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이 또다시 오열했다. 지난 20일 올림픽공원 앞차도. 유족과 농민들은 영결식을 마치고 장지로 향하는 길, 폭력경찰과 야만이 난무하는 거리에서 치를 떨어야만 했다.

고 이경해 열사 운구차는 경찰이 뿌린 소화기 분말로 하얗게 뒤덮였으며 스크럼을 짜고 열사를 지키던 유족들은 경찰 방패에 찍혀 피를 흘렸다. 조문하러 각지에서 새벽바람에 올라온 농민들도 곤봉세례에 부상자가 속출했다.

머리가 터진 유족대표는 피를 흘리며 소리쳤다. “도대체 말이 되느냐. 칸쿤에서도 열사를 이렇게 대하지 않았다. 이게 대한민국 경찰 맞느냐”라고.

영결식이 끝나고 3천여 농민 가운데 일부는 열사를 장지인 전북 장수로 바로 보낼 수 없다며 상여를 막고 “청와대”를 외쳤다.

경찰은 당연히(?) 막아섰다. 조객들 중에서도 열사 시신을 절대 훼손하지 말아야한다며 행진을 가로막는 사람들이 있었다. 유족들은 두말할 나위 없었다. 옥신각신, 잠시 실랑이가 벌어진 뒤 유족들도 열사의 유지를 받들어야한다며 행렬에 가담했다.

충돌은 예상했으나 무자비한 경찰의 폭력을 예상하지는 못했다. 장례위원회와 전국농민연대 지도부는 상징적인 행진 후 곧바로 장지로 향하고 대신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추모대회를 열 계획이었다.

경찰이 과잉대응하면서 이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운구차를 훼손하고 유족을 때리는 전투경찰 앞에서 농민들은 말을 잊었다. 열사에 대한 죄스러움, 별일 아닌 양 곤봉을 휘두르는 경찰에 대한 분노가 뒤섞였다.

그나마 한숨과 같이 터져 나온 말은 어이없다, 말세다, 노 정권의 실체를 똑바로 봤다, 등이었다. 그리고 눈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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