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한 아이디어를 접목한 벤처농업이 하나 둘씩 등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장개방으로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는 국내농업의 살길은 ‘벤처농업’이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메아리 치고 있다.

한국농업의 어려운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최근 부상하고 있는 우리 벤처농업의 현주소와 해결과제와 전문가 의견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벤처농업…잠재력 충분

<사진1>2000년 8월 중소기업청에 등록된 벤처기업 760여개 중 농업관련분야 벤처기업은 2.1%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매출액, 수출증가율 등 경영성과에서는 타 산업 벤처기업에 못지 않은 성장잠재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업종별로 보면 농기계 및 자재분야가 52% 유통분야가 35%정도로 나타났으며, 중소기업청의 벤처기업 성립요건 분류에 의하면 특허기술분야가 각각 63개소로 비중이 가장 높은 반면 벤처 케피탈투자기업은 13개소에 지나지 않아 창업투자회사 등 벤처캐피탈의 관심이 매우 낮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위험성 상존
독창성·홍보·판매망등 해결돼야

벤처농업은 아직 많은 한계를 안고 있다. 우선 벤처농업 고유의 성격상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다.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새로운 작물이나 아이템을 가지고 신규시장에 도전해야 함으로 실패할 확률이 높고, 판매에 많은 어려움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 또한 대부분 가족농 또는 작목반이나 영농조합 형태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고, 일반인의 투자유치 또는 코스닥 등록 추진시 주식회사로 전환하거나 신규설립을 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자본유치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벤처농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몇가지 있다.

첫째, 독창적이고 실용적인 아이디어 개발이다.

아이디어가 고갈돼 버리면 벤처농업으로서의 가치는 상실되고 만다. 농업인들은 아이디어와 창의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능성 농산물의 개발 및 틈새시장 공략에 주력해야 한다.

또한 농업인의 아이디어가 실용화되도록 정부, 농업관련 기관 및 단체의 연구개발 및 기술지원이 더욱 강화돼야 하고, 벤처농업관련 R&D, 농업벤처캐피탈의 확대 조성 등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있어야 한다.

둘째, 효과적인 홍보전략의 추진이다.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큰 자금을 들이지 않고 자신의 농산물을 기사화하는 것이다. 일단 기사화되면 자신의 제품에 대한 사회적 공신력도 높일 수 있고, 추가적인 홍보를 위한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각종 언론매체에 자신의 제품과 관련된 각종 자료들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도 매우 좋은 홍보방법이다.

또한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하거나 각종 전자 쇼핑몰에 자신의 제품이 소개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

셋째, 안정적인 판매망 구축이다.

일선 현장에서 주목받았던 신선한 아이디어들과 획기적인 신제품들이 결국 안정적인 판매망을 확보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현대의 유통체계는 대형유통업체의 프랜차이즈 영업이 주류를 이루므로 벤처농업의 제품도 일단은 이 주류유통에 편승해야만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또한 국내판매보다는 해외시장을 겨냥하는 제품을 생산 및 가공해 판매망을 넓힐 필요도 있다.

넷째, 자본조달과 코스닥 등록이다.

아이디어와 신기술이 사업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자본창출이 급선무이다. 자기자본이 없는 한 타인자본에 의존해야 하는데, 대출 등에 의한 차입경영은 금리부담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창업투자회사 등 벤처캐피탈을 끌어들이거나, 주식시장을 통한 직접조달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벤처농업도 가족농이나 영농조합 형태 등을 벗어나 주식회사 형태로 전환하는 전략을 장기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또한 코스닥시장에 진입해 직접자본을 조달하는 것도 벤처농업의 경영안정을 위해 장기적으로 추구해야 할 과제이다. 코스닥에 등록되면 기업 및 주주의 주식양도, 배당소득 등에 세제혜택이 주어줄 뿐만 아니라, 신주 및 사채발행 등을 통해 자금조달이 원활해지는 효과가 있다. 또한 기업의 공신력 향상, 해외진출, 합작투자 등의 사업확장을 위한 여건조성이 한층 유리해진다.



벤처농업의 요람 ‘한국벤처농업대학’

<사진4>농업인들에게 경영과 마케팅능력을 키워주는 한국벤처농업대학이 지난해 4월 충남 금산군 제원면 한 폐교(옛 금강초등학교)에 설립됐다.

폐교는 한국농업의 현주소를 반영하는 의미와 미국의 실리콘벨리가 허름한 창고에서 시작했듯이 새로운 농업개혁의 신호탄의 의미를 담고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민승규 박사의 주도로 만들어져 농업인 학생들의 등록금만으로 운영되는 이 대학은 대학교수, 벤처농기업대표, 마케팅 경영전문가 등 각계각층의 주요인사들이 강사로 초빙돼 벼랑 끝에 선 한국농업의 활로를 벤처농업에서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이 곳에서 만난 농업인들은 정보교환은 물론 공동으로 판로를 개척해 나서는 일도 있다. 한 예로 이 대학의 동창생인 장생도라지 이용춘씨와 인삼초콜릿을 개발한 이종태(38)씨, 이온쌀을 생산하는 풍년농산의 나준순(47)씨는 이들 3개회사 제품을 패키지 상품으로 만들어 공동 브랜드를 ‘세컨드(Second)’로 정하고 판매하기로 합의했다.

이 대학에 정식회원으로 입학하려면 올 4월 학생 모집때 등록하면 된다. 비회원은 수시로 한국농업벤처포럼(www.vaf21.com, 02-3785-1808)을 통해 지원,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이제는 소프트웨어다”

<사진3>민 승 규 박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농업의 벤처개념은

머지않아 농업에도 시장경제원리가 적용돼 시장법이 지배하는 체계로 바뀌어 갈 것이다. 따라서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농업의 전환이 필요하며 이러한 전환의 싹이 벤처라고 본다.

지난해 WTO에 가입한 중국의 거대시장은 우리 벤처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에 충분하며 이러한 거대시장은 우리나라 관행농업의 변화를 촉구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농업은 토지, 노동, 자본 등 인적 물적요소의 확대에 치중하는 관행농업에서 정보, 아이디어, 서비스, 경영전략, 창의력 등에 기초한 지식농업에 주력해 경쟁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벤처농업은 이러한 과제를 한마디로 압축한 개념이다.


한국 벤처농업의 나아갈 방향은

농업 벤처의 의미는 정부의존형 농업을 탈피하겠다는 농업인의 자각과 경영전략, 마케팅기법 등의 수혈과 개개인의 아이디어 즉 창의력이 접목된 벤처정신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러한 벤처정신을 인식한 가운데 많은 성공사례가 등장하고 여기에 연예계나 스포츠계의 스타와 같은 농업계의 스타나 나오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벤치마킹이 이루어져 성공사례가 확산되면 자연적으로 농업의 가치가 상승하고 농업인의 몸값이 올라가게 된다.

이때 비로써 정부의 정책적 인프라가 구축 지원된다면 튼튼하고 새로운 농업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다.


벤처농업포럼과 대학의 취지와 장점은

벤처농업포럼, 벤처농업대학은 우리나라 농업인에게 마케팅과 경영전략,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는 지식을 습득토록 함으로서 벤처농업의 싹을 틔우는데 좋은 방향타가 되고 있다.

사이버상의 한국벤처농업포럼의 목적은 온라인상의 각종 정보공유에 있다. 이 포럼은 벤처농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 상호 협력을 통해 한국농업의 가능성을 찾기 위한 만남의 장이다.

특히 이 포럼은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개인의 창의력과 아이디어가 중요시되는 농업을 지향하는 분들에게 on line을 이용해 최신 경영, 마케팅, 사업전략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를 벤처농업대학인 off line에서 농업인들에게 교육하고 성공사례들을 공유해 농업인 스스로가 자기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벤처농업대학은 강사로 초빙된 각계 각층의 지식인들이 지식공유를 통한 봉사활동을 원하며 벤처농업의 확산에 기여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것은 농촌봉사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며 이들을 통한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주목할 것은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인 이들은 강의후 농업의 팬이 돼 농업홍보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

강사로 초빙된 한 변리사는 사이버상에 농업팬클럽을 구성해 농업을 홍보하고 있으며 서강대 경영학과 노부호 교수는 벤처농업을 널리 알리기 위한 논문을 써야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벤처농업을 준비하는 농업인에게 한말씀

이제 농업에도 비즈니스 개념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

농업에 새로운 지식과 경영전략 마케팅 등이 접목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 무궁무진하나 사업화 돼지 못하고 사장되어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제라도 벤처정신에 눈을 돌려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야 할 것이다. 또한 농업인들은 농업을 보다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희망과 꿈이 있는 지식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스스로의 자각과 의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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