씨없는 수박의 경우, 부적면 일대의 친환경인증을 받은 48곳의 회원농가에서 시험재배가 진행됐다.

? 회원모두가 참여하는 연구회
농가전체가 참여해 연간출하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움직인다. 회원별로 출하순번을 정하고 이에 따라 전문 출하팀에서 사전계획에 맞게 수확·선별해 시장출하 한다.


성공 포인트

1. 공동생산·공동선별·공동출하
우수한 품질을 연중 고르게 출하하는 동시에 많은 물량의 장점인 시장교섭권 확보와 출하시 우위선점이 가능하다. 여기에는 고품질이 기본인데, 비닐하우스 포장에서 완숙된 당도 높은 수박만을 수확해 ㎏단위로 엄격하게 선별지도를 하고 있다.

2.규격출하로 유통시장 주도
수박 팰릿출하라는 획기적인 출하시스템 개선으로 시장에서 단번에 인지도를 높였다. 이를 통해 대형마트 등 소비자 니즈에 민감한 대형시장에서 러브콜이 쇄도.

3.열의를 가진 회원들
매월 100%에 가까운 참여율을 보이는 월례회의는 밤늦도록 토론열기가 뜨겁고, 매 월례회마다 회원들이 각자의 기술과 애로사항을 중심으로 한 사례발표를 해 이를 연말에 책자로 만들기도 한다. 씨없는 품종, 컬러수박, 새로운 접목묘 도입에도 회원들이 앞장서고 있다.

4.친환경인증농가 70% 이상
친환경품질인증을 획득해 유통시장 및 소비자에 신뢰를 높였다. 이는 우수 품질의 균일한 수박을 생산한 것이 친환경 농산물 품질인증 획득으로 이어진 결과다. 이에 일반수박보다 20% 이상 높은 가격으로 출하가 이루어지고 있다.

5.비파괴당도선별기로 정확한 선별
한발 앞서는 개선노력과 시스템 도입을 하고 있는 연구회에서는 올해부터 비파괴 당도선별기를 활용해 더욱 정확한 당도선별을 실시했다. 소비자 만족은 물론, 철저한 품질관리와 안전한 유통확대로 이어진다.



담당 지도사에게 듣는다 -논산시농업기술센터 김 종 원 지도사


비파괴당도선별에 칼라수박 출하까지 발전은 계속됩니다

논산시농업기술센터 김종원 지도사는 논산수박연구회의 시작부터 함께해 현재까지도 회원들의 입장에서 지도·연구 및 지원을 하고 있다.

김 지도사는 회원들의 생산기술 수준을 상향평준화 하기 위해 밤늦은 시간까지 농가들과 기술토론 하기를 수차례, 현장에도 농가가 도움을 요청하기에 앞서 찾아가 개선해야할 부분과 개발되어야 할 기술을 이끌어냈다. 또한 회원들이 생산에만 전념하면서도 신뢰감을 갖고 출하할 수 있도록 수박 공동선별·공동정산제를 개발해 연구회의 생산기술과 출하고민을 동시에 해결했다. 물론 농가소득이 향상됐고 회원들의 더 많은 지지가 뒤따랐다.

“논산수박을 살리자는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결성된 연구회였기 때문에 농가들의 의지와 노력이 대단했다”면서 “봄·여름 생산·출하가 한창일 때는 눈코뜰새 없이 바쁜 시기임에도 빠짐없이 회의에 참석해, 밤늦은 시간까지 기술과 정보를 공유했다. 여기서부터 시작되어 오늘날의 논산수박이 만들어진 것” 이라며 회원들의 열의를 응원했다.

회원들의 수익증대에 힘을 더하기 위해 김지도사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앞서 읽고 친환경인증을 위한 농가인식 전환과 관련 기술지도등을 통해 지난 2005년 전체농가 중 70%이상이 친환경인증을 받도록 해 고품질화를 적극 도왔다.

김지도사의 아이디어와 차별화 전략의 백미는 단연 규격 출하시스템의 도입이었다.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팔랫출하를 통해 가락시장 내에서 논산수박의 인지도를 단번에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농가들이 그간 밭떼기로 수박을 판매해 유통인에 좌우되고 소득도 불안정했던 것을 공동출하로 전환토록 했다.

지난 5년간의 규격생산·출하와 아울러, 올해에는 농가 노동력 절감을 위해 100여 농가에 관비시스템을 보급, 고품질 수박생산을 위한 현장 중심의 지도활동도 전개했다.

2001년부터 전국 최초로 기존의 수박유통방법을 개선한 우든칼라 및 파렛트를 이용해 엄격한 공동선별을 시도한 논산수박은 현재 수확시기에 일조량이 풍부해 당도와 맛이 뛰어나 무엇보다 소비자의 주문이 쇄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생산환경 개선과 출하·유통시스템의 획기적인 개혁에 이은 다음 목표로 김지도사는 기본으로 돌아가 품종차별화을 생각하고 있다. 김지도사는 “씨없고 당도 높은 수박재배 확대를 위해, 올해 시험재배에 성공한 씨없는 4가지 품종의 컬러수박을 내년도 더욱 늘려나갈 계획” 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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