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인간복제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인간복제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한 '생명윤리기본법(안)'이 마련됐다.

과학기술부 생명윤리자문위원회가 지난 18일 발표한 '생명윤리기본법(안)'에 따르면 체세포핵이식에 의한 인간배아복제는 금지되지만 불임치료를 목적으로 체외수정에 의해 만들어진 '냉동 잉여배아'를 이용한 인간배아연구는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그러나 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체세포핵이식 등 방법에 의한 동물복제기술은 원칙적으로 인정하기로 해, 이를 이용한 가축의 개량과 생산성 및 품질향상, 형질전환에 의한 의약품 생산 등 연구활동은 계속할 수 있게 했다.

생명윤리자문위원회는 이번 시안을 "생명존엄성을 확보하면서 생명과학기술 발전을 돕자는 목적으로 만들었다"고 밝혔으나 이에 대한 연구 자체를 반대하는 종교계와 여성계와 순수 생명연구의 자율성을 주장하는 생명공학계의 생명윤리에 대한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생명공학계는 동물복제나 잉여배아에 의한 제한적인 연구를 허용한 것은 다행이지만 복제기술을 이용한 심장병, 치매환자 등 난치병 치료연구까지 금지한 것은 생명공학의 국제경쟁력 차원에서 문제가 많다고 우려하고 있다.

축산기술연구소 장원경 박사(생명공학연구팀장)는 "미국을 비롯한 생명공학 선진국들의 관심은 복제기술을 동물의 단순복제보다는 유전자 재조합기술을 이용한 인간 질병 치료제 생산에 더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일부의 지나친 우려가 자칫 생명공학기술의 퇴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복제 한우 10만3천마리 보급 계획

인간복제에 대한 생명윤리 논쟁이 거세지는 가운데 고부가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한 복제기술의 연구·개발 활동은 미국 영국 일본 등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99년 2월 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탄생시킨 체세포복제 젖소 '영롱이'를 시작으로 같은해 3월 복제 한우 '진이', 12월 축산기술연구소의 복제 한우 '새빛'까지 연이은 언론의 보도에 의해 복제기술은 이제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더구나 지난해 3월 한우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목표로 복제 한우 생산을 활성화시키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 축산기술연구소에 '가축복제연구센터'가 설립돼 능력이 우수한 복제 한우를 대량으로 농가에 보급됐다. 완전수입개방을 앞두고 값싼 수입육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품질 한우생산이라는 장기적인 포석으로 정부가 복제기술을 택한 것이다.

능력이 우수한 한우의 세포로 복제수정란을 대량으로 생산, 이식하면 그만큼의 고능력의 복제 한우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2008년까지 총 예산 2백33억원을 투입, 복제 한우 암소 10만3천여마리 보급을 목표로 '복제기술을 통한 우량한우 보급 계획'이 진행됐다. 일본의 복제 화우 보급계획과 함께 세계적인 규모다.

# 낮은 수태율 식품안전성 확보 시급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11월이후 현재 중단됐다. 국정감사에서 체세포복제소의 생산성과 식품안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사실 이전부터 복제된 수정란이 수태에서 분만까지 가는 확률이 낮고 사산율 또한 매우 높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긴 했었다.

실제로 축산기술연구소가 지난해 11월까지 농가에 보급한 체세포복제 수정란 838개 가운데 수태된 것은 9.2%인 77마리였다. 이 중에서도 지난 3월 10일까지 정상적으로 분만한 마리수는 1.3%인 11마리에 불과했고, 2마리는 사산돼 9마리만 살아남았다. 일반 한우의 수태율이 50%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대단히 낮은 수치다.

특히 특정 질병에 대한 취약성 여부나 식품으로서의 안전성 검증, 유통시 체세포복제소에 대한 상품표기 여부 등 '만일'에 대비한 확인작업 없이 농가보급을 서둘렀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돼 구체적인 안전성 검증 연구 후 사업을 추진키로 결정됐다.

축산기술연구소 관계자는 "체세포가 복제된 수정란 이식 마리수를 기준으로 5%의 생존율을 보이고 있어 외국에 비해 생존율이 높은 편이며, 복제소의 식품 안전성 문제도 이미 일본이나 선진국 연구결과 아직까지 별다른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복제할 대상을 육질·육량 면에서 전국 상위 500위 이내에 드는 고능력 한우를 선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농림부는 체세포복제소의 농가보급을 2∼3년후로 미루기로 하고, 보급된 복제 한우가 태어난 후 60일에서 90일령이 되면 시가보다 30% 정도 더 높은 가격으로 가능한 전량 수매할 방침이다. 농가가 원하지 않을 경우 각도 축산위생연구소에서 총괄해 관리, 보고토록 조치했다.

또 오는 2003년 이내에 생산성과 안전성 문제해결을 위해 축산기술연구소는 보다 안정적인 복제수정란 제조기술과 보존기술, 40%이상의 수태율 향상, 복제소에 알맞은 사양관리기술, 일반식품으로서 안전성 등에 대한 연구를, 수의과학검역원과 대학에서 식육, 우유 등 복제소 생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연구를 실시키로 했다.

# 형질전환 동물, 의약품으로 '업그레이드'

체세포 복제기술을 이용한 복제 젖소, 한우를 생산하는 것은 복제된 어미소의 능력을 똑같이 발현하는 쌍둥이 송아지를 만드는 것과 같다. 많은 선진국에서도 육종개량을 위해 체세포 복제수정란을 이용하고 있으며 우리의 경우 복제기술 이용목적은 더욱 절실하다.

축산기술연구소 장원경 박사는 "세계적으로 복제기술을 많이 이용하고 있는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단순히 우량한 능력을 가진 개체를 복제해 식육이나 우유를 생산하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 일본의 경우처럼 식량자급율이 낮고 수입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나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위해 복제기술을 이용하지 선진국은 이미 좋은 능력의 개체를 보유,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대대적인 복제동물 보급사업은 하지 않는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복제기술 개발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좋은 복제기술을 축적, 이용해 유전자 재조합기술과 연계, 궁극적으로 심장병, 치매, 대체 장기생산 등 난치병 치료나 인간의 생명연장을 위한 고부가가치의 기술 개발의 수단인 것이다.

예를 들면 조혈치료제 즉 빈혈치료제를 생산하는 살아있는 의약품 생산공장이라고 일컫는 '새롬이'가 가장 좋은 예이다. 장원경 박사가 개발한 이 기술은 사람의 조혈촉진인자인 에리트로포에틴(EPO)을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합성한 후 형질전환 시킨 돼지의 유선조직에서 발현, EPO 즉 빈혈치료제가 포함된 젖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의 개발로 연간 26억불 수준의 세계 빈혈치료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장원경 박사에 따르면 향후 1∼2가지 검증시험만 거치면 곧바로 실용화 할 수 있는 단계에 있으며, 기존 세포배양을 통해 생산된 빈혈치료제보다 효과가 좋아 상당한 가격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생명윤리법' 생명공학 육성 걸림돌

서울대 황우석 교수는 지난 3월 생명공학관련 교양강좌에서 "생명공학기술이란 산업적으로 유용한 생산물을 만들거나 생산공정을 개선할 목적으로 생물학적 시스템, 생체, 유전체 또는 그들로부터 유래되는 물질을 연구·활용하는 학문과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또 생명공학기술은 '지식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술'로서 약 6억원의 적은 투자와 창의력만 있으면, 이를 바탕으로 '인터페론'이라는 항암제 1g(5천달러)을 생산했을 때 같은 무게의 금 360배, 256MD의 14배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황교수는 대부분의 생명공학 과학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가축을 이용해 귀중한 의약품을 생산하거나 대체장기를 양산하는 것으로 사람의 유전자를 가진 돼지를 만들어 돼지의 심장이나 간장, 또는 신장을 사람에 이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복제기술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용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고 기술경쟁이 확산되면서 특허제도가 변질, 무력화돼 가고 있는 현실을 도외시한 일부 종교계와 여성계의 지나친 생명윤리 주장으로 어렵게 확보한 복제기술이 사장돼서는 안된다는 게 생명공학계의 주장이다.

특히 종교계가 주장하는 인간복제에 따른 부작용 가능성은 관리상의 엄격한 감시시스템하에서 연구를 검토하고 제한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므로 배아세포의 연구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범국가적차원의 생명공학 육성책이 집중 추진되는 가운데 예산투자에 앞서 생명공학 과학자들의 지적호기심과 창의력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이번에 마련중인 '생명윤리기본법'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축산연 장원경 박사는 "이번 법안에 따르면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백두산호랑이를 되살리기 위한 방법으로 서울대 황우석 교수의 이종간(異種間) 핵이식이라는 획기적이고 학문적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는 시도가 원천적으로 봉쇄된다"며 "지나치게 앞선 기우가 학문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가로막아서는 안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 체세포복제소의 식품안정성 문제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과 축산기술연구소의 일본 체세포복제소 생산물의 안전성 평가에 대한 일본현지 조사결과 복제소의 우유, 식육을 식품으로 이용했을 때 구성성분 자체가 새로운 독성이나 병원성물질을 생산한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유·사산 또는 출생직후 폐사발생이 일반소보다 높으나 살아남은 복제소에서 아직까지 발육 및 생리적인 이상은 발견하지 못했다. 유·사산 및 폐사한 송아지도 새로운 병리적 이상은 없었으며 과체중 증상은 있으나 정상적으로 번식했다.

다만 축산기술연구소가 탄생시킨 '새빛'은 생후 1달만에 폐사했으나 겨울철 사양관리문제에 따른 다발성 화농염(체내 많은 조직에서 염증 발견)으로 진단됐다. 또 최근 사산한 2마리는 분만정체시 유도분만 불이행이 원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