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베트남 며느리 새집 지어주마”


전북 정읍시 영원면 은선리 탑리마을에서 복분자, 포도, 담배 등 5000여 평의 농사를 짓고 있는 권효일(41세, 농업) 씨는 지난 2005년 5월에 베트남 껀터시가 고향인 부인 레티 빗 뚜인(21세, 농업)씨와 국제결혼, 슬하에 70일된 아들 태현(1세)이를 낳고 행복한 농촌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국제결혼 동기에 대해 묻자 권 씨는 평소에 국제결혼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생각과 주위의 권유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권 씨는 “국제결혼을 잘한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보다 베트남 여성들이 부모님에 대한 예절이 매우 바르다”고 밝히고 “주위에서 외국 여성과 결혼한 남편들이 그들을 발길질 하고 노예처럼 부려먹는다는 얘기를 들을 때 마다 매우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또 권 씨는 “앞으로 외국여성들을 우리와 평등하게 대우해줘야 한다”며 “외국 여성들보다 못난 한국 남편이 되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권 씨의 집안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장마철 홍수로 아버지 권은경(67세, 농업) 씨가 수십 년간 가꿔온 복분자 2000여 평의 밭과 포도나무 1000주, 담배 건조장 5동(400여평)을 하루 아침에 잃어 버린 것.

권 씨는 “지난해 물난리로 복분자 농사를 망치고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어 아버지가 슬픔에 잠겨 있었다”며 “올해 복분자 농사가 매우 잘됐고 특히 지난해 교통사고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아버님의 병세도 최근 호전돼 기쁘다”고 강조했다.

권 씨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추석전날 친아버지인 권은경씨가 경운기를 몰고 농협에 다녀오는 길에 사료탑재 차와 추돌,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이때 권은경 씨는 정읍 인근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는데 당시 사람들은 그를 보고 죽은 목숨이라고 할 정도로 얼굴과 머리를 크게 다쳤다고 한다.

현재 권 씨의 아버지는 눈을 실명해 6급 장애인으로 판정받았다. 권 씨는 “눈이 잘 보이지 않고 얼굴이 온통 피투성이인 채 병원으로 아버지를 모셔야 했다”고 밝히고 “그런데 때 마침 부인 뚜인이 추석날 한국으로 입국, 미안하게도 아버지의 병간호를 했다”고 강조했다.

또 권 씨는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적응하기도 어려운데 시아버지의 간병인 역할을 해준 부인에게 고마운 마음뿐”이라며 “지금도 부인에 대해 아버지와 어머니의 칭찬이 대단하다”고 덧붙였다.

권 씨의 부인 뚜인은 지난해 9월 한국에 입국했을 때부터 한글 이름 이숙희로 불러지고 있다. 또한 베트남 국적에도 이숙희라는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다.

부인의 이름은 바로 권 씨의 고모부가 직접 지어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부인 이숙희씨는 한글 말솜씨가 대단하다. 이 씨는 한국으로 입국하기 전까지 권 씨의 결혼 비용 지원으로 베트남에서 한글 공부를 꾸준히 해왔다고 한다.

권 씨는 “지난해 5월 베트남에서 부인과 결혼했고 부인에게 한글 공부를 위해 학원비를 지원했다”며 “수개월동안 한글 공부를 사전에 했기 때문에 지금은 매우 놀라울 정도로 말을 잘한다”고 설명했다.

또 권 씨는 “한글공부를 시키기 위해 별도로 학원이나 한글공부방에 보내지 않고 있다. 처음에는 오이, 고추 등 농산물을 직접 보여주며 한글을 가르쳐줬다”며 “최근에는 방송에서 나오는 한글 자막도 또박또박 읽을 정도다. 생활에 별 어려움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부인 이 씨의 친정에 대한 권 씨의 사랑도 대단하다. 이 씨는 장모의 수술비로 약 350만원을 지원해준 것. 권 씨는 “장모님의 심장병 수술비용으로 돈을 보내준 것 뿐”이라며 “지금까지 부인과 살아보니 너무 고마워 사위로서 할 도리를 했을뿐”이라고 전했다.

권 씨의 아버지인 권은경씨는 “아들과 며느리, 손자를 위해 새집을 직접 만들어줄 계획”이라며 “지금 살고 있는 집도 본인이 직접 만든 것이다. 며느리를 위해 좋은 집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 권 씨의 어머니 문정자(65세, 농업)씨는 “며느리가 분가를 원하면 분가를 시켜줄 생각”이라며 “정읍에 나가 살던 어디에 살든 며느리를 위해 모든 것을 다해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또 어머니 문씨는 “어깨너머로 농사일이나 음식을 배워 우리가 놀랄 지경이다. 미운털이 하나도 없다”고 밝히고 “아들만 있는 집에 며느리가 들어와 너무 좋고 친딸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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