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방문하기로 약속한 박종필(43세, 농업)씨와 베트남 부인 누엔 티 탐(24세)씨 댁에 도착한 시간은 약속보다 조금 늦은 저녁 7시.
박씨가 살고 있는 곳은 바로 충북에서 사과로 유명한 충주였다. 이번 취재는 박씨의 결혼을 성혼시킨 세계항공 한익환 대표와 함께 동행했다.

지금껏 결혼 이민여성 농촌정착 성공사례를 취재하기 위해 한익환 대표와 함께 동행해오고 있지만 이번에는 한 대표가 유독 박씨 부부에 대한 설명이 조심스럽다. 이유가 바로 박씨의 신체적인 결함 때문이란 것.
특히 취재 전날까지 인터뷰를 약속했던 박씨 대신 어머니 김옥금(73세)씨가 취재하지 않았으면 했다고 한 대표는 말했다.

한 대표와 함께 도착한 곳은 바로 충주 남산 밑에 자리잡은 아파트. 주소지가 충주시 용산동이다.
박씨 부부가 사는 아파트는 그다지 크지 않은 17평이었다. 아파트임에도 집 찾기가 어려웠고 깜깜한 저녁이라 박씨가 직접 나와 우리를 반겼다.

집 문턱을 들어서자 부엌에 부인인 듯 젊은 베트남 부인 탐이 우리를 반겼다. 그리고 어머니 김씨는 아직까지 며느리의 부엌일이 서툰지 직접 무엇인가를 하면서 분주하게 우리에게 인사했다.

아들의 천생배필을 연결해 준 세계항공 한 대표가 직접 찾아온다고 해서 그런지 매우 당황스러워했고 몇 시간 전 까지만해도 집에서의 인터뷰를 거절했던 김씨의 어색한 몸짓이 한눈에 들어왔다.

“뭘 준비하세요. 그냥 왔는데…” “밤도 늦었는데 그냥 가야죠. 준비하지 마세요”라고 한 대표가 전하자 어머니 김씨는 “준비한 것 없어요. 과일하고 커피한잔 하세요”라고 말을 이었다.
이때 어머니 김씨는 한 대표를 매우 불편해했다.

한 대표는 박씨의 부인 탐을 바라보며 “이쪽으로 오세요”, “잘 살수 있을까 노심초사했는데 잘 살아줘서 정말로 고맙다”고 첫마디를 내뱉었다.
그러자 어머니 김씨는 “왜 노심초사해요. 별 말씀을 다하시네…”하며 서운한 기색을 비친다.

한 대표는 “그래 모든 것은 다 지난일이고 이제 아기 낳고 살고 있으니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 대표는 남편 박씨에게 “너 갱신했지”라고 말하자 박씨는 “네. 했습니다”라고 건넸다.
또 한 대표가 “두번 째 갱신했지. 5월 이후에는 외무부에서 서류가 올거야”라고 말했다.

아마도 부인 탐의 한국에서의 국적에 관련된 얘기 같았다.
“탐, 한국에 오니깐 살기 좋아? 엄마가 잘해줘?”라고 한 대표가 물어보자 부인 탐은 “예. 좋아요”라며 시어머니인 김씨를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을 했다.

이때 남편 박씨는 “매일 혼나면서 배우는 거죠”라고 곧바로 말을 거들자 어머니 김씨도 “딸같이 생각하며 살림을 가르친다”라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남편 박씨와 어머니 김씨에게 들으라는 소리로 직접 부인 탐에게 “시어머니가 돌아가시면 네 남편하고 살아야 한다. 모든 것을 갖춰 놓고 살면 된다. 전에 내가 얘기한데로 하면 돼. 아기 많이 컸지. 얼굴 좀 보자“라고 말했다.

어머니 김씨는 한 대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며느리가 전에는 한국말을 못하고 알아 듣지도 못해 매우 힘들었다”고 밝히고 “이제는 말도 잘하고 말귀도 잘 알아 듣고 해서 며느리가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씨는 “일단 부지런하고 게으르지 않아 매우 좋다”고 흡족해했다.

한 대표는 탐을 바라보며 “며느리의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매우 착해요. 다른 애들하고 틀려요”라고 말하자 어머니 김씨는 “우리 아들도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안하고 착실해요. 누구들처럼 함부로 하지 않고 때리지도 않아요”라고 한 대표의 말을 받아쳤다.

그러나 김씨는 “며느리 성격이 ‘팽’하는 고집 때문에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나도 참고 며느리도 양보하고 해서 지금은 행복하다”고 언급했다.
부인 탐은 올해 24살이다. 지난해 2005년에 한국으로 시집온 지 올해로 3년차다.

어머니 김씨는 “며늘애가 성실해요. 때론 며느리에게 너 베트남에 가서 살래 라고 물어보면 아니라고 얘기할 때 우리가 너무 좋아했어요”라고 말했다.

또 김씨는 “여기 돈이 없나, 집이 없나, 부족한 게 없나”라고 말하며 “며느리 친정이 잘사는지 못하는지 잘 모르지만 이곳에 사는 것이 좋고 그러니 앞으로 행복하게 살았으면 한다. 지금껏 고생한 며느리가 마음을 잡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박씨에게 “결혼 후 무엇이 좋아?”라고 질문하자 박씨는 “마음이 일단 안정된다”고 강조했다.
박씨도 “열심히 살겠다.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절약하면서 살고 있다”며 말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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