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보다는 '최고'를...

몇몇 지자체와 지역농협의 '모 빨리 내기'와 '벼수확 일찍하기' 경쟁이 정상적인 '선의의 경쟁' 차원을 이탈,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21일 경기도 이천시와 여주군은 올해 '전국 최초의 벼수확'이란 타이틀을 따기 위해 치열한 홍보경쟁에 매달렸다. 같은 날 벼수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천시의 벼수확이 중앙언론에 부각되면서 결과는 이천시의 압승.

문제는 이후에 터졌다. 이천시와 여주군이 올해 전국 첫 수확이라고 자랑한 벼는 일본에서 불법 반입된 품종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번에 수확한 이천시와 여주군의 벼품종은 일본의 '가라지 397호'와 '호시노 유메'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조기 수확에 혈안이 된 나머지 아직 여물지도 않은 벼를 수확하는 웃지 못할 촌극의 연출도 마다하지 않았다.

여주와 이천은 예로부터 명성이 높던 경기미의 주산지이고 지금도 그 위상은 지속되고 있다. 더욱이 첫 모내기를 거의 독점해오던 이들 지역이 올해는 경북 김제에 그 '명성'을 앗기자 이처럼 무분별한 행위를 강행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결국 비정상적으로 과열된 '최초' 경쟁은 불법종자의 파종으로 이어지게 되었고 결과는 '이미지 제고'가 아닌 '이미지 추락'으로 나타나 버렸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들의 무분별한 행위가 반만년 벼농사를 지으며 쌀을 주식으로 삼아온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려 버렸다는 것이다.

전국 첫 모내기든 첫 벼베기든 전국적으로 제일 먼저 해보고자하는 의욕은 좋은 일이다. 그리고 이를 센세이션에 민감한 언론의 속성을 잘 이용하면 매우 효과적인 마케팅 전술이 될 수 있고 기대할 수 있는 메리트도 상당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 지자체와 해당 농협은 더 중요한 것을 간과했다.

지금은 최초가 인정받는 세상이 아니라 최고가 인정받는 세상이다. 텔레비전을 최초로 발명한 나라는 미국이지만 최고의 텔레비전은 한국과 일본에서 만들어 지고 있다.
이번 해프닝을 계기로 지자체와 지역농협은 농민에게 실익도 없는 '최초'를 고집하지 말고 '최고'를 지향하는 농산행정과 업무 마인드를 가져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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