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의 첫 다자간 협정으로서 ‘도하 개발 의제’가 출범했다. 21세기 새로운 세계무역질서의 틀이 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우리나라 농업분야의 피해는 그 규모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크다. 이번 WTO 제4차 각료회의는 농업을 비롯해 서비스, 지적재산권, 투자 및 경쟁정책, 무역과 환경, WTO규범 등을 폭넓게 다뤘다. 농업분야를 따로 살펴, 그 내용과 배경, 한국농업의 갈 길을 전망해본다. [편집부]


■ 선언문 내용

<시장접근의 실질적 개선, 수출보조의 단계적 폐지, 국내보조의 실질적 감축이 3대 협상분야별 협상목표이다. 개발도상국 우대는 양허표 작성 및 규범협상에서 구체적으로 반영되도록 할 것이며 비교역적 관심사항(NTC)이 협상의 고려사항임을 확인한다.>
한국은 시장접근과 국내보조 항목에서 ‘실질적(Substantial)’이라는 용어를 빼거나 이 용어를 사용하더라도 ‘점진적’이라는 용어를 끼워 넣으려 했으나 끝내 무산됐다. ‘실질적’이라는 말이 일으킬 파장은 매우 크다. 한국 등 수입국가들이 ‘점진적’이라는 용어를 쓰려 했던 데서 알 수 있듯이, ‘실질적’이라는 표현은 농산물 시장개방과 국내보조금 삭감이 대폭적임을 예고한다.

농산물 수입국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 선언문 채택 막판에 <’실질적, 단계적 감축’ 등의 표현이 결과를 예단해서는 안 된다.>는 문구를 추가했지만 이 문구의 힘은 극히 작을 듯하다.


■ 의미와 전망

이번 농업부문 각료선언문에서 시장접근 분야의 ‘실질적인 개선’과 국내보조 분야의 ‘실질적인 감축’을 합의함에 따라 많은 부분의 관세 감축과 국내보조금 삭감이 불가피하지만 농산물 시장개방의 폭이 당장 확대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제네바, 도하에서의 논의와 의제 출범이 ‘몸풀기’였다면 앞으로 이뤄지는 뉴라운드협상이 바로 본격적인 ‘힘 겨루기’라고 할 수 있다.

뉴라운드 협상일정에 따라 앞으로 벌어질 분야별 세부협상 결과가 실질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선언문이 환경보호와 식량안보 등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을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관세감축과 국내보조 삭감에 대한 세부협상에서 우리 입장을 반영할 여지가 남아 있다.
WTO는 이번 각료선언문 채택에 따라 전체적인 협상을 총괄하는 무역협상위원회(TNC) 첫 회의를 내년 1월말까지 열고 향후 구체적인 협상일정을 잡을 예정이다. 협상시한을 2005년 1월 1일 이전까지, 기간을 3년으로 정했지만 우루과이라운드(UR)가 4년을 목표로 했다가 7년 7개월 가량 걸린 점을 감안하면 협상이 2004년 말에 끝난다고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2003년 말께에 열릴 제5차 각료회의 때 시장개방 이행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결정함에 따라 2004년 쌀 협상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쌀 개방문제는 관세화 원칙을 수용할 경우 큰 폭의 개방이 불가피한 데다 관세화 유예를 다시 연장하더라도 이에 따른 이해 관계국에 별도의 보상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 쌀산업에 심각한 타격이 될 전망이다.

향후 협상에서 ‘실질적’ 개선의 내용과 감축의 폭, 비교역적 기능의 반영방법 등을 놓고 다자간, 협상국간 힘 겨루기가 계속 될 전망이며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지 여부도 관심사라 할 수 있다.


■ 직불제 등 소득보전책 빨리 마련해야

WTO 뉴라운드가 출범함에 따라 우리나라 농업은 시장개방 확대 ‘회오리’에 빨려들고 있다.

3대 협상분야인 시장접근, 수출보조, 국내보조 가운데 우리에게 직접 영향을 주는 분야는 시장접근과 국내보조라 할 수 있다.

특히 시장접근 분야는 향후 세부협상에서 관세 감축의 비율과 폭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매우 다른 결과를 낳을 것이며, 전체적으로 고율관세 품목이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이미 새 무역체제가 출범한 만큼, 농업분야의 내부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대책을 강구하는 등 효율적인 정책을 내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농협중앙회 최찬호 박사는 “선진국처럼 세계무역기구가 허용하고 있는 소득보전 직접지불제도, 환경농업 직접지불제도 등을 확대, 도입하고 이를 빨리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쌀과 관련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동규 연구위원은 “카타르 도하 회의에서는 협상의 원칙만 제시한 것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면서 “2004년 협상 이전까지 쌀의 국제적인 가격경쟁력을 높여 관세화가 되더라도 최소한의 물량만 수입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라운드 출범 경과 및 협상예정 일지>

▲98년 5월(제네바)=제2차 WTO 각료회의(뉴라운드 협상 준비작업 추진 결정)
▲99년 11월(시애틀)=제3차 WTO 각료회의(회의 결렬)
▲2001년 11월 9일=제4차 WTO 각료회의 개막식(카타르 도하)
▲ 〃 10일=전체회의
▲ 〃 13일=수정초안 배포
▲ 〃 14일=4차초안 배포. 각료선언문 채택
▲2002년 1월까지=무역협상위원회 첫 회의
▲ 6월까지=서비스협상 상대국 개방요구안 제출 완료
▲2003년 3월까지=농업분야 협상기준 세부사항 합의
▲ 5월까지=분쟁해결 양해에 관한 협상 완료
▲2003년 하반기=제5차 각료회의까지 농업분야 개방양허안 제출
▲2005년 1월초까지=농업 등 모든 분야 협상 완료
▲2005년=각료회의 특별회의 및 각국 비준 절차 완료
▲2005년 또는 2006년=추가개방 이행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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