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신사년 뱀의 해가 가고 임오년 말의 해가 밝았다.

지난해 쌀값하락과 봄가뭄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고통스러운 한해를 보낸 농업인들은 뉴라운드 출범이라는 악재(?)로 올해도 힘든 농업여건 속에서 한해를 보내야만 할 것 같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 하지 않았던가.

임오년 벽두, 각자의 분야에서 우리농업의 밝은 희망을 가꿔가며, 새 출발선에서 힘찬 비상 을 다짐하는 4명의 말띠 농업인들로부터 신년 각오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강원도 정선군 남면 제일농장 전영석·염영주씨 부부

정선 아리랑의 고장, 고랭지 채소, 그리고 요즘 들어서는 강원랜드 카지노로 이름이 더 알려진 정선군.

이곳에 지난해 11월 결혼과 함께 고향으로 내려와 한우를 사육하며 부농의 꿈을 일구고 있는 젊은 농군 부부가 있다.

그 주인공은 강원도 정선군 남면 낙동리 113번지에서 한우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전영석·염영주씨 부부(사진)로 이들은 모두 1978년생 말띠 동갑내기 부부.

이들 부부는 지난해 한국농업전문대학교를 졸업하고 11월11일 농업인의 날 화촉을 밝혔다.

어린 나이(?)에 남들보다 일찍 결혼했지만 이들의 농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베테랑 농군 못지 않다.

남편 전영석씨의 몸에 밴 농심은 정선군 새마을지도자 회장인 아버지 전주영씨와 전국 농촌여성단체 중 하나인 생활개선중앙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는 어머니 김현숙씨로부터 자연스레 이어받은 것이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밭일과 한우농장 일들을 거들면서 전영석씨는 농업에 대한 애정과 부농의 꿈을 키워왔다. 친구들이 개울이며 산에서 뛰어놀 때 전씨는 배추를 뽑고 소의 배설물을 치우며 농업을 천직으로 삼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가업을 잇는다는 생각보다도 그냥 농업이 좋아서 대학도 한국농업전문대학교로 진학했고, 그곳에서 학생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던 중 홍보부장을 맡고 있던 지금의 아내인 염영주씨를 만나 1년5개월의 연애기간 끝에 졸업 후 바로 식을 올렸다.

결혼과 함께 부모로부터 한우농장의 경영권을 넘겨받은 전씨는 어려서부터 익혀온 사육기술에 학교에서 배운 이론과 실습, 일본연수 등을 통해 체득한 노하우로 농장경영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하다. 여기에다 든든한 동반자요 사업 동반자인 아내까지 얻었지만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도 앞선다고 전씨는 말한다.

현재 전영석씨의 농장에는 번식우 20마리가 주인의 따뜻한 배려(?)속에 무럭무럭 살찌고 있다. 소 20마리는 전씨가 농장을 처음 경영할 때 대졸자 임금에 해당하는 액수를 부모님께 요구해 부모님이 마련해준 것. 올해 말까지 100∼150두로 규모를 늘리게 되면 농장경영에 웬만큼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씨의 앞으로의 포부는 크지만 소박하다.

농장이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게 되면 학교에서 채소를 전공한 아내와 고랭지채소재배나, 주5일근무제로 관광객 수요가 늘어날 것을 예상해 억새풀로 유명한 민둥산을 활용한 그린투어리즘도 직접 시도해볼 요량이다.

전씨가 구상하고 있는 그린투어리즘은 요즘 정부나 각 기관에서 권하는 모델보다는 자체적인 프로그램을 마련, 남들과 차별화할 계획을 갖고 부모님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결혼 2월째를 맞고 있는 아내 염영주씨는 경남 창원에서 멀리 시집와 지금은 전적으로 남편의 농장일을 돕고 있다. 학창시절 당시 남편의 성실함과 자신감에 찬 모습에 반해 결혼했다는 염씨는 사랑한다는 말보다는 존경스럽다는 말로 남편을 치켜세운다.

염씨는 시집온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일이 힘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염영주씨는 가녀린 몸에도 불구하고 직접 모시고 있는 시할머니 뒷바라지에 남편 내조, 농장일까지 1인다역을 하고 있다.

“씨 뿌리고 때되면 수확하는 반복적인 농업인 아니라 항상 깨어있는 농업을 하고 싶습니다.

오로지 농사만 짓는 우물안 개구리가 아닌 현재의 어려운 농업난국을 헤쳐나갈 생각할 줄 아는 농업인이 돼야 합니다” 전영석씨의 농업관도 이처럼 뚜렷하다”저희 농장 이름이 제일농장입니다. 예전에 부모님이 처음 농장을 열 때는 돈을 제일 많이 벌고 제일 좋은 소를 생산할 계획으로 이처럼 농장 이름을 지었지만, 저는 제일 아름답고 행복한 농장을 만들겠다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이를 이루기 위해 아내와 함께 내실있는 농장운영으로 큰 욕심 안부리고 잘 살겠습니다”

“저도 남편 믿고 시집왔으니까 내조 잘해 함께 농장을 이끌어가겠습니다”젊다 못해 어려보이기까지 하는 이들 새내기 농군부부의 당찬 신년각오에서 우리 농업의 밝은 미래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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