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종농가 축산비료 기피

축산분뇨를 자원화해 경종농가와 연계하는 친환경농업을 실천하는데 있어 또하나 걸림돌은 역시 시설투자에 대한 소득보전과 축산비료의 품질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농림부에 따르면 2000년 말까지 오분법에 의한 규제대상인 6만2천여 양축농가의 축산분뇨처리시설 설치율은 95.6%에 달하고 있지만 앞서 지적한데로 일부 양축농가들은 아직도 시설투자에 따른 생산비 부담가중을 이유로 설치를 기피하거나 가동률을 떨어뜨리고 있다.
물론 이를 대비해 자원화된 축산분뇨를 처리할 대상농지를 가지고 있거나 경종농가와 계약을 통해 시설을 설치할 것을 ‘오분법’상에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농업현실은 오분법을 충족시킬만한 농지가 태부족하고, 있다하더라도 화학비료의 시용효과에 길들여진 경종농가가 퇴비화·액비화된 축산비료를 기피, 원활히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단기간의 생산성을 우선시 하는 경종농가가 축산비료의 품질을 믿지 못함은 물론 유기·자연농법을 한다는 농가도 일반적으로 10년이상 지속적으로 시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어 웬만한 인내와 의지가 아니면 축산비료를 시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 비료관리법...유통, 판매 '걸림돌'

또한 일부 축산농가들은 축산분뇨를 상품화해 전문적으로 유통·판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순탄치 않다. 축산비료를 유통·판매하려면 ‘오분법’외에 ‘비료관리법’상 규정에 의해 대규모 처리시설과 부대시설을 새로 설치하고 관련행정기관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비료관리법’에는 ‘농업, 임업, 축산업 또는 수산업을 영위하는 자가 부산물을 이용해 1일 평균 1.5톤 이하의 부산물비료를 생산해 판매하는 경우’에 한해 포장상품이 아닌 상태로 자유롭게 유통토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경남 사천시 80여 낙농가들은 퇴비화된 젖소분을 원활히 처리하기 위해 협의체를 구성, 농가에서 퇴비를 수거, 공동으로 판매하려 하나 비료관리법이 문제가 돼 관련행정기관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낙농가들은 사천시청과 도청 등 행정기관에 관련법 개정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규정에 얽매인 기관은 여전히 난색을 짓고, 농가 이익을 대변한다는 농·축협도 유기질비료를 생산·판매해본 경험 등을 이유로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

- '유통센터' 설립방안 적극모색

최근 이같은 소득보전과 품질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퇴비화·액비화된 축산분뇨를 전문적으로 처리, 유통·판매해주는 ‘유통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오분법상 규제미만인 소규모농가의 분뇨처리문제를 해결하는 주효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양축농가와 경종농가를 연계해 전문적으로 처리해주는 업체나 공기업은 없는 실정이지만 최근 일부지역에서 축산농가와 경종농가가 자발적으로 협의체를 구성, 이를 실천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유통센터’의 가장 큰 역할은 벼, 과수, 원예 등 축산분뇨를 처리할 충분한 농지를 확보, 축산분뇨의 원활한 처리에 있다. 유통센터는 지역별·규모별로 분뇨처리시설을 갖추고 매일 배출되는 축산분뇨를 수거해 공동으로 퇴비화·액비화 처리하고, 포장상품화해 전문적으로 유통·판매하게 된다. 물론 축분비료의 성분검사 등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품질을 확보하고, 처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병원균 확산을 차단할 수 있는 고도의 분뇨처리시설을 갖춰야 함은 당연한 것이다.
농·축협은 양축농가로부터 일정 처리비용을 받고 분뇨를 수거해 유통센터에 이송하고, 유통센터는 축산분뇨를 자원화 처리해 영농조합 및 법인, 작목반 등 경종농가에 판매하게 된다. 경종농가의 생산성 확보를 위해 농업기술센터는 축분비료의 규격, 성분검사 등 품질관리를 하고, 시용시 활용할 수 있도록 경종농가의 작물별 토양분석을 통해 적정 시비량을 결정하는 등 기술관리를 해준다.
여기서 기 설치된 시설과 신규 설치에 따른 중복투자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나 축종별·규모별·처리형태별 여건에 따라 유통센터를 운영하거나, 앞서 제기한 ‘비료관리법’ 개정 등을 통해 퇴비화 처리의 경우 축산농가가 협의체를 구성, 처리할 수 있도록 하면 될 것이다.

- 지자체, 중복투자 없어야

환경을 고려해 축산분뇨 자원화처리시설과 정화처리시설에 대한 정부 지원이 계속되면서 새해들어 이에 대한 지자체의 설치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최근 경북도의 경우 김천, 문경, 경산 등 3곳에 축산폐수 정화시설을 설치하는데 136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분뇨를 자원화하는 것도, 분과 뇨를 동시에 처리하는 것도 아닌 뇨만을 처리하는데 1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자하고 앞으로도 정화처리시설을 연차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의 축산분뇨자원화 처리방침에도 불구하고 한 지자체에서 같은 사안으로 환경관련부서와 축산관련부서가 처리방법 따로, 예산지원 따로 전형적인 중복투자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지역여건에 따라 결정된 것이긴 하겠으나 이왕이면 자원화 방침에 걸맞는 투자계획이 아쉽다.
정부의 축산분뇨자원화 추진이 지지부진한 이유에 대해 한 전문가는 “그동안 추진해온 화학비료 위주 지원책과 축분비료 등 유기질비료 공급 확대지원책을 두고 관련된 정부부서 사이에도 이해관계에 따라 다소간 마찰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지적하고, “화학비료를 대북지원하는데 드는 비용을 축산분뇨를 자원화하는 이용, 유기질비료를 지원하는 것이 통일농업의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자칫 정부부서간 이권다툼으로 비화될 소지가 있으나 명확하고 추진력있는 계획이 없어 빚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지원정책에 반해 이원화되고 체계적이지 못한 축산분뇨 자원화 계획을 개선, 세계화된 농업현실을 타개할 생존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농업인들의 뒤를 돌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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