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소나무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에 재선충이 확산되고 있어 전국 산림에 비상이 걸렸다.

이 병은 1905년 일본서 발생한 뒤 1934년 미국, 1982년 중국, 1985년 캐나다, 1993년 멕시코, 1999년 포르투갈 등 지구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1988년 부산 동래구 금정산에서 처음 목격됐는데 이후 2차 감염 발생은 9년이 지난 1997년 전남 구례와 경남 함안 지방이었다. 현재까지 강원, 경북, 경남, 전남, 제주 등 36여 곳에서 발견됐는데 소나무를 빠르게 고사시키고 있다.

여기서 기자는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최초로 감염된 후 2차 감염이 확인된 9년간 이 병이 확산되는 것을 방치한 산림당국의 무관심, 소홀함, 무책임성을 한탄한다.

정부는 소나무재선충병이 한반도의 등뼈인 백두대간을 위협하자 이제사 특별법까지 제정, 피해지구 소나무 반출 차단과 소나무 반출인에 대한 벌과금 부과, 피해목 발견자에 대한 보상금지급과 방제기구 신설 및 인력확충 등 때늦은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호미로 막을 일을 삽으로 막고 있는 산림당국의 뒤늦은 대응을 보고 있노라면, 1988년부터 1997년까지 허송한 세월과 인력 및 예산의 낭비가 너무도 아쉬운 것이다.

그 아름답고 멋지고 귀중한 소나무 숲이 한반도에서 소멸된다면, 이는 당대를 사는 우리만의 손실이 아니라 이 나라 미래세대의 귀중한 자연·정서적 자산을 없애는 것이기에 두려움은 더 크다.

최근 경남의 피해가 심했던 한 지역에서 1개월 여 동안 방제작업에 참여했던 국립산림과학원의 K모 과장은 소나무재선충병의 확산방지가 매우 어렵다고 탄식하면서 피해목이 발견될 경우 즉시 신고해줄 것을 간절히 당부했다.

일제의 수탈과 6.25를 지나며 헐벗겨진 산하가 오늘날 푸른 공간으로 되살아나게 된 것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시작된 산림녹화사업에 국민 모두가 동참했기 때문이다. 당국에만 맡기고 책임을 묻기에는 일이 커졌다. 전국민이 다시 한번 일어나 잃어버린 9년을 되찾고, 민족수(民族樹) 소나무가 영원히 한반도에서 번성토록 하자.
/객원대기자 채희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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