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한국 전통의 문화거리 인사동의 한 화랑에서는 농촌진흥청과 생활개선중앙회가 주최하는 ‘칠월칠석우리 선물잔치’가 열렸다. 관련 기관장, 각 농민단체장들이 함께 참석했던 이날 행사의 목적은 “칠월 칠석을 우리 고유의 ‘연인의 날’(발렌타인데이의 한국판이랄까)로 만들어 우리 농산물을 선물하는 날로 삼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산뜻한(?) 아이디어가 돋보이기도 했지만 기자가 정작 놀란 것은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서 만들었다는 다양한 ‘상품’들이었다. 마늘로 만들었다는 마늘초컬릿, 쌀눈기름으로 만든 액세서리 비누, 꽃을 눌러만든 압화 소품, 선물용 쌀케익 등에 이르기까지 남녀와 노소,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모두 즐겨 이용할 수 있는 이 제품들은 수요자의 상황에 따라 적절한 아이템도 담길 수 있을 듯 했다.

이 행사를 주관했던 농촌진흥청의 김화님 생활개선과장은 “평소 사랑하는 연인, 존경하는 분들게 우리 농산품을 선물로 주고받는 문화를 정착시켜 이들에게 우리 농산물과 문화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라며 “유사한 행사가 전국적으로 번져나가고 있다”라는 말로 이번 행사의 의의를 강조했다. 행사장을 둘러보는 젊은이들도 우리 농산물로 만든 다양한 기획 상품에 신기해하기도 했다.

칠월 칠석은 전래 설화에 나오는 견우와 직녀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 농업을 접목시켜 이벤트를 만들어 가는 발상은 칭찬 받을 만 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WTO 출범 이후 이미 수입농산물이 온 천지에 넘쳐나는 세상이고 정부는 칠레와 같은 농업강국과 FTA를 추진하고 있다. 쌀은 남아돌아 사료용으로 쓸 판이다. 농업계의 이처럼 눈물겹기 조차한 모색과 노력이 농가소득 증대로 이어지기 전에 한번의 이벤트나 한차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로 끝나 버릴까 걱정스러울 뿐이다. 이왕 시작했으면 끝을 보기 바란다.
(송재선기자 농촌생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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