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휩쓸고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는 광우병 공포가 이웃 일본에서 발생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젠 더 이상 강건너 불이 아니다. 광우병이 사람에게 전염돼 치명적인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은 우리나라가 광우병 안전지대라고 밝히고 있지만 최근들어 우리나라에서도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크로이츠펠트 야콥병 환자가 발생하고 있어 심리적인 불안감은 여전하다. [편집자 주]


광우병(BSE) 발생현황

광우병은 1986년에 영국에서 시작됐다. 지금까지 세계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국가와 지역은 유럽연합(EU) 15개국 중 영국 아일랜드 포르투칼 프랑스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등 12개국과 스위스 체코 슬로바키아 리히텐슈타인 등 비유럽연합국가, 일본 등 17곳으로, 약 20만두의 소가 감염된 것으로 조사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1년 11월 현재까지 사람에게 나타나는 vCJD 피해사례는 공식적으로 113명. 이 중 105명이 사망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영국인으로 18만1천5백두 이상의 소가 광우병에 감염됐으며, 사망자 중 101명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도 ‘빙산의 일각’이라는 데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영국은 지난 89년 소 내장 등의 식용을 금지한데 이어 96년에는 광우병과 vCJD과의 연관성을 발표하면서 광우병 감염원으로 추정되는 동물성 사료의 사용을 전면 금지했었다.

특히 유럽에서는 영국산 소고기 수입금지 등 조치를 취했으나 2000년 10월 프랑스, 독일에서도 광우병이 발견되면서 유럽 전역에 광우병 파동이 일어났다. 이어 지난해 9월 일본에서 광우병이 확인돼 광우병이 더 이상 ‘유럽만의 재앙’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우리는 안전한가

농림부는 “광우병이 발병할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고 광우병 관련전문가들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농림부는 광우병 발병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는 유럽산 육골분 사료가 수입된 적이 없고 지난 96년부터 2001년 10월까지 국내 소 3천867두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실시한 결과 모두 음성판정이 나와 광우병에 안전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은 96년 이후에도 유럽산 육골분 사료를 수입해왔고, 광우병 원인으로 추정되는 ‘면양 스크래피’가 이미 발생한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발생사례가 없다는 것이 농림부의 설명이다. 특히 농림부는 일본으로부터 육골분 등 사료원료는 수입된 적이 없어 일본을 통한 광우병 유입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광우병의 잠복기가 보통 5년정도 되고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었을 때 발생하는 vCJD의 잠복기도 7년에서 10년으로 알려져 있어 발생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

한홍율 서울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가 광우병에 안전한가의 여부는 유럽이나 일본에서 육골분을 수입해 사료로 이용하지 않았느냐에 따라 결정할 문제다”고 말했다. 육류소비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소에 대한 광우병 발생 우려보다 이로 인한 vCJD 피해 가능성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것.

물론 정확히 확인되고 있지는 않지만 국내 의학계에서는 “영국이 우리나라에 육골분 수출사실을 확인해줬으며, 2001년 6월에도 일본으로부터 851kg의 육골분이 수입된 사실이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 4월 일본산 우족 260톤, 소뼈 38톤, 소고기 2톤 등 300톤이 수입된 것으로 공식 확인된 바 있다.

농림부는 유럽 광우병 파동이 크게 일자 지난해 초 동물성 사료원료인 골분과 육골분을 지난 88년부터 2000년 11월말까지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은 미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일본 등 국가들로부터 1천992톤과 4만6천407톤을 수입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등에서 골분과 혈분 혈장 수입사실이 확인되자 125℃이상에서 완전멸균처리했기 때문에 안전하고 원료가 비싸기 때문에 사료로 이용하기 보다는 대부분 도자기 원료로 사용했다고 뒤늦게 해명했다.

한홍율 교수는 “정부발표가 사실이기를 바라지만 전후 사정을 보아 발표내용을 완전히 신뢰하기에는 어딘가 찜찜한 구석이 있다”고 말했다.


전파경로 및 대책

현재까지 알려진 전파경로는 동물성사료와 모자(母子) 수직감염 등 2가지가 유력하다.

그러나 영국 한 연구기관은 제3의 감염경로 가능성을 제기했다. 광우병 전염방지를 위해 ’96년 이전에 태어난 소를 모두 도축했으나 이후 태어난 송아지가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돼 확실하지 않지만 제3의 감염경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따라서 우리의 경우 농림부가 확인한 대로 광우병 위험인자가 없다고 하더라도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치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지난해까지 일본산 쇠고기 소뼈 우족이 수입된 점은 우리에게 불안요인이 아닐 수 없다. 만일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vCJD 환자가 발생한다면 수입쇠고기가 원인인지, 국내산 쇠고기가 원인인지 판단하기 힘들지 않겠는가. 정부는 지체없이 이들 제품의 유통경로를 추적하고 소비되지 않고 남아있는 물량을 수거, 폐기해야 한다.

정부는 도축장에서의 샘플링 검사, 국내발생시 방역프로그램 개발 추진, 공·항만 검역검색 강화, 육골분 등 동물성 사료나 남은음식물 사료 사용금지 등 광우병 유입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여기에 발생시 초기대응이 가능하도록 보상금, 신고포상금 지급 등 보상체계를 구체화하고 보다 적극적인 농가홍보가 필요하다고 본다. 일부이지만 농가들이 경영상, 그리고 지엽적인 시장경제 피해를 우려해 아직도 발생시 신고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 알려진대로 광우병은 사후발견 뿐이라고 방관하지 말고 도축 후 축산물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개체에서의 진단 및 검사방법을 개발, 조기에 제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여기에는 자금지원이 뒤따른다. 그러나 가축에만 국한된 다른 질병과는 달리 광우병은 먹이 사슬의 최상위에 사람이 있다는 점과 영국의 경우 광우병으로 수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입한 사실을 감안하면 결코 아깝지 않을 것이다.


광우병이란

의학적인 공식명칭이 소해면상뇌증(BSE)인 광우병은 소에 발생하는 치명적인 전염성 질환이다. 광우병은 ‘프리온’이라는 단백질의 변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뇌에 스펀지 모양의 구멍들을 나타내는 현상을 보인다.

광우병에 걸린 소는 방향감각을 잃고 제대로 서지를 못하고 경련 등을 일으키다 폐사하게 된다. 확실하지 않지만 ‘스크래피’에 감염된 양의 내장 등 부산물을 소의 사료로 이용하면서 발생한 것을 추정되고 있다.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를 먹은 사람에게 나타나는 광우병과 비슷한 증세를 가리켜 ‘변형 크로이트펠트 야콥병(vCJD)’이라고 한다.

vCJD 환자는 치매증세와 함께 방향감각을 잃어 정상적으로 걷지 못하고 이른바 ‘틱장애’ ‘몸떨림’ ‘경련’ 등이 나타난다.

CJD는 대개 50∼60대에서 발생하고 잠복기가 매우 긴 반면 vCJD는 잠복기가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두 질병은 모두 일단 발병하면 3개월에서 1년안에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광우병 또다른 불똥…남은 음식물 사료화

광우병 파동으로 유럽이 들썩일 때 농촌진흥청 축산기술연구소는 2000년 11월까지 소에 대한 남은음식물사료 급여효과를 시험한 사실이 알려져 ‘어처구니 없는 시험’이라는 여론의 비난을 받았었다.

이 시험연구는 IMF 위기 당시 사료값 폭등으로 축산농가 부담 경감을 위해 남은음식물의 재활용 차원서 실시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 사료를 소에 먹여도 아무런 문제는 없었으나 일말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남은음식물사료를 소에 급여하지 못하도록 축산법을 개정했다. 현재 남은음식물사료는 소 등 반추가축을 제외한 돼지 닭 등 단위동물에만 사용이 가능하고, 이에 대한 연구는 이 사료의 효용보다는 사료화 이용 시스템에 국한된 연구만 수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단미사료협회를 위시한 관련 전문가들은 남은음식물사료의 광우병 안전성을 우려하는데 부정하지는 않지만 OIE의 권고사항을 여론이 지나치게 침소봉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건국대 정승헌 교수는 “남은음식물사료에 대한 막연한 추측이나 개연성만 가지고 사실을 확대하면 오히려 축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지나친 우려보다는 사실 확인을 위한 규명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오히려 “예방 차원에서 우리의 남은음식물사료와 외국의 것을 비교·분석하고, 광우병과는 어느 정도의 상관관계가 있는지 등 철저한 사후관리를 통한 기초연구를 강화하는 것이 국익과 축산업 발전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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