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별농업인연모임의 맏형. 평택배연구회를 설명하는데 이말 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을 듯하다. 지난 94년 평택시의 정예 배농가 50명이 참여해 결성된 평택배연구회는 올해로 13년째를 맞고 있다. 91년 태동기까지 합하면 무려 16년째다. 그 오랜 기간 동안 평택배연구회가 걸어온 길은 국내 품목별농업인연구모임이 발전해 온 과정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현연구회의 산파역할을 했던 평택시농업기술센터 염학수 현과장이 타 배주산지의 배가 평택배의 명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 평택배의 명성을 되살리기 위해 지역의 정예 배농가와 함께 결성했다.

평택배연구회가 결성될 당시 연구회의 모토는 ‘최고품질의 평택배 생산을 위한 기술개발’이었다. 그 전통은 아직까지 변하지 않았다.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품은 시장에서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



◆ 현장애로 기술 자체 해결, 이제는 친환경재배기술 완성을 향해
“우리 연구회의 회원들은 모두 자기가 개발한 기술 하나씩은 보유하고 있습니다. 워낙 배재배 분야의 베테랑들이다 보니 수십년 동안 몸으로 익혔던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회 교육이 더해져 훌륭한 기술들이 탄생한 겁니다” 현재 평택배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최윤식 회장의 말이다.

당도 12~13°Bx로 가락시장 톱3내에 항상 포함되는 신현성 감사, 배전용 봉지를 개발한 회원, 까치 퇴치법을 개발한 회원, 초생재배를 배 포장에 적용한 회원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회원들의 기술적인 자부심도 그만큼 컸다. 배재배 기술만큼은 전국 어디와 경쟁하더라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연구회원들이 개발한 기술들을 중심으로 자체적으로 기술지를 만들 정도.

최윤식 회장은 “이제는 이마트나 GS백화점 등 주요 바이어들이 무농약, 저농약으로 재배된 배는 두말없이 구매해 간다”면서 “평택배연구회도 이러한 시장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따라서 최회장은 연구회 기술개발 활동의 최우선 과제로 새로운 친환경 배 재배기술의 개발과 정착에 두고 있다.

배 재배 수준이 최고에 오른 회원들이라 기술습득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문제는 이러한 친환경재배가 체계적으로 유통과 연결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최회장은 이와 관련해 “앞으로 GAP 인증 등 통합된 친환경 농산물제도에 발 맞춰 포장환경, 시설, 투입자재, 재배기술을 여하히 잘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라면서 “평택시농업기술센터와 연구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한경대 친환경농축산물 GAP 인증센터, 평택과수연합회 등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형성해 소비자들의 요구도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고 이를 실현시킬 것”이라고 했다.

최회장은 특히 현재 진행되고 있는 평택배 명품화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도 평택배의 친환경재배 체계를 하루빨리 완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택배연구회는 배 친환경재배 체계 구축을 위해 크게 4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실천에 옮기고 있다.
그 첫 번째가 환경조절적 방제다.

포장 내외에 병해충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사전에 제거하거나 정비하는 것이다. 병해충에 이병된 과실은 신속하게 제거해 매몰하고 병해충 피해가지는 소각한다. 특히 병해충의 월동처가 될 수 있는 낙엽을 소각하고 해충이 잔존할 수 있는 봉지도 빠짐없이 수거해 소각한다. 과수원 주변의 수로정비와 병해충의 기주식물을 제거하는 등 주변환경의 위생상태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두 번째는 경종적 방제법이다.
최회장이 생각하는 친환경재배의 기본은 초생재배다. 언뜻 생각하기에 초생재배를 함으로써 해충의 서식처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최회장의 설명은 다르다.

어차피 해충을 근본적으로 모두 제거하지 못할 바에는 초생재배로 해충의 살 곳을 만들고 충분한 먹이를 제공해 줌으로써 배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평택배연구회원들은 초생재배로 상당한 친환경재배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 특히 초생재배를 할 경우 땅이 부드러워지고 이를 베어 퇴비로 사용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설명이다.

또 한가지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유기액비의 사용이다. 유기액비는 골분, 어분, 혈분, 깻묵 등의 유기물과 영양성분 그리고 미생물을 혼합해 숙성시키거나 발효시켜 만든다.
따라서 유기액비는 화학비료의 사용을 줄여주는 동시에 농약사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유기액비의 제조방법도 현재 회원중 한사람이자 초대회장인 하상권 회원이 개발해 낸 것이다.

배나무의 갱신을 통해 근본적으로 병해저항성을 높여주는 방법도 있다. 병해에 저항성이 높은 품종으로 고접을 하는 것인데 수황배와 감천배 등에서 주로 이용한다.
최근에는 평택시농업기술센터로부터 지원받은 조피기가 친환경재배의 효자농자재로 회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배나무 조피기는 고압의 물 분사로 배나무의 껍질을 벗겨내는 방법인데 주로 월동중인 깍지벌레 등 해충을 방제할 때 사용한다. 매년 2월경 기계유유제 살포전에 실시하는 해충방제에 상당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평택배연구회는 친환경재배 체계를 효과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2003년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우수농업인연구모임으로 선정되어 받은 시상금 5,000만원을 활용해 매생물액비발효기와 조피기를 구입, 전회원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조피기는 회원 3~5명을 한조로 나눠 총 10조에 조피기 1대씩을 보급했다.

친환경재배를 위한 세 번째 방법은 생물학적 방제다. 성페로몬을 이용해 해충의 성교란 및 유인효과를 얻고 있으며 천적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천적으로 하여금 해충을 포식하게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꼬마배나무이와 같은 해충은 풀잡자리, 무당벌레, 애꽃노린재 등을 이용하고 점박이 응애 등 응애류는 긴털이리응애로 방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약제방제다. 약제방제를 최소화하려면 먼저 예찰이 잘 이뤄져야 한다. 병해충이 이미 발생해 전성기일 때에는 그만큼 많은 농약을 살포해야 한다. 따라서 세밀한 예찰을 통해 병해충의 세력이 가장 약할 때 적용농약으로 적량 살포하는 것이 최선이다.
평택배연구회는 이러한 일련의 친환경재배 교육을 통해 친환경인증과 GAP 인증 획득을 늘려가고 있다.

◆연구회 자체 기술지 제작, 산학관연 합동 교육프로그램 운영
평택배연구회가 기술에 강한 이유는 회원 개개인의 능력과 그 능력의 이론적 학술적 뒷받침을 해주는 농업기술센터, 대학, 연구소 등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체제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매월 정기연구회와 세미나 등 교육에 연구회원들과 참석해 교육을 하거나 현장애로사항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체계가 되어 있다.

이러한 일련의 연구회 활동들을 모두 연구회 자체 회지에 모두 담아 발간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회지를 발간하면서 한해 동안의 연구회원들이 개발하고 해결한 애로기술을 평가, 공유하면서 기술수준을 높여가고 활동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이처럼 체계적인 연구회 활동으로 쌓은 노하우는 고스란히 명품 평택 배 생산으로 녹아들어가고 배의 해외수출도 가능하게 했다. 현재 평택배연구회는 미국에 연 600~700톤을 수출하고 있다. 1년 전에 미리 계약을 하는 방식으로 수출되는데 지난해의 경우 5kg 박스당 9,000원, 15kg 2만 7,000원에 수출했다. 수출은 농가수익 제고에 도움이 되는 것 이외에도 내수 물량조절 역할까지 하기 때문에, 매년 생산량의 약 10%는 수출로 돌려야 한다`고 최회장은 말한다.

연구회가 결성된지 지난 13년간 우직하게 기술개발의 길을 걸어 온 평택배연구회. “기술개발에 의한 품질향상 없는 유통은 사상누각”이라는 최회장. 품목별연구모임의 맏형답게 기본에 충실한 길을 걸어가는 평택배연구회의 품세가 당당하고 진중하다.


◇성공 포인트

1.기술이 품질이고 품질이 돈이다.
정예 농가들로 구성된 13년 연륜의 연구회가 기술이 곧 돈이라고 한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 유통에 뛰어들었다가 오히려 이미지만 구기는 경우가 많은 것을 감안한다면 가장 확실한 성공 무기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2. 센터의 명품화 사업과의 연계
평택시농업기술센터의 평택배 명품화 사업단의 기수로서 배연구회가 적극 참여하고 있다. 연구회 활동지원에 센터가 적극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이며 연구회원들도 더 뚜렷한 목표의식을 얻었다. 의욕과 지원이 조화된다면 성공하지 않을 수 없다.

3. 연구회원, 기술센터, 대학, 연구소 등 회원과 전문가의 협력관계
회원의 경험과 독창성으로 개발한 기술을 대학교수와 연구원이 이론적 근거를 마련, 완전한 기술로 만든다. 이를 다시 재교육시킴으로써 학습효과와 현장적응 효과가 배가된다.

4.수출로 내수가격 안정화에 기여
미국과 대만으로의 수출효과외에도 수출배를 생산함으로써 까다로운 품질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회원들의 노력이 자연스럽게 배가된다. 이러한 노력은 고스란히 내수시장 개척으로 이어진다. 내수가격안정이라는 수출 원래목적보다 내적 품질향상의 효과가 더 크다.


◇잠재성장 요인

1.어떤 기술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자신감
베테랑 회원들이라고 자기 기술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회원 개개인의 노하우를 십분 활용, 더 빨리 익히고 내것화하는 능력을 가졌다. 내 기술만이 전부라는 자만심이 아니라 ‘내 기술위에 다른 기술도 접목해 보자’라는 자신감. 이것이 미래 자산이다.

2.연구회 자율로 만들어 지는 회지
‘같은 품목을 재배하는 농업인들끼리 정보를 교환하고 연구하는 순수 생산자 단체’라는 품목별연구모임의 원 취지를 가장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학회수준에서나 나올 법한 연구회지가 발행된다는 것은 그 발전의 끝이 어디인지 모를 만큼 기초가 탄탄하다는 방증이다.

3.거대한 수도권 시장
수도권에서 지하철로 40분 남짓. 수도권의 관문 평택. 시장이 가까이 있다는 것은 어떤 경쟁력 요소보다 더 강력하다.
게다가 평택배 명품 사업으로 특화된 품질과 마케팅으로 승부한다면, 벌써 절반의 성공은 이뤄놓은 것이나 마찮가지다.


◇담당 지도사에게 듣는다

탄탄한 기술 기반으로 평택배 명품화 이룬다

“도시화로 인해 배 재배면적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지만 배주산지 명성을 살려 명품화 전략으로 간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94년부터 과수업무를 맡으면서 평택배연구회를 지도해 온 조현욱 담당. 그는 거대 시장을 확보하고 있는 평택이 품질 높은 배만 생산해 낸다면 여타지역보다 더 경쟁력이 있다면서 평택배연구회도 이러한 맥락에서 결성되었으며 현재까지 평택배 명품화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평택배연구회의 강점을 두가지로 압축했다.
첫 번째는 풍부한 경험과 높은 기술. 두 번째는 연구회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대학, 연구소 등 전문가 집단.

경험과 자체의 연구 결과로 편찬되는 기술회지는 99년부터 꾸준히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 회지는 그 자체로 세미나의 자료로 사용될 만큼 독창성이 뛰어나다. 연구회원간의 정보공유 수단은 물론 회원들간의 단단한 매개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는 것이 조현욱 담당의 설명이다. 일례로 배의 색 개선을 위해 고안한 배봉지의 경우 과학적인 테이터로 그 효과를 검증해 연구회는 물론 전국적으로 베치마킹 대상이 될 만큼 파급효과가 컸다.

또 한가지 장점은 회원들의 자체연구결과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해 주고 있는 전문가집단의 존재다. 최근 당면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GAP 인증도 이들과 협력하에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센터는 이들을 연결시켜주는 고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현장애로기술을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센터에서는 올해 연구회원을 대상으로 해충 페르몬트랩을 지원하는 등 친환경 배 생산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평택시농업기술센터는 평택배의 소비확대를 위해 매년 배꽃축제와 배 시식회를 개최, 평택배의 홍보에 노력하고 있다. 또한 원자력연구소와 함께 배식초 공장을 평택에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배 명산지인 평택을 배의 도시로 상징화시키는 효과까지 고려한 계획이다.

조현욱 담당은 “공동선별출하와 특정 소비처를 집중 공략하기 위해 올해 배 공동브랜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유통에 뛰어들어 이미지만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차근차근 견실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포장지에 배가 아닌 양심을 담아라” 조현욱 담당과 염학수 과장의 지론이다. 오랫동안 배연구회와 함께한 베테랑 지도공무원의 노련함이 배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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