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기관 사이 '이견' 표출

2010년 세계 5대 농업기술강국 진입을 목표로 농촌진흥청이 추진하고 있는 생명공학 중심의 연구단지 조성계획이 농진청내 기관간 입장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한갑수 농림부장관이 충남 천안시 성환읍에 위치한 축산기술연구소 종축개량부를 방문, "농진청이 위치한 수원은 작물, 원예 등 식물생명공학 중심의 농업과학기술개발 메카로 육성하고, 축산기술연구소 종축개량부가 위한 천안(성환)을 동물생명공학 전문연구단지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생명공학 중심의 연구단지조성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그러나 계획 초기단계인 생명공학연구 기반조성을 위한 관련 연구기관의 이전계획 수립단계에서부터 해당기관간 이견에 부딪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

물론 해당기관의 이같은 이견은 생명공학연구 기반조성 계획이 대외적으로 발표된 지 한달여 밖에 안됐다는 점에서 그리 큰 문제가 될 일은 아니지만 내부에선 이미 1∼2년전부터 논의돼 왔었다는 관계자의 말에서 그동안 해당기관에 대한 의견수렴과 조율이 안됐다는 것이 문제.
특히 축산기술연구소 이전계획이 연구기반조성계획을 움직이는 톱니바퀴의 핵심 축이라고 볼 때 축산연이 연구소 이전계획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는 이와 관련한 원예연구소와 신설될 농업생명공학연구원의 요구가 맞물리면서 이전계획의 원활한 추진은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 축산연 "이왕이면 제대로 해야"…불편한 속내

이전계획 핵심에 있는 축산연은 원론적으로 "장기적으로는 이전할 필요성이 있다"며 농진청의 이전계획을 인정하면서도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 연구기반을 탄탄히 해야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연구소 이전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보이고 있다.

이왕에 이전할거면 신축될 건물과 연구에 필요한 기자재, 연구인력 등 민감한 생명공학연구의 특성상 필요한 첨단화된 연구환경을 갖추자는 것. 또 부차적인 사안이지만 이전 예정지인 성환지역의 열악한 생활여건을 감안한 연구인력의 복지시설까지 고려하자면 '저투입 고효율'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이유로는 불편한 속내를 감추기는 힘들어 보인다.

축산연은 "만일의 하나 연구과정에서 질병이 발생할 경우 실험축은 도축하면 그만이지만 종축개량을 위해 사육되는 많은 두수의 가축은 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 함은 물론 한 지역에 소, 돼지, 닭 세 축종이 집중됐을 경우 발생할 질병문제도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또 "단기간에 걸친 성급한 연구단지조성은 자칫 외관상 구조를 고려한 환경조성에 치우쳐 연구기능성이 도외시 될 우려가 있다"며 환경과 기능성을 고려한 단지조성계획이 마련돼야 한다고 방안을 제시한다.

축산연의 한 연구관은 "생명공학연구의 효율성이 반드시 이전해야만 생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충분한 타당성 검토를 통해 신중하게 추진돼야 할 것"이라며 "발생 가능한 모든 문제를 감안한 장기적인 단지조성계획을 마련,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축산연은 공인된 외부기관에 조사용역을 맡겨 연구소 이전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 객관성을 확보할 방침이며, 추후 법률적인 해석도 고려하고 있다.

# 농과원·원예연 "일단 관망"…내심 느긋

이와 관련 원예연와 농과원은 구체적인 계획이나 입장표명을 삼가고 있지만 축산연의 불편한 심사에 비해 다소 느긋한 인상이다. 축산연 이전이 확정돼야 이에 따른 이전계획이 결정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체와 아파트 단지 등 도시개발계획이 예정돼 있는 원예연 주변을 입지조건상 언제까지나 제자리를 지키기는 힘들 것으로 원예연도 자체 이전계획을 구상 중에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각 연구기관 이전계획에 따르면 축산연은 본소내 전 부서가 성환으로 이전하거나 일부 대민서비스 기능은 남기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며, 축산연 자리에 원예연이 건물을 신축, 이전하거나 일부 과수작물 등 시험포로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 농과원은 원예연 건물을 이용하거나 축산연에 신축하는 방안 등 3가지 이전계획안이 검토되고 있다.

한편 축산업계 한 인사는 "연구소 이전계획은 1906년 '권업모범장'으로 출발한 축산연의 역사성과 한국축산기술의 메카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축산연의 이전으로 확정될 경우 학계는 물론 축산농가로부터 이에 상응하는 질타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농진청 "면밀한 검토…합리적 추진"

이번 생명공학 연구단지조성계획을 총괄하고 있는 농진청 김한명 연구관리국장은 "축산연의 성환 이전은 개인적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생각해온 것"이라고 밝히고, "연구소 이전에 대한 축산연의 입장은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계획은 농업생명공학발전을 위한 국가적인 사업인 만큼 관계기관의 의견을 수렴, 면밀히 검토해 합리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김 국장에 따르면 연구단지조성을 각 연구기관의 이전은 내년부터 시작해 2005년까지 단계적으로 이전되며, 이전하는데 투입될 예산은 대략 1천5백억원. 이 가운데 축산연 이전계획에 791억원 정도로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나머지는 원예연과 농과원에 각각 나누어 투입될 예정이다.

또 연구기관 이전계획과는 별도로 '바이오그린 21사업'을 정점으로 수립되고 있는 농업생명공학육성 종합발전계획에 올해부터 2010년까지 7천억원이 확보돼 연간 600∼8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이라고 김 국장은 밝혔다.

# 수원은 식물연구, 성환은 동물연구…조직개편 '큰 틀'

농촌진흥청이 계획하고 있는 농업생명공학연구 기반조성계획의 큰 틀은 앞서 한갑수 농림부장관이 말한 '수원을 식물생명공학 전문연구단지로, 성환을 동물생명공학 전문연구단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농촌진흥청은 '농업생명과학청'으로 명칭을 바꾸고, 유전자원의 중요성을 인식, 80년대초부터 '유전공학실' 꾸려 연구활동을 해온 농업과학기술원의 생물자원부 4개과(科)를 7과로 늘려 '농업생명공학연구원'으로 승격,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농업과학기술원의 명칭을 '농업환경연구원'으로 바꾸는 한편 문제의 축산기술연구소, 원예연구소, 작물시험장이 갖고 있는 생명공학 관련 연구기능을 강화, '생명공학과'를 신설할 계획이다.

신설되는 생명공학관련 과(科)는 모두 9개로 본청은 '생명공학기획조정과', 농업환경연구원은 작물보호부에 '잡초관리과', 작시는 '작물생명공학과', 축산연은 '응용생명공학과', 농과원 생물자원부를 승격한 '농업생명공학연구원'은 '행정과', '신기능소재개발과', '유전자제어공학과', 제주농업시험장을 개편한 난지농업시험장에 '감귤육종과'와 '감귤재배과'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한 인력도 신규채용, 연구직공무원 직급격상 및 직렬 변경 등 방법으로 보강할 계획이다.

# 논의의 바탕에는 '농업인'이 있어야

농진청의 2010년 세계 5대 농업기술강국 진입 계획이 ▲저투입 고효율 창출 ▲연구기관 이견 등으로 계획초기부터 버거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와 더불어 농촌지도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에 대한 들끓는 여론도 농진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생명공학연구든지 농촌지도직공무원 국가직화든지 궁극의 목표는 세계화 농업의 길목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대농업인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다행히 지도공무원 국가직화는 농업인 서비스 개선과 국가농업 경쟁력 제고라는 대의명분에 따라 농업기술센터 소장의 국가직 전환으로 큰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따라서 이번 연구기관 이전 논의도 '농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농업인 서비스 향상'을 전제로 최선의 방안을 도출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이전계획이 결국은 농업발전을 목표로 하는 만큼 관련기관만의 논의로 끝낼 것이 아니라 공청회 등을 통해 농업계 전체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농업인을 바탕으로 한 대의명분에 충실한다면 자칫 야기될 수 있는 상급조직 '밀어붙이기'식 계획추진이라든지 조직 이기주의라는 오명은 없을 것이라는 농업계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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