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미국과의 6차 협상을 끝내고 정부는 관세화유예 10년 연장 에 무게를 뒀다. 최소시장접근(MMA) 물량비중을 8%까지 늘린다는 조건을 걸고 수입쌀 시판이라는 사족도 함께 달았다.

그런데 성공(?)할 뻔한 정부 협상은 만리장성에 부닥쳤다. 중국 쌀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아 보인다. 중국은 미국보다 더 큰 것을 노리는 듯하다. 쌀 시장뿐만 아니라 한반도 식량안보를 쥐락펴락하고 싶어하는 중국의 야욕이 미국의 그것보다 조악한 것일까.

눈길을 안으로 돌리자. 정부가 인정한 바, 대외협상이 중요하나 ‘대내협상’도 중요하다고 했다. 정부가 약속한 바, 협상은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합의를 받들어 진행한다고 했다. 결국 국민합의, 농민동의라는 대내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일 게다.

그러나 정부는 줄곧 협상내용을 공개하면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며 국회농림해양수산위원회 의원들과 농업단체를 비롯한 국민에게 함구하고 일부 언론에 ‘찔끔찔끔’ 정보를 흘리는 협상방식을 취했다. 때로는 농업인보다 언론을 위해 협상하는 게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농민단체의 반발은 당연하다.

16일에 농림부·외교부 출입기자단 합동워크숍이 있다. 17일에는 ‘국민 대토론회’가 있다. 모두 쌀 협상과 관련한 워크숍이요 토론회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그간의 협상내용을 발표한다고 한다. 참 기묘한 협상방식이다.

농림부 식물검역소는 11일에 “13년 동안의 끈질긴 협상을 통해 드디어 국산 참외 오이 호박 수박 포도를 미국에 수출할 수 있게 됐다”며 지금까지 미국은 호박과실파리 때문에 이들 품목의 수입허용을 유보해왔다고 설명했다. 한·미 식물검역회의에서 13년간 줄기차게 촉구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곰팡이균이 발견돼 올해 4월부터 수입이 중단된 미국산 오렌지는 이 식물검역회의를 거쳐 조만간, 금수 몇 달만에 수입이 재개된다는 소식이다.

되로 주고 말로 받아도 시원찮을 판에 정부는 말로 퍼주고 됫박도 받지 못하는 협상버릇을 언제 버릴 것인가. 쌀 협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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